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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홍콩 민주화운동과 한국 금융시장의 긴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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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홍콩 시위가 격화된 뒤 13일 국내 금융시장에선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12일 홍콩 공항이 폐쇄되고 심각한 부상자도 나오는 등 사태가 진정되기 쉽지 않다는 소식들이 들려왔다.

미중 갈등이 격화된 상황에서 일각에서 우려하는 제2의 천안문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홍콩 상황 악화 속에 미국이 개입할 수 밖에 없다면 미중 협상이 파국에 이를 수 있으며, 금융시장 역시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진단들도 적지 않다.

아시아의 금융 허브인 홍콩이 그로기 상황에 빠질 경우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 수 있다도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 해결책 못 찾는 홍콩 사태..미중 갈등과 엮일 경우 폭발 위험성 거론하기도

지난 6월 16일 인구 740만명의 홍콩인 가운데 2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악법'인 범죄인 인도법 추진에 반대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이 그 전날(6월 15일) 이 법안 추진을 잠정 중단한다고 했지만, 홍콩인들은 잠정 중단이 아닌 법안의 완전 철폐와 람 장관의 퇴진을 요구했다.

하지만 문제의 근원적 해결은 이뤄지지 않았고 최근 다시 시위가 격화되고 부상자들이 속출되면서 홍콩 사태가 지정학적 리스크로 비화하고 있다.

홍콩 사태가 수개월째 이어지면서 금융시장의 글로벌 위험자산 투자에도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전일 홍콩 시위와 미중 갈등 등으로 미국채 가격이 급등하고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이벌어졌다. 국내 금융시장도 그 영향을 받는 중이다.

간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9.92bp 하락한 1.6471%로 내려갔다. 미국채 금리가 2016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10년-2년 스프레드는 12면여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를 반영해나갔다. 뉴욕 다우지수는 1.5% 가량 급락하면서 2만6천선 밑으로 고꾸라졌다.

특히 홍콩 사태가 현재 해결책을 못 찾는 미중 갈등과 엮일 경우 글로벌 경제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 사태를 다룬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유명펀드매니저 아이스만은 지난 8일 CNBC 인터뷰에서 "홍콩 시위가 '블랙스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블랙스완은 확률이 아주 낮아 발생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을 가져오는 사건을 뜻하는 용어다.

아이스만은 당시 "홍콩 시위가 한층 격화될 경우 글로벌 경제에 대한 타격은 불가피하다"면서 "미중 무역합의마저 위태롭게 하며 글로벌 경제를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까지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갈수록 격화돼 완전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반(反)중국 성격을 띄는 만큼 향후 추이를 낙관할 수는 없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홍콩 범죄인 인도법 반대시위가 10주째 이어지고 있으며, 12일 오후 홍콩 국제공항은 완전 마비되기도 했다"면서 "홍콩 사태의 장기화는 국내 주식시장에 좋을 것이 없다. 더구나 미중 무역분쟁의 재료로 부각될 경우 9월에 재개될 협상의 난항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 홍콩 사태, 유럽 상황과 맞물려 위안화 약세 압력 가중시킬 여지

홍콩 사태는 최근 미-중 갈등, 브렉시트 우려, 이탈리아 정치 불확실성 등에 더해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낳을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무력으로 홍콩 사태를 해결하려고 들고 미국 등 주변 견제세력이 이에 간섭할 경우 파장이 어느 선으로 확대될 수 알기 어렵다.

일단 금융시장에선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안전자산선호가 더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이 무력적인 사태 해결 입장을 견지할 경우 홍콩의 페그 시스템이 흔들릴 수도 있다.

최근 달러/위안이 7위안을 넘어선 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뒤엔 오히려 달러/위안이 안정된 흐름을 이어가는 느낌도 줬다.

하지만 상황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최근 유로존 불안이 계속해서 달러 강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는 추가로 약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나중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브렉시트, 이탈리아 문제로 파운드, 유로화의 약세 가능성이 인민은행으로 하여금 위안화 절하 고시 수위를 높여가게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면서 "간밤 뉴욕주식이 홍콩 이슈로 급락했으며, 지금의 환경은 위안화 절하 명분을 더욱 키웠다"고 진단했다.

