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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43조 ELS 투자자, 홍콩의 '홍'자만 나와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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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반정부 시위가 두 달 넘게 장기화하자, 홍콩 증시에 연동되는 주가연계증권(ELS)에 돈을 넣은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홍콩 증시의 H지수는 홍콩 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기업 중 텐센트·평안보험 등 50개 우량 종목으로 구성돼 있는데, 국내에서 팔리는 지수형 ELS의 주요 기초 자산이다. 20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발행된 ELS 중 67%의 기초 자산이 홍콩H지수였다. 그런데 지난 4월 1만1800을 넘었던 홍콩 H지수는 이달 들어 9840선까지 하락하며 부진한 모습이다. 올해 고점보다 15% 정도 떨어진 것이다. 문제는 홍콩 시위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증시가 계속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ELS 투자자가 처음 제시됐던 연 4~6% 수준의 수익률을 챙기려면, 가입 기간 중 홍콩H지수가 가입 때의 50~60%인 원금 손실 기준선(녹인) 아래로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 금융 당국은 지금 당장 국내 ELS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6일 점검 회의를 열고 "홍콩H지수 ELS의 경우, 투자자들이 원금 손실 구간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다"고 밝혔다.

조선비즈

홍콩 반정부 시위가 두 달 넘게 이어지면서 홍콩 증시에 연동되는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 홍콩 공항을 점거한 한 시위대원이 헬멧과 마스크 차림을 한 모습. /연합 로이터



◇홍콩지수 ELS 미상환액 43조원

홍콩H지수 연계 ELS는 지난 2015년 저금리 시대의 국민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으며 엄청난 인기를 모았다. 홍콩H지수는 유럽·일본 등 선진국 지수와 비교하면 변동성이 커서 예상 수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시 중국 본토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홍콩 주가도 반 토막 나자, 홍콩H지수 ELS는 한순간에 '국민 재앙(災殃)'으로 추락했었다. 당시 개인 투자자들이 대규모 원금 손실을 볼 가능성이 사회 이슈로 불거지자, 증권사들은 자율 합의를 통해 H지수 ELS 판매를 한동안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투자자들은 당시 홍콩H지수 ELS가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 원금을 크게 잃을 수도 있는 상품이라는 사실을 경험했지만, 여전히 계속되는 저금리로 고수익에 목마르게 되고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자 또다시 같은 상품으로 몰려갔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홍콩H지수 관련 ELS 미상환액은 약 42조6000억원에 달한다. 하인환 메리츠종금 연구원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 사태와 관련해 중국 당국이 폭력을 사용한다면 미·중 간 무역이 매우 어렵게 될 것이라며 무력 진압 가능성에 대해 강력히 경고했다"면서 "은행에서 고객들이 대규모로 예금을 인출하려는 뱅크런(Bank Run) 가능성도 제기되는 만큼 잘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짐 크레이머 미 CNBC 진행자 겸 금융분석가 역시 최근 "미·중 무역 전쟁보다 홍콩 반정부 시위가 좋지 않은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에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당장은 손해 없지만 장기화 땐 충격"

홍콩H지수가 이달 들어 7개월 만에 1만 선이 붕괴되는 등 약세를 보이자, 온라인 재테크 카페에는 '내가 가입한 ELS는 안전한가요'라는 투자자들의 질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선 홍콩H지수 ELS의 경우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녹인'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고 입을 모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 있는 ELS 상품들의 원금 손실 가능 선이 50~60% 정도로 설계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H지수가 7500~8000선까지 내려와야 손해가 날 텐데, 당장 그렇게 되기는 힘들어 보인다"면서 "다만 지난 2015년 H지수가 급등했다가 폭락해서 반 토막 났던 사례가 있는 만큼 낙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만약 중국의 무력 진압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의 홍콩의 위상이 무너지고, 외국인 자금이 홍콩에서 대거 빠져나가면서 지수가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ELS를 고점에서 가입해 원금 손실을 볼까 봐 불안하다면 중도 환매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5% 안팎의 수수료가 떼이므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최종 수익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에는 유의해야 한다.

☞ELS(주가연계증권 Equity Linked Securities)

특정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가 일정 기간에 정해 놓은 범위에 있으면 약정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금융상품. 홍콩H지수 등 2~3개의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지수형 ELS'와 삼성전자·아마존 등 개별 종목에 연동되어 움직이는 '종목형 ELS'가 있다. 통상 기초자산 가격이 투자 기간 중 40~60%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4~8%씩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그 이상 떨어지면 원금을 잃을 수 있다.

이경은 기자(div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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