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5 (금)

“버려진 역사의 현장 지나칠 수 없었다… 인도네시아에서의 독립 운동 잊지 말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적도의 한인들] <중> 새로 찾아낸 암바라와 의거 현장

암바라와 의거ㆍ위안소 연구 이태복 시인 “바닥 공사하다 역사에 관심”
한국일보

이태복 시인이 지난 1일 인도네시아 중부자바 암바라와의 일본군 위안소에서 내부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암바라와=고찬유 특파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6년 전 인도네시아에 온 이태복(59) 시인은 수없이 사업이 망했다. 2016년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어렵게 따낸 바닥공사를 하러 쫓겨온(?) 중부자바의 주도 스마랑 일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독립의사들을 마주했다. ‘전에 들은 기억이 있는데 한번 가볼까’ 하는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역사의 현장들은 여전히 참담한 모습으로 외롭게 남아있을지 모른다.

지역에 눌러앉은 그는 20분 걸리는 현장을 “또 왔냐”는 현지인의 인사를 귀에 달고 2년 넘게 답사하면서 현지인 증언을 기록하고, 현장의 모습을 시로, 사진으로, 그림으로, 유튜브 방송으로, 살풀이춤 공연으로 힘닿는 데까지 남겼다. 기인(畸人)에 외골수라는 평도 있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기자는 ‘화장실로 변한 인도네시아 위안소’의 참상과 암바라와 의거 3의사(義士)의 자취를 그와 동행했다. 다음은 시인과의 일문일답.
한국일보

이태복 시인이 지난 1일 인도네시아 중부자바 스마랑의 스모워노 보병훈련장 취사장 뒤편에서 1944년 12월 29일 고려독립청년당의 결성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스마랑=고찬유 특파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원래 역사에 관심이 많았나.

“그렇지 않다. 2014년 동포 신문인 ‘한인포스트’가 암바라와 위안소를 다뤘다. 저 현장을 가봐야겠다 마음에 담고 있다가 2016년 송창근 재인도네시아상공회의소 회장이 기회를 줘 현장 부근(살라티가)에서 바닥공사를 하게 됐다. 원래 노년을 보낼 곳이라 점찍어 둔 터라 짐 다 싸서 자카르타를 떠났다. 남들은 망해서 쫓겨난다고 했지만 나는 들떴다. 위안소를 가게 되니 자연스레 암바라와 의거 현장도 알게 됐고, 연구의 지평이 넓어졌다.”

-어떻게 연구했나.

“증언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2017년 12월엔 인도네시아인 위안부 스리 수칸디 할머니가 있다는 소식에 찾아갔는데 돌아가시기 직전이었다. 13세 때 일본군이 집에 쳐들어왔는데 안 따라가면 가족이 몰살당할 분위기였다고 했다. 나중에 현장에 가서 욕하고, 슬픔이 뭔지 아냐고 물었다고 하더라. 일주일 뒤 돌아가셨다. 주변에 다른 위안소 건물도 찾아갔다. 조선인 소녀들이 머물렀던 암바라와 위안소와 구조가 똑같다.”
한국일보

이태복 시인이 2017년 12월 카메라에 담은 인도네시아인 위안부 스리 수칸디 할머니의 숨지기 일주일 전 모습. 전시회에 전시된 사진을 다시 찍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왜 연구하나.

“내 자신이 회복돼 간다.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게 된다. 돈만 벌려고 이역만리에 온 게 아니다, 정체성이 중요하다. 역사 바로 세우기라며 조선총독부 건물을 허문 건 잘못됐다. 있는 그대로 보존하고 알려야 한다. 암바라와 현장도 마찬가지다.”

-바라는 점은.

“인도네시아에 족적을 남긴 독립의사와 위안부 피해자 얘기를 다 알았으면 좋겠다. 내 부친도 일제 강점기 때 징용을 다녀왔다. 역사를 잊어선 안 된다. 그렇다고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도 안 된다. 감성적인 반일(反日)보다 이성적인 극일(克日)이어야 한다.”
한국일보

일제 강점기 인도네시아 암바라와 일대 한인들의 역사를 연구하는 이태복 시인이 최근 출간한 자신의 두 번째 시집 '자바의 꿈'을 소개하고 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는 13일 자카르타 한인문화회관에서 자신의 시집 ‘자바의 꿈’ 출판 기념회를 갖고, 15일까지 직접 암바라와 현장을 담은 ‘대한독립의사와 위안부 사진전’을 진행하고 있다.

자카르타ㆍ암바라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