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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문득 궁금]‘특수大 경쟁률 1위’ 경찰대, 12년만에 사관학교에 밀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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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학년도 경찰대 입시경쟁률 47.5대1
48.7대1 기록한 공사에 역전…육사도 44.4대1 ‘역대 최대’
"병역·학비 지원 등 특혜 사라진 영향"
학원가 "올 초 사관학교로 방향 튼 학생 속출"

서울 대치동의 한 고등학교에서 내신 성적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해 온 3학년 A(19)군은 2년 동안 경찰대학 입시를 준비하다 지난 3월 돌연 육군사관학교를 준비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앞으로 경찰대 학생에게 주어지는 각종 혜택이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서다. A군은 "사관학교 입시 시험은 수능과 비슷한 데 비해 경찰대 시험은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높다"며 "진로를 바꾼 뒤 오히려 준비할 것이 줄어들어 수월해졌다"고 했다.

육군사관학교(육사)·공군사관학교(공사)·해군사관학교(해사)·국군간호사관(국간사) 등 4개 사관학교와 경찰대 등을 일컫는 군·경 특수대학들 중 최근 12년 동안 입시경쟁률 ‘부동의 1위’를 차지해 온 경찰대가 2020학년도 입시에서 처음으로 사관학교에 밀리는 일이 발생했다. 오히려 공사와 육사는 올해 역대 경쟁률 최고치를 경신했다.

조선일보

2019년 경찰대학생·간부후보생 합동임용식이 지난 3월 12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대학 운동장에서 열려 임용 경찰관들이 정모를 던지며 임용을 축하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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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치러진 경찰대 입시경쟁률은 47.5대 1. 신입생 정원 총 100명에 모두 4745명이 몰린 것이다. 이는 같은해 공사가 기록한 48.7대 1에 뒤지는 수치다. 육사와 국간사 입시경쟁률인 44.4대 1과 44.3대 1과도 크게 차이나지 않는 숫자다. 올해 처음 원서 접수 단계에서 자기소개서를 요구해 허수가 걷힌 해사(25.1대 1)를 제외하면 경찰대의 인기도는 사관학교에 비해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매년 30% 격차로 입시경쟁률 1위 차지한 경찰대, 올해 공사에 역전
경찰대의 입시경쟁률은 그동안 군·경 특수대학들 중 부동의 1위를 차지해왔다. 2009학년도부터 2018학년도까지 최근 12년 동안의 입시경쟁률 차이를 살펴보면 경찰대와 사관학교들 간에는 대부분 30%가 넘는 격차를 보이고 있다.

경찰대 입시경쟁률은 △2009학년도 46.7대 1 △2010학년도 56.8대 1 △2011학년도 63.2대 1 △2012학년도 63.5대 1 △2013학년도 63.7대 1 △2014학년도 60.4대 1 △2015학년도 66.6대 1 △2016학년도 97대 1 등 꾸준한 상승률을 보여왔다. 그러다 2017학년도에는 113.6대 1을 기록해, 살인경쟁률이라고 불렸다.

육·해·공사는 같은 기간 꾸준히 20~30대 1의 입시경쟁률을 나타냈다. 2009~2018학년도 중 가장 높은 입시경쟁률은 육사가 2018학년도 32.8대 1, 공사가 2017학년도 39대 1, 해사가 2018학년도 39대 1을 기록했다.

조선일보

그래픽=이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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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17학년도를 기점으로 지각 변동이 오기 시작했다. 경찰대는 그해 113.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최고점을 찍고 △2018학년도 68.5대 1 △2019학년도 57.3대 1 △2020학년도 47.5대 1로 쭉 하락 추세다. 2018학년도부터는 사관학교와 경찰대의 1차 시험이 같은 날 치러지기 시작해 중복 지원이 불가능해졌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해사를 제외한 육사, 공사는 꾸준히 소폭 상승해왔다. 결국 지난달 27일 치러진 2020학년도 입시 결과, 경찰대는 공사 입시경쟁률에 역전 당했다.

◇"軍, 학비지원 혜택 사라지니"…학원가엔 진로 바꾸는 학생 속출
경찰대 입학 경쟁률 추락은 학생들에게 제공되던 학비·군 복무 혜택 등이 상당 부분 줄거나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대는 그동안 ‘엘리트 청년경찰’의 산실(産室)로 불려왔다.

경찰대에 입학한 뒤 졸업까지 성실히 마치기만 하면 경찰 간부직(경위)이 대체로 보장된다. 그만큼 혜택도 컸다. 남학생의 경우 의경 등으로 구성된 기동대 소대장으로 일하며 군 복무를 대신할 수 있었다. 학비와 기숙사비도 국비 지원돼 전액 면제됐다.

그러나 최근 경찰대가 개혁안을 내놓으면서 특혜 대부분이 사라질 전망이다. 당장 정원의 88%를 차지하고 있는 남학생들에게는 군 복무 사안이 영향을 미치게 됐다. 앞으로 경찰대생들은 졸업 이후 개별적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2023년 의경 제도 전면 폐지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대학 관계자는 "현재 1학년인 2019학년도 입학생부터 군 전환 복무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학비 전액 지원제도 특혜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추진 중인 경찰대학 설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2021학년도부터 그동안 국비로 지원되던 학비는 개인 부담해야 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경찰대가 있는 충남 지역 국립대 1년치 등록금 수준으로 개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경찰대 순혈주의도 사라진다. 경찰대는 앞으로 일반인에게도 문호를 개방하는 차원에서 3학년 편입학 제도를 도입하고 입학연령 등 각종 제한을 완화한다.

특혜 축소 소식이 알려지자, 학원가에는 일부 경찰대 준비생들이 올해 초 돌연 사관학교 입시 쪽으로 방향을 트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찰대와 사관학교 전문 강의 5년 경력의 강사 이상인(42)씨는 "고3 학생들 중 4월까지 경찰대반에서 공부하다가 사관대비반으로 5월에 옮긴 학생들이 꽤 된다"고 했다. 경찰대 입시전문 학원인 스카이입시교육의 노환기 원장도 "제도가 바뀐 것을 보고 올해 초 사관학교로 방향을 튼 학생이 더러 있다"며 "경찰대 입시가 사관학교보다 까다롭기 때문에 전향에 따른 부담도 덜하다"고 했다.

경찰 개혁은 경찰대가 그동안 ‘순혈주의’와 엘리트 의식을 바탕으로 한 조직 내 줄 세우기 문화와 고위직 독식의 온상으로 지목되면서 추진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슈와도 연관돼 있다. 일각에선 수사권 조정안을 얻는 대신 경찰이 경찰대 개혁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힘빼기’에 나서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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