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중국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옛 청사 앞에서 김명환 덕신하우징 회장(앞줄 맨 오른쪽)과 독립유공자 후손 초등학생 등이 태극기를 흔들며 광복의 순간을 재현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덕신하우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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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독립 만세! 대한 독립 만세!"
74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중국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옛 청사 앞. 독립유공자 후손 등 초등학생 수십여 명이 김명환 덕신하우징 회장(69)과 광복의 그날을 기리며 목청 높여 외쳤다. 고사리손에서 흔들리는 태극기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앞에서 물결 짓자 당시 환희의 순간이 재현되는 듯했다.
이날 대한민국 임시정부 옛 터를 찾은 방문객은 건축자재 데크플레이트 세계 1위 기업인 덕신하우징이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초청한 초등학생 어린이 260명과 임직원 등 총 580명.
강화 지역에서 3·1만세운동을 주도한 고 신태의 애국지사의 증손인 신지민 양(12)은 "증조할아버지께서 독립을 위해 어려운 일을 하셨다는 게 뿌듯하다"고 말했다. 어린이 방문단은 독립운동가의 후손 어린이들을 비롯해 덕신하우징이 실시한 '나라사랑 공모전' 당선자와 회사 공장이 위치한 천안·군산 거주 초등학생 등으로 구성됐다. 행사 관련 비용은 전액 덕신하우징이 지원했다. 김 회장은 "독립유공자 후손에 대한 보은의 뜻을 담는 동시에 해외 방문이 어려운 환경이거나 애국심이 깊은 어린이에게 독립운동 유적지를 견학할 수 있도록 해 나라 사랑의 마음을 심어주고자 했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덕신하우징은 2006년부터 데크플레이트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며, 서울·천안·군산에 사옥 및 제조공장을 운영하며 관계사를 포함해 연매출 2000억원을 올리는 중견기업이다. 국내 시장을 넘어 베트남 하이퐁에 공장을 설립해 해외 데크플레이트 시장도 확대하고 있다. 김 회장은 본래 이 행사를 상하이 노천공원인 세기광장에서 K팝 가수와 중국 가수를 초청해 한중 합작 광복음악회를 개최하려고 기획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끝내 행사를 허가해주지 않아 아쉽게도 광복음악회는 열지 못했다. 김 회장은 "음악회가 취소돼 행사 자체를 접어야 하나 생각도 했지만 이미 지원 대상 어린이를 선발하고 난 뒤라 이들을 실망시킬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나라의 미래는 어린이이며 애국심을 가진 어린이가 바르게 자란다'는 자신의 신념과 철학에 따라 어린이를 위한 사회공헌활동을 매년 진행하고 있다. 이는 그가 밟아온 삶의 굴곡이 큰 영향을 미쳤다. 김 회장은 한국 전쟁기에 충남 홍성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일찌감치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청년이 되어서는 베트남전에 참전했고, 돈을 벌기 위해 무일푼으로 상경했다. 고철 자재를 주워가며 철강재 유통업계 밑바닥부터 시작한 그는 1980년 덕신하우징의 전신인 덕신상사를 설립했다. 그는 창업 자금을 모으는 과정에서 밥값을 아끼다 영양실조와 늑막결핵을 얻어 수술까지 받는 등 평생 가난에 대한 설움이 컸다. 김 회장은 "어린 시절 가난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들을 보면 발 벗고 도와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광복절 애국 행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에는 충남 농촌 어린이들을 초청해 백두산 탐방 행사를 했고, 2014년에는 아이들과 독도를 함께 방문해 '독도어린이 지킴이' 행사를 열었다. 이번 상하이 역사탐방 행사는 세 번째 '애국 행사'다. 김 회장은 이 밖에도 전국 어린이 골프대회 개최, 골프 꿈나무 어린이 후원, 실종아동 찾기,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국민연금과 파월참전명예수당 전액 기부 등 다양한 어린이 관련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 회장은 최근 자신의 호를 딴 '무봉 장학재단'을 세웠다.
그는 "소외계층 어린이들이 어떠한 환경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신들의 꿈과 재능을 키울 수 있게 희망의 공간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아 회사가 성장한 만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일환으로 어린이 장학 사업에 집중해 나라의 미래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2박3일간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옛 청사 외에도 윤봉길 의사 의거 현장인 훙커우공원 등 상하이에 산재한 독립운동 현장을 다녔다. 행사 첫날 만찬 행사에는 현재 상하이에 살고 있는 독립유공자 후손 두 분을 초청하고 감사의 뜻을 담아 감사금도 전달했다. 해당 후손은 독립유공자 오영선(건국훈장 독립장), 최중호(건국훈장 독립장) 지사의 외손자, 손녀인 호패중, 최위자 씨다.
[상하이 =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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