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파행을 거듭하던 국회 정무위원회가 지난 14일 150일 만에 법안소위를 열어 법안 심의를 재개했지만, 금소법은 이날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정부안을 포함해 총 5개의 금소법 제정안이 심의 대상에 올랐지만 순서가 21~25번째로 중후반부에 위치한 탓이다.
법안소위가 언제 다시 열릴지도 불확실하다. 추후 회의는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 인사청문회 이후에 열기로 했는데, 인사청문회 일정도 미정이다. 법안소위가 다시 열린다 해도 이전에 논의를 멈춘 곳부터 다시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심사 순서를 다시 선정해 논의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신용정보법 등 다른 금융혁신 관련 법안에 우선 순위가 밀리면 금소법의 연내 처리는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갈수록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 금융상품 때문에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이를 사전에 방지하고 보다 효과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9년째 국회를 표류하고 있다./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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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금소법은 2011년 처음 발의된 후 여러 차례 입법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등 금융감독 체계 개편안이 함께 논의되다보니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은 탓이다. 이에 정부는 감독체계 개편 내용을 제외하고 법안을 수정해 올려둔 상태다.
금소법은 금융소비자 보호와 관련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금융소비자 보호 관련 규제는 각 금융업권별 법에 따라 제각각 규정돼 있고, 그 수준도 미흡하다. 금소법이 제정되면 업권별이 아닌 상품 종류별로 금융상품 판매행위에 대한 규제가 가능해진다. 금융회사의 영업행위 준수사항이 보다 구체화되고, 이를 위반하면 감독당국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분쟁이 발생했을 때 고의·과실에 대한 입증 책임도 소비자가 아닌 금융회사가 지게 된다.
금소법 제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사이 금융 소비자 권익이 침해당하는 사례는 수차례 발생했다. 2008년 발생했지만 여전히 분쟁 중인 키코(KIKO·외환파생상품) 사태부터 저축은행 사태, 자살보험금과 암보험금, 즉시연금 미지급 분쟁 등 굵직한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최근 발생한 DLS 사태 역시 금소법이 있었다면 피해 규모를 보다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DLS는 원금 100%를 날릴 위험이 있는 ‘고위험’ 상품이지만 이를 판매한 금융회사는 ‘중위험’ 상품이라며 보수적인 투자자들에게까지 가입을 권유해 불완전판매 논란을 빚고 있다. 금소법 제16조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소비자의 투자 목적, 재산 상황, 투자 경험 등을 잘 파악해 권유해야 한다. 제20조는 불확실한 상황에 대해 단정적 판단을 제공하거나, 해당 금융상품이 우수하다고 알리는 ‘불완전판매’도 금지하고 있다.
사후 피해 구제 역시 수월해진다. 현재 소비자가 피해를 구제받을 길은 금융감독원을 통해 금융회사와 합의하거나 분쟁조정을 받는 것인데, 이를 통해서는 원금 일부를 받는 수준에 불과하다. 금소법 제48조는 금융회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을 위반해 소비자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에 위법행위로 인한 수입의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소법이 제정되면 금융회사의 사전 정보제공 기능이 강화돼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지고 불완전판매도 예방할 수 있다"며 "이는 소비자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라 이를 준수하는 과정에서 금융회사도 신뢰도를 올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여야 이견이 있었던 금융감독기구 개편 내용 등은 대부분 정리된 만큼, 하루빨리 금소법을 제정해 소비자 보호 기능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윤정 기자(fac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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