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이 15일 "북한 측에서 국가정보원에 남한은 김원봉을 더 이상 거론하지 말라고 강하게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서훈 국정원장은 이에 대한 사실 여부를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이 지난 5월 2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정보포럼 설립 기념 '정보화시대 국회와 정보기관'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6월 6일 현충일 추념사의 충격이 지워지지 않는다"며 이 같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광복군에 편입되면서 독립운동 역량을 결집시켰고 결과적으로 이는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가 되었다"고 했다. 김원봉은 해방 후 월북해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하고 6·25 침략 공훈으로 김일성 훈장을 받은 인물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김원봉 서훈(敍勳) 추진 논란이 일었는데, 오히려 북한에서 김원봉을 더 이상 거론하지 말라고 우리 정부에 요구했다는 것이다.
지 의원은 "오늘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기념축사를 유심히 듣고자 한다"고 했다. 자신의 주장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김원봉을 거론하는지 보겠다는 뜻이었다. 지 의원은 이 글을 문 대통령 경축사가 있기 전에 페이스북에 올렸다. 문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김원봉을 거론하지 않는다면 북한의 요구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김원봉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지 의원은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 통화에서 "출처를 밝힐 수 없는 정부 기관을 통해 지난 현충일 이후 북한 통일전선부가 국정원 측에 '더 이상 남한에서 김원봉을 거론하지 말라'고 요구했다는 정보를 받았다"고 했다. 지 의원은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부터 김의 서훈을 거론했고, 취임 후 보훈처 등을 통해 서훈 작업을 준비해 왔다"며 "결국 북한이 김원봉을 거론하지 말라고 하자 문 대통령이 김을 더 이상 거론하지 않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 그는 이어 "오늘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김의 이름을 흔적도 없이 싹 빼버린 것만 봐도 그렇다"며 국회 정보위원회를 열고 서훈 국정원장에게 진상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김원봉을 거론하지 않은 이유가 정말 지 의원이 주장하는 이유 때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 현충일 추념사와 광복절 경축사는 그 성격과 내용이 다를 수 있다.
그런데도 지 의원이 이런 주장을 한 것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임시정부 100년인 2019년이 '대한민국 건국 100년'임을 강조해오다 작년 4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공개적으로 더는 거론하지 않는 것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일각에서 문 대통령과 정부의 태도가 바뀐 것이 북한 때문이라는 말이 돌았기 때문이다. 북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매국노 민족 반역자 이승만의 분자들로 구성된 반(反)인민적 정부'라고 비판해온데다, 임시정부가 건국 기점이 되면 논리적으로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 국가가 된다. 이를 북이 거북해하자 현 정권에서 건국 100년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걸 멈춘 것 아니냐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이날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건국 100년을 언급하지 않았다.
[김명지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