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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중고차 제국' 꿈꾸는 현대캐피탈…뒤에서 미소 짓는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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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플카’ 마케팅 강화
인증중고차 오프라인 매장도 늘리며 중고차 사업 확대
현대차도 중고차 매매업 진출 호시탐탐 기회 엿봐

현대캐피탈이 소리소문없이 '중고차 제국'을 일구고 있다. 현대캐피탈이 운영하는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플카'는 업계 1위 KB캐피탈의 '차차차'를 맹추격하고 있다. 여기에다 현대캐피탈이 인증한 딜러사가 직접 중고차를 매입해서 수리까지 마친 뒤 판매하는 인증중고차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고, 카셰어링을 통한 렌터카 서비스로도 사업을 확장했다. 중고차 생태계에서 현대캐피탈이 관여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다.

중고차 매매업계와 금융권에서는 현대캐피탈의 중고차 시장 공략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캐피탈 회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자동차 금융을 강화하고 있지만, 현대캐피탈의 움직임은 단순히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올해 말 중고차 매매업인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될 경우 현대자동차(005380)가 현대캐피탈이 만들어놓은 중고차 생태계를 고스란히 이어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관련 업계의 관측이다. 이렇게 되면 경쟁업체들을 단숨에 밀어내는 거대한 공룡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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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플카’의 메인 화면. /플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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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와 관련된 것이라면 뭐든 손대는 현대캐피탈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은 최근 '플카'에 대한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플카는 현대캐피탈이 작년 11월 출시한 '자동차 라이프 관리 앱'이다. 처음에는 자동차 관리 기능을 모바일로 통합해서 제공하는 걸 내세웠지만 9개월이 흐른 지금은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지난 19일 기준으로 플카에 올라온 중고차 매물은 7만4000여대에 달한다.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1위인 KB캐피탈의 '차차차'에 올라온 매물이 11만여대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바짝 추격하고 있는 셈이다. 중고차 매매업계 관계자는 "KB 차차차는 대대적인 마케팅과 수수료 제로 전략 등을 통해 일부러 몸집을 키운 경향이 있다면, 플카는 이렇다 할 마케팅이나 홍보가 없었는데도 소리소문없이 덩치를 키웠다"며 "플카가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서면 차차차와 비슷한 규모로 금방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은 이달 들어 플카 앱을 설치하고 가입만 해도 16만원 상당의 정비쿠폰북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출시 1년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서는 모습이다. 또 현대캐피탈은 현대캐피탈을 통한 할부 실적이 우수한 중고차 매매 상사를 인증 안심매매상사로 선정해 관리하는 등 중고차 매매업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현대캐피탈이 인증한 딜러사가 직접 중고차를 매입해 판매하는 인증중고차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현재 인증중고차 판매를 위한 오프라인 매장을 전국에 6개 운영 중인데, 이달 말에 경기도 용인에 한 곳을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온라인에서는 플카, 오프라인에서는 인증중고차 매장을 통해 온·오프라인 통합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카셰어링 플랫폼인 '딜카'를 통해 전국 250여개 렌터카 업체와도 제휴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중고차 생태계를 키운 덕분에 현대캐피탈은 중고차 시장에서 1위(자산 기준)를 달리고 있다. 현대캐피탈의 올해 1분기 기준 중고차 자산은 1조5913억원으로 KB캐피탈(1조4379억원)을 앞선다. 중고리스, 담보대출을 포함하면 현대캐피탈의 중고차 자산은 2조4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난다. 관련 업계에서 현대캐피탈이 이미 '중고차 제국'을 완성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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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의 인증중고차 매장 모습. /현대캐피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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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시장 노리는 현대차

중고차 매매업계와 금융권은 현대캐피탈 뒤에 있는 현대차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금은 현대캐피탈이 나서서 중고차 생태계에 현대의 영역을 다지고 있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현대차가 왕좌를 차지하지 않겠냐는 게 관련 업계의 관측이다. 현대차는 현대캐피탈 지분 59.6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현대차는 호시탐탐 중고차 매매업 진출을 노리고 있다. 중고차 매매업은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의 진출을 막아왔다. 하지만 적합업종 기한이 올해 2월에 끝나면서 빈틈이 생겼다. 중고차 매매업계가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다시 지정해달라고 요청하면서 동반위가 올해 말까지 관련 심사를 진행 중이지만, 이전과는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중고차 매매업계와 중소기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중고차 매매업에 진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배기량이 '3000cc 미만'인 중고차 매매는 하지 않고, 다른 중소형 딜러사와의 상생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방안을 동반위와 논의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한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본과의 무역 전쟁으로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느슨해지는 분위기여서 이 같은 방안이 실현될 가능성이 전보다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고차 매매업계는 현대차가 직접 중고차 사업에 뛰어들면 경쟁 구도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미 완성차 시장과 자동차 금융 시장을 현대차가 장악한 상황에서 중고차 시장의 빗장이 풀리는 순간 현대차를 막을 수 있는 경쟁자가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중고차 매매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중고차 매입에 나설 경우 일반 중고차 딜러사들은 매입 물량이나 가격 경쟁력, 혜택 등에서 경쟁이 되지 않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며 "지금은 여러 중고차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 인증중고차 서비스가 경쟁하고 있지만 현대차가 진입하는 순간 이런 경쟁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현 기자(i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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