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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한국에 세계 최대 ‘직류 에너지 자립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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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LS산전, 전남 서거차도서 100% ‘직류 생태계’ 실험 성공

태양광·풍력으로 전력 생산…교류 전환 필요 없어 효율 향상

경향신문

LS산전과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이 전남 진도군 서거차도에 세계 최대 직류 에너지 자립섬을 조성했다. 서거차도에 설치된 태양광, 풍력 발전소 전경. LS산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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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에서 뱃길로 3시간을 달려야 닿는 면적 2.8㎢의 작은 섬 서거차도. 워낙 작고 육지와 멀리 떨어진 곳이라 섬 주민들은 그간 디젤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자체 생산해 썼다. 하지만 특산물인 돌미역을 말리는 미역건조장의 전력사용량이 많은 탓에 주민들이 전기 부족으로 불편을 겪는 일이 잦았다. 2016년 재생에너지와 직류배전을 실험할 섬을 찾던 한국전력 전력연구원과 LS산전은 상시적 전력난에 시달리던 서거차도를 테스트베드로 낙점했다.

오래된 디젤발전기에 의존하던 서거차도는 이제 태양광과 풍력 시설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직류 방식으로 각 가정에 공급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직류 에너지 자립섬’으로 변신했다. 한전 전력연구원과 LS산전은 진도군과 함께 ‘서거차도 저압 직류배전망 구축 및 운영 실증사업’을 완료했다고 19일 밝혔다.

전기는 안정적이고 효율적이지만 장거리 송전에 불리한 직류(DC)와, 불안정하지만 전압을 쉽게 올리고 내릴 수 있어 고압 장거리 송전이 쉬운 교류(AC)로 나뉜다. 그간 컴퓨터 등 가전에는 직류 방식이, 송·배전에는 교류 방식이 주로 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력반도체 기술의 발전으로 직류전력을 고압으로 만들어 송전하는 게 과거보다 비교적 쉬워지며 송·배전에서도 직류를 활용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전력사용량이 많은 데이터센터나 공장 등에서는 교류로 공급받은 전력을 직류로 변환해 사용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직류로 공급받은 전력을 쓸 수 있다면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서거차도에서는 발전원과 배전망 모두 100% 직류를 사용하는 ‘직류 생태계’를 만드는 실험이 진행됐다. 디젤발전기 대신 200㎾급 태양광 발전 시설과 100㎾급 풍력 발전 시설, 1.5㎿h급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직류 전기를 생산하고 저장하는 재생에너지 전원이 구축됐다. 터빈을 돌리는 발전기에서는 교류 전기가 생산되는 반면 태양광 패널과 풍력 시설에서는 처음부터 직류 전기가 만들어진다. 이와 함께 직류배전망과 에너지 통합운영 시스템, LED 가로등, 전기카트, 직류 디지털가전 등도 섬에 도입됐다. 태양광·풍력 시설에서 직류로 만들어진 전력을 직류로 송전해 직류로 사용하는 시스템이 갖춰진 것이다. LS산전 관계자는 “직류를 교류로 변환할 때 생기는 전력 손실을 줄인 결과 에너지 효율이 10%가량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한전 전력연구원은 앞으로 서거차도에서 확보한 직류 배전 기술을 토대로 본격 사업화에 나설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가구나 섬이 아닌 대형 건물에 직류 전력을 공급하는 1.5㎿급 직류 공급 시스템 구축 사업을 진행한다. LS산전도 향후 재생에너지 등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직류 시장 진출에 도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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