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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책과 삶]소설, ‘관습화된 읽기’에서 벗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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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김진영의 전복적 소설 읽기

김진영 지음

메멘토 | 304쪽 | 1만6500원

경향신문

<아침의 피아노>를 읽은 사람들은 기억한다. 철학자 김진영의 언어가 얼마나 진솔한가를. 암 투병을 하던 인생의 마지막 시기, 2017년 7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써내려간 234편의 일기는 그의 부재에 대한 안타까움을 고스란히 느끼게 만든다.

이 책은 2010년 총 10회에 걸쳐 진행했던 강의 ‘전복적 소설 읽기 - 소설을 읽는 8개의 키워드’를 녹취, 정리한 것이다. 죽음, 괴물, 기억, 광기, 동성애, 부조리, 고독, 정치라는 키워드로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카프카의 <변신>,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호프만의 <모래 사나이>, 토마스 만의 <베니스에서의 죽음>, 카뮈의 <이방인>, 한트케의 <왼손잡이 여인>, 볼라뇨의 <칠레의 밤>을 읽어낸다.

김진영은 강의를 시작하면서 말한다. “소설은 전방위적으로 읽어낼 수 있습니다. 소설 속에서 교훈 찾기를 배우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습니다. 관습화된 읽기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소설 읽기를 통해 사유 능력과 상상력의 자양분을 얻었다”는 그는 <변신>을 비극으로 바라보는 통상적 합의에 반대한다. 그가 집중해 바라보는 지점은 흉측한 갑충으로 변한 그레고르 잠자가 누이동생이 연주하는 어설픈 바이올린 소리를 들으려고 필사적으로 기어가는 장면이다. 이어서 하녀가 말라비틀어진 ‘그것’(벌레)을 빗자루로 쓸어버리는 장면이다. 하지만 이는 ‘소멸’이 아니라 ‘탈출’이다. 음악의 감동을 구하던 벌레에게 드디어 “미지의 양식에 이르는 길이 펼쳐졌다”라고 카프카는 썼다. 그래서 김진영은 “카프카의 본질은 엄청난 생의 충동”이라고 해석한다. 이런 식으로 8편의 소설을, 책 제목에도 적시했듯이 “전복적으로” 읽어내고 있다.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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