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당 경쟁·환율 급등 등 대내외 악재 탓 / ‘노재팬’ 쇼크… 하반기엔 손실 더 커질 듯
한국 항공산업 날개가 꺾이고 있다. 항공 여객 수는 역대 최다를 찍었는데 국적 항공사들이 모두 2분기에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과당경쟁과 주 52시간 근무제, 환율 급등 같은 내외적인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 같은 실적은 일본 여행 불매운동 여파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어서 하반기 실적은 더 나빠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항공 이용객이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한 6156만명을 기록하여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전날 공시된 각 항공사 실적을 보면 국적 1위 대한항공은 연결기준으로 지난 2분기 986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아시아나항공은 1240억원 적자다.
공격적으로 기단과 노선을 확대하며 성장 가도를 달렸던 저비용항공사(LCC) 업계의 타격은 더 크다.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은 2분기 -274억원으로 5년 만에 분기 첫 손실을 기록했다. 티웨이항공(257억원)과 진에어(266억원·별도기준) 역시 모두 적자 전환했다. 비상장사인 이스타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도 모두 비슷한 상황이라는 전언이다.
업계에서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분위기다. 현재 운항하고 있는 LCC 6개사에 지난 3월 3개사가 추가로 신규 항공운송면허를 발급받았다. 이들을 중심으로 좌석 공급 확대가 계속되면서 운임 등의 경쟁력이 떨어졌다. 반면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으로 늘어난 공항조업비·인건비가 영업비용을 대폭 늘렸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화물운송 수입 감소와 고공행진 중인 원·달러 환율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국토가 좁아 국내 영업기반이 취약한 한국의 항공사는 국제선 항공운송수입 비중이 통상 전체의 80~90%에 달한다. 또 전체 매출의 40~50%가 달러, 엔화 등 외화로 결제된다. 유류비와 조업비, 시설이용비, 착륙료 등 공항시설 사용과 관련된 비용 역시 외화로 지급되는 비중이 높다. 환율상승(원화절하)은 수익성 저하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하반기 전망은 더 암울하다. 연중 가장 성수기인 8~9월 휴가철에 일본여행 불매운동이 불거진 데다, 대체 지역으로 떠오른 중국까지 외국 항공사의 신규 취항을 당분간 금지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 심화로 국내 항공사 전반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에는 한·일관계마저 악화하면서 하반기 성수기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