달러인덱스에서 유로화가 약 58%, 파운드화가 12%를 차지하는 등 유럽권 두 통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가깝다. 유럽은 펀더멘털이 미국보다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위험성이 커져 있어 달러화 약세 압력이 가중될 수 있는 환경이다.

이처럼 위안화는 절하 쪽으로 움직일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 홍콩발 사태가 악화될 경우 금융시장의 안정을 담보하기 어렵다.

나 연구원은 "시장이 생각보다 크게 흔들릴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물론 최근 상황 때문에 다음주 잭슨홀 미팅에서 연준의 스탠스 완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은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을 통해 힘의 논리를 적용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면서 "중국 정부가 이에 굴복하지 않으면 오는 9월 보복관세는 현실화될 것이고 9월 고위급 회담도 무산될 수 있다.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고 풀이했다.

■ 중화권과 크게 얽힌 한국경제·금융시장의 조바심..홍콩사태 불똥 주시하는 모습들

한국금융신문

자료=국제금융센터



그간 원화 흐름 뿐만 아니라 국내 주식, 채권 흐름 역시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아 왔다.

최근 수년간 중국의 기술력 향상과 국산화 진척 등으로 중국의 성장이 자동으로 한국경제에 도움이 되던 흐름은 바뀌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상대적 경쟁력 저하 등으로 한국경제의 미래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한국은 미중 분쟁에 따른 타격을 받고 있는 동시에 중국과의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과의 갈등은 '덤으로' 한국경제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인이다.

올해 1~7월 한국의 중국에 대한 수출 증가율은 17%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국의 전체 수출 증가율이 1% 늘어났음을 감안할 때 한국이 받은 타격이 심각함을 알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한국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작년 9.5%에서 8.5%로 10년만에 최대폭이 1.0%p 떨어졌다. 이는 무역 분쟁이 고조된 미국(-1.3%p)에 이어 두번째에 해당한다. 점유율 8.5%는 여전히 중국 수입시장에서 1위지만 2위 일본과의 격차는 2015년 1.9%에서 올해 0.3%p로 크게 축소됐다.

중국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가 전체 대중 수출 감소분의 52.2%를 차지했다. 이런 배경엔 단순히 글로벌 수요 부진 외에 중국의 자체조달 등 '구조변화' 영향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가공무역 위주의 대중 수출 구조로 제3국 수요 변화에 취약하다"면서 "중국의 전체 무역 중 가공무역 비중도 임가공 무역 억제 정책 등으로 2009년 41.2%에서 올해 상반기 25.0%로 크게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중국 기업의 대형화 및 첨단화와 함께 중국제품의 경쟁력이 제고돼 부품 등의 자체 조달이 증가하면서 수입 수요를 빠르게 대체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중 무역흑자가 우리나라 전체 무역흑자의 67.5%(최근 5년 평균)를 차지했지만, 향후 대중 수출 위축이나 중국으로부터 얻는 이득이 줄어드는 추세여서 경상수지 흑자 축소도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대중국 비중도 지난해 26.8%에서 올해 1-7월 24.0%로 떨어졌다.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홍콩을 포함할 경우 비중은 34.4%에서 29.1%로 낮아졌다.

지금은 중국 대비 경쟁력 향상에 힘을 쏟아야 할 때인 동시에 중국에 대한 의존도도 줄일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은 중국이 잘 나가는 데 따른 혜택은 제한적으로 입지만, 중국이 받는 타격은 고스란히, 혹은 그 이상 받을 수 있는 어려운 국면이다.

이런 가운데 홍콩이 미중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뇌관이 되지 않을지 위험시장 쪽에선 긴장감도 엿보인다. 채권시장 쪽에선 여전히 금리 레벨을 제외하곤 악재가 없다는 인식들이 엿보인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 매니저는 "홍콩 사태로 투자심리가 악화되더라도 한계는 있을 것"이라며 "일단 코스피 기준 1850, MSCI 리밸런싱까지 감안해 1820선을 저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국가 신용위기가 오지 않으면 채권은 밀리기 어렵다. 외국인이 요즘도 계속해서 한국 채권을 사고 있지 않느냐"면서 "채권가격이 지나칠 정도로 강해졌지만, 지금처럼 온갖 불확실 요인이 잠재해 있는 여건이라면 더 갈 수 밖에 없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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