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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슈 홍콩 대규모 시위

[르포]중국군 개입 압박 뚫고···홍콩 시위대 빗속 비폭력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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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부터 장년층까지 다양한 집회 참가자

경찰이 행진 불허하자 '유수식' 묘수 찾아

경제 걱정에 6월 비해 참가자 수는 줄었다

중앙일보

18일 홍콩 빅토리아 파크. 1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원과 주변도로가 참가자들 가득 메워졌다. 현지 매체는 이날 오후 집회 참여 인원을 최대 135만 명으로 추산했다.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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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충돌은 없었다. 대신 시민들은 폭우를 맞으며 광장에서, 거리에서 구호를 외쳤다.

“송환법 철회하라”(Withdraw the bill), “홍콩에 자유를”(Free Hong Kong)

18일 오후 2시30분(현지시간, 한국시간 3시30분) 홍콩 빅토리아 파크 집회 현장. 경찰이 시위대의 폭력 행위에 강경 진압을 예고했지만 큰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집회는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시작됐다. 1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원에는 5~6살 아이를 데리고 나온 30대 가장, 20대 대학생, 40~50대 중장년까지 다양했다. 이날 집회는 오후 10시 즈음 끝났다. 시위대는 이날 집회에 약 170만명이 참가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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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현장에 아이들을 데려 온 제이슨씨. 그는 "아이들에게 미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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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데려온 제이슨(34)씨는 “아이들에게 미래가 있어야 한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홍콩 정부는 반드시 시민들의 5가지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5대 요구는 ▶송환법 철회 ▶시위대 ‘폭도’ 명명 철회 ▶시위 체포자 석방 ▶독립적 조사기구 설립 ▶보통 선거 실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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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에 참여한 20대 여성 두 명이 피묻은 안대를 하고 있다. 경찰에 고무탄을 맞아 한쪽 눈을 실명한 여성 시위대의 모습으로 경찰 폭력 진압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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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직업을 간호사라고 밝힌 50대 여성 민씨는 “캐리 람 행정장관이 시민들이 이렇게 시위하는데도 (요구사항을) 듣지 않아 답답해서 나왔다”며 “송환법 철회를 못박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환법 철회는 지금 홍콩 시위의 시발점이자 종착점이다. 홍콩 범죄인을 중국 정부가 데려가 조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이 법안은 홍콩 시민들에게 극도의 공포감을 불러 일으켰다. 쥐도새도 모르게 중국 본토에 붙잡혀 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6월 4일(100만명), 6월 15일(200만명) 대규모 시민이 거리 시위에 나선 이유다.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대부분 검정색 옷을 입었다. 한 20대 학생은 경찰이 검은 복장이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체포에 대한 두려움이다. 경찰의 폭력 행위에 항의하는 뜻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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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색 옷을 입은 집회 참여자 한 명이 '안돼'라고 적힌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가고 있다. 앞에 생략된 말이 뭐냐고 물었더니 '경찰 폭력'이라고 했다. 그는 K-POP 팬이라고 했다.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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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엔 한국에선 흔히 볼 수 있는 대형 브라운관이나 식전 행사인 율동, 노래가 없었다. 그저 진행자가 구호를 외치면 모두 따라하고 함께 함성을 지르는 게 반복됐다. 광장 뒷쪽에선 집회 진행자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지만 시민들은 울려퍼지는 구호를 듣고 따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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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빅토리아 공원 집회에서 나온 사람들이 도로를 통해 가두 행진을 하고 있다. 폭우가 쏟아져 모두 우산을 썼다.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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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회를 주도한 건 홍콩 시민단체연합체인 민간인권진선(民間人權陣線ㆍCivil Human Rights Front)이다. 지난 6월 200만 시위를 이끌었던 단체다. 민진에서 집회 진행을 맡고 있는 샘입(32)은 “경찰이 남용한 폭력에 대해 항의하는 것이 이날 집회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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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민간인권진선 집회서 단상에 올라 시민들의 구호를 주도한 샘입씨. 그는 중앙일보의 인터뷰 제의에 흔쾌히 응했다.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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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진은 이번 시위를 앞두고 경찰에 거리 행진 허가를 요청했다. 그러나 홍콩 경찰이 불허했다. 민진은 “폭력이 예상되더라도 행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고 맞섰다. 이같은 논쟁이 지난 며칠 내 홍콩 언론을 달궜다. 경찰은 빅토리아 파크에 10만 명 인원이 참석하는 것만 합법이라며 집회를 허가했다. 그러자 민진 측은 홍콩 시민에게 최대한의 시위 참여와 함께 일단 빅토리아 파크로 와달라고 주문했다. 집회 장소에 모인 인원이 10만 명이 넘으면 자연히 넘쳐난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지기 때문이다. 샘입은 “경찰이 시가 행진을 불허하고 공원 집회만 허용했기 때문에 공원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을 넘겨 자연스레 거리 행진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제시한 선을 지키면서 거리 행진도 하는 묘수인 셈이다. 물이 넘치면 자연스레 밖으로 흐르는 이른바 ’유수식(流水式)' 집회다.

집회 참가자들은 계획대로 움직였다. 공원 안에 있는 시민들이 조금씩 밖으로 나왔고 다시 밖에 있던 시민들이 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비가 내렸고 우산을 든 시민들의 움직임은 마치 물이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빠져 나간 시민들은 질서정연하게 홍콩 시내 거리를 행진했다. “홍콩 사람 화이팅”, “5대 요구 하나도 뺄 수 없다”는 구호를 외쳤다. 대표적 쇼핑거리 코즈웨이베이, 정부청사가 있는 에드미럴티, 금융기관이 밀집해 있는 센트럴 지구까지 홍콩 시내에 구호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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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를 마친 뒤 인근 홍콩 코즈웨이베이로 거리 행진에 나선 시민들. 우산이 물결을 이뤘다.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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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회는 최근까지 경찰과 시위대를 막론하고 폭력 행위에 대한 비판이 비등한 상황에서 열렸다. 주최측인 민진은 최대한 평화 시위 방식을 택했고 시민들도 적극 협조했다.

다만 이날 집회 참가자 수는 지난 6월에 비해 확연히 준 모습이었다. 홍콩 시위의 동력이 사그라들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중국군 개입 가능성과 홍콩 경제 추락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홍콩 시민들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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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완차이 지역에서 거리 행진을 하고 있는 시민들.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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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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