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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실리콘밸리 AI·데이터 교육혁명…서울대도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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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지난 12~14일(현지시간) 2박3일간 미국 서부 실리콘밸리의 대학과 벤처캐피털, 기업들을 돌아다니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교육에 대한 방향을 모색했다. 매일경제는 오 총장 일행의 일정을 이틀 동안 동행하며 취재를 진행했다. 오 총장은 스탠퍼드와 UC버클리 등 실리콘밸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내는 대학들과 실리콘밸리의 생태계에서 서울대가 어떻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을 선도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방법을 고민했다. 그는 일정을 소화한 뒤 이렇게 소회를 털어놨다.

"우리보다 훨씬 앞서 나간 것으로 평가받는 스탠퍼드대, UC버클리 등도 아직 인공지능이나 데이터사이언스 교육에 힘들어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서울대에 기회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 총장은 "스탠퍼드대와 UC버클리의 사례를 보면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인공지능과 데이터사이언스는 한 학과나 학부가 담당할 수 있는 이슈가 아니라는 점"이라면서 "이 때문에 UC버클리와 스탠퍼드대 같은 대학들도 학교 전체 차원에서 각자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서울대도 어떻게 하면 학교 전체에 인공지능 및 데이터사이언스라는 새로운 방법론을 확산할 수 있을지 고민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2박3일 일정 동안 가장 먼저 UC버클리와 스탠퍼드대 같은 곳도 빅데이터, 인공지능 교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모 대학의 부총장은 오 총장에게 '교수들의 몸값이 너무 높고 다른 대학뿐만 아니라 기업체들끼리도 인재전쟁이 심하기 때문에 훌륭한 교수들을 모셔오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UC버클리, 스탠퍼드대 등도 관련 교육의 역사가 짧고, UC어바인에는 데이터사이언티스트 학부과정이 있지만 신입생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으며, 뉴욕대(NYU) 역시 데이터사이언스 관련 석·박사 과정이 다른 전공 학부들의 폭넓은 참여와 지지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는 주장을 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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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대학교 마크 테시어 라빈 총장(왼쪽에서 세번째)과 만난 오세정 서울대 총장(사진 가운데). 오 총장은 이밖에도 휴먼인공지능(HAI) 센터 관계자들과 면담을 가졌다. [사진 제공 = 서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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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오 총장은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오 총장의 방문 일정에 동행한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은 "두 대학 모두 고민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일단 액션을 한번 취해 보자는 차원에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분야의 교육방법을 실험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오 총장은 데이비드 컬러 UC버클리 데이터사이언스 디비전 임시학장과 만남을 통해 UC버클리의 교육실험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이 대학은 2년 전부터 인공지능이라는 용어 대신 '데이터사이언스'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학부나 전공이라는 느낌을 주지만 데이터사이언스는 기존 학제를 뛰어넘는 일종의 '과학적 방법론'이라는 철학이 담겨 있다. 컬러 학장은 오 총장에게 "디비전을 만들면서 어떻게 하면 학내에 각자 학과의 벽을 넘어서서 존재하는 공유된 문화(shared culture)를 만들 것인가를 고민했다"며 "UC버클리 내에서 데이터사이언스 분야 코스를 듣는 이들은 한 학기에 8000명 정도 된다"고 말했다. 다수의 다른 학부생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를 연구한다고 하면 별도의 대학이나 연구소를 만드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대학들의 매뉴얼이었다. 그런데 UC버클리의 경우 기존 학과와 학부들은 그대로 놔둔 채 이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디비전'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학부생들이 전공과 관계없이 데이터사이언스를 학습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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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헤네시 전 스탠퍼드대 총장(왼쪽)과 면담하고 있는 오세정 총장. [사진 제공 = 서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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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제의 벽을 넘어서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가르친다는 점에서는 스탠퍼드대도 다르지 않았다. 존 헤네시 전 스탠퍼드대 총장을 만난 오 총장은 대학 내 조직들이 인공지능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이를 더 잘 활용해 진정으로 교육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학제의 벽을 허물어야 하는데 이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헤네시 전 총장은 "우리는 매트릭스 조직을 실험해 보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 스탠퍼드대가 인간중심인공지능(HAI)센터를 만든 것도 모든 학과와 전공을 아우르는 인공지능 교육을 하겠다는 비전 때문이다. 오 총장은 "UC버클리와 스탠퍼드대 모두 유사한 방법으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연구 및 교육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며 "서울대 역시 2014년부터 데이터사이언스 이니셔티브를 발동했고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을 만들고 있는 만큼 이들의 사례를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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