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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이슈 은행권 DLS·DLF 사태

원금 날린 DLS 투자자 3600명, 손해배상 얼마나…40%냐 70%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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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동양그룹 분쟁조정위 땐

1명만 70% 배상..나머지는 40%

이번 'DLS 대란' 상품 모두 '사모'

적정성 원칙 적용 못받아 쟁점 예고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내년 은퇴를 앞둔 A씨는 노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은행이 판매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에 1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가 속을 썩고 있다. 원금의 90% 이상 투자 손실이 나서다. A씨는 “은행 직원이 독일 채권이 세상에서 제일 안전하다고 해 투자한 것”이라며 “은행을 무조건 믿었다가 속았다”고 토로했다.

최대 95% 원금 손실이 예상되는 해외 금리 연계형 DLS(파생결합증권)와 DLS를 담은 펀드 투자자 3000여 명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은행의 손해 배상액이다. 금융감독원이 “DLS를 판매한 금융회사에 잘못이 있었다면 투자자에게 손실을 배상하도록 권고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분쟁 조정이나 법정 소송 등을 통해 원금을 얼마나 건질 수 있을지 투자자들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투자자 손해배상액, 판매과정 과실 따져 결정

이데일리

(그래픽=김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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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통상 금융 투자 상품 불완전 판매가 벌어지면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 의무 △부당 권유 금지 등 네 가지 항목을 따져서 개인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손해 배상액을 결정한다. 금융회사가 상품 판매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상의 이런 투자자 보호 규제를 얼마나 잘 지켰는지 조사해 규정을 어겼다면 법 위반 정도에 따라 배상 비율(투자자의 손실액 대비 배상액 비율)을 책정한다.

적합성 원칙이란 금융회사가 투자자 재산에 견줘 과다한 투자 등 부적합한 투자를 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적정성 원칙은 DLS처럼 원금 손실 위험이 큰 파생 상품이 투자자에게 적정하지 않다면 그 위험성을 미리 알려야 하는 의무를 말한다. 금융사는 상품 내용·투자 위험·수수료 등을 반드시 설명하고 거짓으로 투자 권유를 하거나 방문·전화 등을 통해 투자자가 원치 않는 투자를 권해서도 안 된다.

투자자들은 DLS를 주로 판매한 우리은행·KEB하나은행 등이 “예금처럼 원금 손실이 없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고 주장한다.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은행에서 DLS 펀드에 가입한 개인 투자자는 모두 3627명에 이른다. 전체 DLS 투자자(3654명)의 99%다. 이 중 29명(이달 16일 기준)은 이미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을 상대로 금감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과거 사례를 보면 금융회사가 설명 의무를 위반하는 등 불완전 판매 시 투자자 손해 배상 비율은 손실액의 40% 내외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이 2005년 판매한 고위험 파생 상품인 ‘파워인컴펀드’의 경우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투자자에게 50%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대법원은 배상 비율을 이보다 낮은 20~40%로 확정판결했다.

2013년 동양그룹 계열사의 부실 기업어음(CP)과 회사채에 투자했다가 원금을 날린 투자자도 금감원 분쟁조정위는 배상 비율을 15~50%로 정했다. 투자자 중 단 1명만 손실액의 70%를 배상받았고, 이를 제외한 일반 투자자의 기본 배상 비율은 20~40%였다.

◇사모펀드 투자자는 보호 규제 ‘느슨’…분쟁심의 변수로

이데일리

(그래픽=김정훈 기자)




DLS 투자자도 이전 사례처럼 손실액의 40% 안팎을 배상받을까? 이번엔 변수가 있다. DLS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공모형 상품이 아닌 모두 사모펀드 형태로 팔렸다는 점이다.

사모펀드는 49명 이하의 투자자에게서 돈을 모아 주식·채권·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펀드다. 일반 금융 투자 상품과 비슷한 성격의 ‘전문 투자형 사모펀드’와 기업 지분 인수 후 직접 경영을 목적으로 하는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PEF)’로 구분된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가족과 함께 투자한 펀드는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다.

이중 DLS와 같은 전문 투자형 사모펀드는 개인의 경우 최소 투자액이 1억원 이상인 일반 투자자와 금융 투자 상품 잔고가 5억원 이상(1년 이상 계좌 보유)이면서 연 소득 1억원 또는 재산 10억원 이상인 전문 투자자만 투자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사모펀드에 돈을 넣은 개인 투자자는 법상 적합성, 적정성 원칙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융 상품 투자 경험이 많고 손실 감당 능력이 있다고 보고 느슨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모펀드 투자자는 금융 상품의 위험성 등을 어느 정도 인지할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간주하는 것”이라며 “향후 분쟁조정위에서 배상 비율을 결정할 때도 이런 부분이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DLS가 개인이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춰야만 투자할 수 있는 전문 펀드 상품인 까닭에 투자자의 배상 비율 결정 때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내부 규정에 펀드 같은 파생 상품을 팔 때 반드시 자체적으로 적합성과 적정성 원칙을 적용하라는 조항이 있다”면서 “이런 은행 내규상의 적합성, 적정성 원칙 위반을 배상액 결정에 반영할 수 있는지 유권 해석을 받아보고, 그게 안 되더라도 법률 검토를 거쳐 이를 고려해 투자자 배상 비율을 따질 것”이라고 했다.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펀드 투자액이 1억원을 넘는다는 것만으로 전문성 있는 투자자라고 볼 순 없다”며 “법상 요건을 기계적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실제 사실관계를 따져보고 투자자 성격과 손해 배상 비율 등을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DLS의 원금 손실 위험이 다른 상품보다 현저히 크다면 그에 비례해 손해 배상액을 정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DLS

DLS는 금리·환율·원자재 등 투자 자산이 투자 기간 정해진 구간을 벗어나지 않으면 투자자에게 약속한 수익률을 지급하고, 구간을 벗어나면 원금 손실을 보는 구조의 금융 상품이다. DLF는 이런 DLS에 투자한 펀드다. 금감원에 따르면 독일 국채(10년 만기) 금리 연계형 상품의 판매액은 1266억원으로 현재 예상 손실률이 95.1%, 미국·영국 이자율 스와프 금리 연계형 판매액은 5973억원으로 예상 손실률이 56.2%에 달한다. 해당 상품 투자자가 투자 원금의 56.2%, 95.1%를 날린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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