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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경제와 세상]불황 극복하려면 뉴딜 정부가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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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둔화가 심상찮다. 일부 민간연구기관은 올해 한국 성장률이 2%도 어렵다고 전망한다. 수출의존 경제인 한국은 내년에도 다른 나라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내수 확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경향신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정부가 투자 촉진 조세 감면도 추진하지만 세계경제 둔화로 불확실성이 워낙 커 투자 증가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런 불황 상황에서는 가계소득 증가에 의한 소비 확대라는 소득주도성장도 어려워진다.

내수를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방안은 정부 지출뿐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사회복지 예산 비율이 매우 낮은 반면 경제예산 비율은 높은 편이다. 노인빈곤율, 자살률, 청년실업률과 저출산, 주거불안정 문제 등을 감안하면 무엇보다도 사회복지 확대가 시급하다. 따라서 대규모 경기대응 예산 편성은 국민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복지 분야를 우선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더욱이 사회복지는 고용유발 효과도 가장 크다.

그런데 경기대응을 위해 확대재정이 필요하더라도 사회복지 지출같이 한번 증가시키면 지속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가역적인 성격의 예산은 함부로 증가시키면 안 된다는 주장이 있다. 적자국채 발행에 의존한 경기대응 재정 확대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같이 완공되면 더 이상 예산 투입이 필요 없고 정부가 재량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재정사업에 국한해야 하며, 지속적 지출이 불가피한 사회복지 예산은 재원 마련 방안 없이 늘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태양광, 에너지효율 개선 등 녹색뉴딜이나 인공지능, 공유경제 지원 등 디지털 뉴딜 같은 재량지출 사업을 중심으로 경기대응 예산을 편성하면 갑자기 대규모로 예산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

2020년 예산안 증가율을 둘러싼 당정 협의과정에서 두 자릿수 증가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9% 이상 증가는 어렵다는 재정당국의 주장이 교차했다. 2020년 예산안에 사회복지 예산을 과감히 확대하면 두 자릿수 증가율의 예산안 편성은 어렵지 않다. 반면 재정건전성을 중시해 사회복지 확대에 소극적이면 대규모 경기대응 예산 편성은 쉽지 않다. 겉으로는 예산안 규모를 둘러싼 논쟁이지만 실제로는 사회복지를 둘러싼 재정건전성 논쟁인 것이다.

경제가 정상 상황이라면 사회복지 예산은 재원 대책을 마련하고 확대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기다. 미·중 무역분쟁, 일본 경제도발 등 불확실성 증가와 수출 감소 영향을 충분히 상쇄하는 내수 확대가 이뤄지지 못하면 성장률 하락과 조세 수입 둔화로 재정건전성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

정부는 고교 무상교육을 2019년 2학기에 3학년부터 먼저 실시하고, 2020년 2·3학년, 2021년 전 학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재정 확대가 시급한 상황에선 2020년부터 전면 고교 무상교육을 단행할 수 있는 것이다. 재원 마련 문제로 사회복지 사업은 대부분 단계별 확대 실시로 계획이 짜여 있다. 어차피 확대할 사업이라면 2020년부터 앞당겨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계획에 없던 복지사업을 한다면 장기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겠지만 어차피 실행할 복지사업을 국채 발행으로 1~2년 앞당겨 실행하는 거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으며 내수 확대로 성장률 둔화를 막아 재정건전성에 긍정적 기여를 할 수도 있다.

국가채무의 44%는 금융성 채무이며 국가채무 비율은 그대로이고 일반정부와 공공부문 부채비율은 하락해 재정여력이 강화됐다. 국고채 잔액은 2015년 485조원에서 2018년 567조원으로 증가했지만 국채 이자비용은 2015년 17조7000억원에서 2018년 16조9000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국채 발행 여력은 증가하고 이자 부담은 감소한 현 상황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2019년 470조원 예산은 전년 본예산 대비 9.5%, 추경 포함 대비 8.5% 증가한 슈퍼예산이라고 한다. 과연 이 정도 증가한 슈퍼예산으로 경기대응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를 보면 2020년 예산안을 어느 정도 증가시켜야 할지 답이 나온다. 내년 경제는 올해보다 더 나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정부를 내세웠지만 이름에 걸맞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일자리정부 약속을 제대로 지킬 생각이라면 경기 하강에 확실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2019년 예산 증가율을 뛰어넘는 2020년 예산안을 내놓아야 한다. 2018년 초과세수에 의한 긴축재정, 불황 타개를 하기 부족한 소규모 추경 등 재정 운용과 관련해서 문재인 정부는 소극적 정부였다. 예산안 편성 막바지 단계다. 이번 불황을 극복하려면 적극적 뉴딜 정부가 돼야 한다.

조영철 |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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