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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설훈 “징용은 불법성 희석하는 말, 강제동원이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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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은 14일 “일본은 강제동원의 강제성과 불법성을 희석하기 위해 ‘징용공’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며 “강제징용보다는 ‘강제동원’이라고 지칭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설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강제동원에는 징용뿐 아니라 (관의) 알선과 (기업의) 모집 등 불법행위가 있었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한·일 갈등이 촉발된 이후 정치권에서 잘못된 용어 사용 문제를 지적한 사람은 설 의원이 처음이다.

일제는 1938년부터 국가총동원법하에 ‘모집, 알선, 징용’ 세가지 형태로 조선인을 국내외로 동원했다. 아베 신조 총리 같은 일본 우익은 이 중 징용만을 국가 책임으로 인정하며, 강제로 끌고 간 것은 맞지만 ‘전시 징용’은 국제법상 합법이라며 강제노동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아베 정부가 강제노동에 합법의 틀을 씌우고 피해자 범위를 축소하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를 그대로 써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과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 정부 조직과 관련 법에는 제대로 된 용어를 반영해놓고도, 정작 수많은 정치인이 일본의 영향을 받은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도 최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강제징용’이라고 반복 사용했고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도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일본을 규탄하는 발언을 하며 “강제징용 피해자”라고 말했다. 남인순 의원은 강제징용이라고 했다가 강제동원이라고 언급하는 등 섞어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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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광복 74주년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한 8.15 시민대회, 국제평화행진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손팻말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최근 운영위에서 강제징용이라는 단어를 반복 사용했고,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해 대법원 판결을 언급하며 강제징용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징용의 사전적 의미로 보면 강제로 끌고 갔다는 뜻에서 말이 통하지만, 이에 대한 한·일 양국 입장과 법적인 해석이 다르다. 경북대 김창록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법적으로 징용은 일제의 법령에 따른 합법적인 제도이고, 강제동원은 법적인 근거가 없는 불법행위를 의미한다”며 “대법원 판결에 따른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모집과 알선이 일종의 ‘취직’인 만큼 강제성이 없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연구자들의 자료를 보면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등은 후한 임금과 복지를 약속하며 조선인을 속이거나 일제 관료를 대동하고 나타나 강제로 끌고 간 숱한 사례가 나온다. 그렇게 끌려간 노역현장에서 수많은 조선인이 죽고 고문 당했다.

김 교수는 “징용과 강제동원은 법적으로 엄격히 구별된다”며 “강제동원은 일제의 국가총동원법이 무효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 불법행위를 의미하는 만큼 용어를 바르게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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