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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음반사에 있는 게 좋았던 이유는 언제나 자유를 느꼈기 때문이에요. 제가 하고 싶은 음악으로 마음껏 표현하고요. 그리고 재즈 장르의 제약에 얽매이지 않았죠."(뮤지션 노라 존스)
재즈의 역사는 레이블의 역사다. 레이블을 알면 재즈가 보인다는 소리다. 특히나 푸른색 타원형 로고가 인상적인 재즈 레이블 블루노트 레코드(이하 블루노트)는 미국 재즈의 거의 모든 것을 아우른다고 해도 무방하다. 재즈 황금기를 견인해온 대표 주자이며, 지금도 "블루노트 음반은 믿고 사도 된다"는 말이 나오는, 팬들에게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는 곳이다.
15일 개봉하는 '블루노트 레코드'(소피 후버)는 창립 80주년을 맞는 블루노트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이 위대한 레이블의 탄생 배경부터 열악했던 초기 상황, 서서히 만개하는 황금기와 1967년 설립자 앨프리드 라이언의 은퇴 및 4년 뒤 공동 설립자 프랜시스 울프의 죽음 등으로 저문 영광의 시절, 그러다 위기를 딛고 재도약하게 된 지금까지를 풍성히 담아낸다.
그럼으로써 드러나는 건 '자유'와 '혁신'을 기치로 내건 블루노트의 장수 비결이다. 블루노트는 가히 트렌드 혁신의 주역이었다. "10년마다 이 레이블과 계약한 아티스트들이 음악계를 뒤집어 놓았다"는 현 대표 돈 워스의 호언이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레코드를 올려놓고 나면 그 시대 그 감성으로 떠나는 느낌이 든다"는 색소폰 주자 마스커 스트릭랜드의 구술 또한 블루노트의 존재론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흥겨운 재즈 음악과 함께 생생한 재즈 뮤지션들 육성을 듣는 것은 이 영화의 묘미 중 하나다. 재즈계 전설 루 도널드슨, 허비 행콕부터 신예 앰브로스 아킨무시리, 로버트 글래스퍼, 노라 존스 등이 그들이다. 이들 개개인은 블루노트가 예나 지금이나 숱한 명반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비결을 저마다 설득력 있게 웅변해주고 있다.
"그들은(설립자 앨프리드와 프랜시스) 내게 한 번도 다른 방식으로 만들라고 압박을 준 적이 없었어요."(허비 행콕) "앨프리드는 늘 뮤지션들과 시간을 보냈습니다... 모든 것이 신선하고 활력 넘치길 바랐지요."(사운드 엔지니어 루디 반 겔러) 요컨대 재즈를 향한 무한한 사랑, 개성 넘치는 뮤지션들에 대한 전폭적 지원, 이 모든 것에 바탕한 허물 없는 유대 등이 그것이다.
반항적인 젊은이의 세계로 간주돼온 힙합이 재즈에 근원을 두고 있다는 통찰도 이 영화가 갖는 미덕일 것이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자유, 즉흥으로 요약될 재즈 정신을 넘어 협업과 개성을 동시에 추구, 구현하려는 재즈적 가치를 감동적으로 그려낸 음악 다큐멘터리"라고 평했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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