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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이슈 은행권 DLS·DLF 사태

[현장에서]우리·하나銀, DLS 대란에 '벙어리 냉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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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아닌 적격투자자 대상 판매

"원금 손실 가능성 설명했는데…"

분쟁조정 후 소송까지 가면 최악

사태 장기화 땐 이미지에 큰 타격

이데일리

한 시민이 서울의 한 빌딩 내에 있는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ATM 기기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사태가 길어질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일단 금융감독원의 판단을 기다려보는 수밖에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S)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인사들은 요즘 마른 하늘에 날벼락 맞은 심정이다. 우리은행은 국내 영업을 총괄하는 정채봉 부문장이 직접 나서 대응하고 있고 KEB하나은행은 박세걸 자산관리(WM)사업단장을 총괄로 해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두 은행이 한다는 건 철저히 ‘방어’가 초점이다. “회의를 거듭해도 딱히 직접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게 이들의 토로다.

두 은행 내부에는 ‘우리도 잘못이 없지는 않다’는 기류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은행권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은행이 사모펀드 상품을 판 건 최근 1~2년입니다. 사모펀드이기는 하지만 안정적인 이미지의 은행 이름을 걸고 법인이 아니라 개인에게까지 팔아도 되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지요. 억 단위로 투자한 개인 중 상당수는 속된 말로 재미를 봤겠지만 그렇지 않은 고령자 등도 적잖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해외금리연계 DLF(DLS를 담은 펀드) 판매액 4012억원 중 3414억원이 개인에게 팔렸다. KEB하나은행도 3876억원 가운데 3603억원이 개인에 판매됐다.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을 보면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에 1억원 이상 투자하는 개인은 ‘일반투자자’가 아니라 ‘적격투자자’다. 이들에게 원금 손실 가능성 같은 ‘설명의무’도 지켰다는 게 두 은행의 주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손해를 배상하는 첫 전례를 남기는 게 옳은지에 대해서는 은행권 내부에서 반대 분위기도 감지된다.

문제는 상황이 단순하지 않다 보니 금감원만 쳐다보는 것 외에 은행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점이다. 한 관계자는 “금감원의 검사가 부담되고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신속하게 마무리 짓기 위해 은행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가장 우려하는 건 사태의 장기화다. 이번에 원금 손실이 불가피한 투자자도 결국 두 은행이 발로 뛰어서 만든 고객이다. 사태가 길어질수록 두 은행의 평판은 흔들리고 영업은 타격 받을 게 뻔하다. 만에하나 두 은행과 투자자 중 한 쪽이 분조위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소송으로 간다면 최악의 경우다. 정확한 근거와 기준으로 상황을 끝내야 하는 건 맞지만 고객과 법정에서 싸우는 게 은행에 이익일지 아닐지는 다시 따져볼 문제다. 그야말로 ‘벙어리 냉가슴’인 것이다.

또다른 시중은행 고위인사는 “다른 은행들도 사모펀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이번 첫 전례가 중요하다”며 “금감원의 판단 과정에서 투자자 외에 금융사의 입장도 균형있게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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