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권 제한’ 공약 지킨 정부…‘면죄부·선심성’ 사면 가능성은 계속
사면심사위원회 역할 ‘미미’…전문가 “사면권의 정당성 찾아야”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15년 만에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아시아투데이 이욱재 기자 = ‘사면권 제한’이라는 공약을 내건 문재인정부가 3년 연속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최근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와 관련한 논란은 잦아들고 있으나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공정성·투명성 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측근 정치인들이나 재벌총수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법무부에 따르면 정부는 모범 수형자와 생계형 사범 등 수형자 647명을 전날 가석방하면서도 2017년부터 3년 연속 광복절 특사는 시행하지 않았다. 과거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정부 시절 임기마다 7~9차례 특사가 단행됐던 것과 비교하면 현 정부는 2차례 특사만 단행해 사면권 제한 공약을 엄격히 지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부터 보수·진보 진영을 막론하고 측근 정치인, 재벌총수 등이 수형생활 중 특사 혜택을 받아 풀려나 논란이 일었다. ‘사회통합’이라는 사면의 본래 목적에 어긋난 사례들이 있었던 것이다. 현재도 광복절 등 국가기념일마다 정치권이나 재계에서 어떤 인물이 특사 혜택을 받을지 이목이 쏠리는 것이 사실이다.
사면법에 따르면 사면은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으로 나뉜다. 일반사면의 경우 국회의 동의를 받아 대통령령의 형식으로 행사되지만 특사는 국회의 동의도 필요 없이 대통령이 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가 쉽고 용이하다 보니 대통령의 판단과 결단에 따라 향후에도 ‘면죄부 사면’, ‘선심성 사면’이 이뤄질 가능성은 여전하다.
이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 우리나라는 2007년에야 사면법을 개정해 ‘사면심사위원회’를 설치했지만 이마저도 법무부 장관 소속의 자문기구에 불과해 사면권 남용의 견제장치가 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사면심사위의 회의록은 해당 특별사면 등을 행한 후 5년이 경과한 때부터 공개하도록 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점도 있다.
이에 따라 법조계 안팎에서는 사면권 행사가 헌법이 보장하는 대통령의 권한이지만 국가사법작용의 예외적인 조치인 만큼 신중하고 투명하게 행사돼야하며 사면권 행사의 정당성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대외협력팀장은 “최근 사면권 남용에 대한 우려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다보니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가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사면권 행사가 언제든지 남용될 수 있는 만큼 사면 대상과 범위, 사면심사위의 인적 구성 등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면은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대통령이 깨어버릴 수 있는 통치권 행사 권한이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의 의견을 청취하는 방안 등을 만들어 대통령의 자의적 판단을 막을 필요가 있다”며 “엄격한 잣대로 사면권 행사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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