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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지소미아 담판 불발…협약 유지하되 정보교류는 중단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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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1일 중국 베이징 외곽에 위치한 구베이수이전 마을에서 제9차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를 앞두고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가운데)이 손가락을 들어 하늘을 가리키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해당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EPA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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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외교장관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통보 시한을 사흘 앞둔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양자회담을 했으나 의미 있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외교 수장 간 마지막 담판이 무위로 돌아감에 따라 지소미아 처리를 두고 청와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이날 오후 2시께(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외곽의 관광지 구베이수이전 내 한 호텔에서 약 35분간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했다.

두 장관은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포함해 강제징용 재판·일본 수출규제 조치·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 등 한일 제반 사안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지만 유의미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오후 2시 35분께 굳은 표정으로 회담장에서 나온 강 장관은 지소미아에 대해 의논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네"라고 짧게 답한 뒤 "드릴 말씀이 없다"며 자리를 떠났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소미아와 관련해 "저쪽(일본 측)에서 먼저 (언급을) 했다"며 "원론적으로 답변했다. 아직 검토 중이라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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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외무상도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소미아에 대해 "미·일, 한·미·일에서 중요한 것이라 확실히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내용에 대해 대외적으로 말하진 않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마지막까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모양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서울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주최 토론회에 참석해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한 '하이브리드형 연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정 자체를 폐기하지는 않지만 정보 교환을 중단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교류를 차단하는 방법이다. 지소미아가 상징하는 '한·미·일 3각 공조'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안보 협력 수준을 낮추는 방안으로 해석된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21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 참석해 "정부 차원에서 신중하고 깊이 있게 검토하고 있다"며 "조만간 정부 결정 사항이 발표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지소미아를 폐기하면 한·미·일 군사동맹이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는 "전략적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답했고, 지소미아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으니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 아니겠나. 도움이 안되면 바로 파기하면 된다"고 답했다.

실제로 군은 지소미아를 근거로 북한이 최근 연달아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일본과 관련 정보를 교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양국은 5월 9일, 7월 25·31일, 8월 2·6·10·16일 북한의 발사체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강 장관은 일본 정부가 8월 2일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는 각의 결정을 강행한 데 대해 재차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상황의 엄중함을 지적하는 한편 일본 정부가 지금이라도 해당 조치를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며 "고노 외무상은 자국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해 설명했다"고 말했다.

또 "강 장관은 아울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엄중한 인식을 전달하고, 일본 정부의 현명한 결정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고노 외무상은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한국 측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 며 "경제산업성은 '조건이 갖춰지면 대화한다'는 것이다. 이건 양측 무역당국에서 논의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뼈 있는 말로 일본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3국 협력을 위해선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는 정신을 잊어서는 안된다"면서 "자유로운 무역 환경이 자리 잡아야 한다는 3국 외교장관의 공감대를 각국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며 이를 토대로 자의적인 무역보복 조치를 배제하고 역내 무역의 불확실성을 걷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노 외무상은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 없이 3국 협력 강화의 중요성만 언급했다.

두 장관은 전날 있었던 만찬에서도 서로 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이 두 장관 사이에 앉아 21일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를 잘하자는 취지로 운을 뗐으나 강 장관이나 고노 외무상은 답사 없이 기념촬영을 하는 것으로 자리를 마무리했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 서울 = 안두원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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