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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밀회설, 이게 나라인가. 날 이상한 여자 만들어"... 靑 전 비서관이 전한 박근혜 비공개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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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식 전 청와대 비서관, 박근혜 전 대통령 발언 공개
"관저에서 업무 보다 중대본 방문… 주사 맞은 적도 없어"

"나중에 밀회 등 보도 나오면서 굉장히 서글펐습니다. 비애감을 느낍니다. 이게 제대로 된 나라인가 싶었습니다. 대통령이 영양제 주사 맞는 것도 안됩니까. 말 갖고 이상한 여자를 만들어 놨습니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 홍보기획비서관이었던 천영식 전 비서관이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 참사에 관련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공개 발언을 공개했다. 천 비서관은 2014년7월부터 박 전 대통령 탄핵 전까지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냈다.

그는 이날 1심에서 세월호 관련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를 받던 김장수·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이 무죄를 선고받은 것을 두고 "무죄는 당연하다. 세월호 보고서는 조작할 이유도 없고, 조작할 인격의 분들이 아니다"고 했다.

조선일보

천영식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페이스북 캡처


그러면서 "세월호 관련해서 여전히 괴담이나 과장, 허위 사실 등이 떠도는 것은 굉장히 슬픈 일"이라며 "세월호 관련해서 박 전 대통령의 육성을 하나 소개한다"고 적었다.

천 비서관은 이번에 공개하는 박 전 대통령의 비공개 발언이 2016년 말 그가 청와대에서 직접 들은 것이라 했다.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은 더불어민주당 등 당시 야당이 집중적으로 의혹을 제기한 ‘박 전 대통령 7시간 미스터리’에 관련된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가슴 아픈 일입니다. 꽃다운 나이의 수많은 학생이 희생됐습니다. 선박안전법이 통과 안됐고 부패사슬을 통해 운행하면 안되는 배가 방치된 것입니다.

세월호 당일이 수요일인데, 그날 몸 컨디션이 안 좋았습니다. 피곤해서 신 모 대위로부터 가글을 요청해 받았습니다. 목이 아파섭니다. 공식일정 없었는데 오전에 신 대위가 왔고, 오후에 미용하는 정매주 자매가 왔습니다.

그날 아침에는 TV도 보지 않았습니다. 보고 서류 및 결재 서류가 쌓여있었습니다. 성격상 그걸 놔둘 수 없습니다. TV 볼 만큼 한가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날은 구조될 때에는 봤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발언에 등장하는 ‘신 모 대위’는 당시 청와대 의무동에서 근무하던 간호장교다. 신 대위는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관저에 의료용 가글을 전달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당시 일부 야당 의원들은 의료용 가글이 필러 시술에 사용된다고 주장했었다.

"아침에 보고를 받고 신속한 구조를 지시했습니다. 안보실장이 구조됐다고 보고해서 안심하고 TV를 봤습니다. 안도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오보라고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을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경호실에 준비를 지시했습니다. 중대본 사정이나 경호준비 등에 필요한 시간을 기다리다가 중대본으로 나갔습니다."

중대본에서 구명조끼 발언한 것은, 서면 보고를 보면 구명조끼가 정원의 120% 가량 보유하고 있다고 돼 있어, 처음에 괜찮겠구나 기억이 나서 한 말입니다. 중대본 보고 자료에 있었습니다. 끝까지 찾아보라는 의미였습니다.

머리는 짧게 손질하고 갔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2014년 4월 16일 참사 당일 17시 10분경 중대본을 방문해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 힘듭니까"라고 물었다.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침몰 7시간 만에 대통령 사저를 나와 중대본을 찾았다.

이를 두고 당시 야권에서는 ‘세월호 7시간 미스터리’라며 ▲특정인물과 밀회설 ▲태반주사·필러 시술설 ▲7시간 굿판설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는 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재판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편도가 부어있어 굉장히 안좋은 날이었는데… 나중에 밀회 등 보도 나오면서 굉장히 서글펐습니다. 비애감을 느낍니다. 이게 제대로 된 나라인가 싶었습니다.

그날 주사를 맞은 일 없습니다. 주사는 조 모 대위가 잘 놓습니다. 조 대위 이전에 주사아줌마를 통해 맞았습니다. 주사아줌마도 간호사 출신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게 대단한 주사가 아니라 그냥 병원에서 맞는 영양 주사입니다. 피곤하고 힘들 때 의료진 처방을 받아 주사를 맞습니다. 대통령이 영양제 주사 맞는 것도 안됩니까. 말 갖고 이상한 여자를 만들어 놨습니다."

천 전 비서관은 "세월호 사고는 끔찍한 비극이었지만, 이를 박전 대통령과 무리하게 연계시킨 것은 과하다고 본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송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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