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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일제시대와 독립운동, 21세기 미술로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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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술가들, 임정 100돌 맞아

다양한 매체 활용 프로젝트 선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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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전시장에 힙합음악과 영상이 돌아간다. 배경은 이슥한 밤 서울 종로와 안국동, 광화문 도심. 차들이 오가는 도로와 인도의 행인을 찍은 폐회로티브이 영상이 대형 화면에 뮤직비디오처럼 반복되고, 청년 래퍼의 읊조림이 음울하게 겹쳐진다. ‘의식 무의식 모두 무제 … 두려움이 몰려온다 … 불길한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서울 홍대 앞 대안공간 루프에서 선보이고 있는 전소정 작가의 2채널 영상물 <텔레포트는 폐쇄회로를 살해하였는가>의 얼개다. 작품은 1930년대 천재 시인 이상의 초기 시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다. 폐회로 카메라가 언제 어디서나 자신을 포박하는 현실에 진저리 난 작가의 심경을 표출한 것인데, 30년대 초 경성에서 살던 시인 이상의 초기 시를 떠올리며 만들었다는 설명이 이채롭다. 근대공간의 군중과 빌딩, 거리에서 느낀 현기증을 표현한 이상의 시어들을 21세기적인 상상력으로 불러낸 것이다.

이 작품은 루프의 기획전 ‘우리는 만날 수밖에 없다: 제1장. 상처 입은 많은 이들이 모니터 밖으로 걸어 나와, 나를 외면한 채 지나쳐 간다’(9월8일까지)의 일부다. 전시는 19~20세기 근대기 한반도와 대만의 역사를 작가의 상상력과 교직한 실험적 시도들로 충만하다. 대만의 독립 큐레이터 차이자전이 기획하고 한국과 대만 작가 4명이 영상, 사진, 텍스트 이미지 등의 작업으로 동참했다. 전시장엔 일제 식민지로 수탈당했던 한국과 대만의 굴곡진 역사들이 건축·설화·노래·사진 등으로 나타난다. 대만 작가 천페이하오의 다큐 영상작업은 서양 여성에게 제사 지내는 팔보공주 사당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19세기 대만 원주민이 미국인 표류자를 학살하는 사건을 목격한 미국 외교관 찰스 르장드르가 주인공인데, 그는 구한 말 조선의 외교고문으로서 명성왕후 시해사건도 지켜봤다는 비사를 소개하면서 대만과 조선의 내밀한 인연을 엮어낸다. 정재연 작가는 영상 내레이션인 <토대를 위한 스케치>에서 1995년 철거 직전까지 박물관으로 쓰였던 옛 조선총독부 내부를 관람했던 아련한 기억들을 털어놓는다.

식민지 수탈 역사와 임정 발자취
영상·사진·초상 등으로 재구성

2000년대 이후 젊은 현대 미술가들에게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식민지의 역사적 기억들은 다루기 꺼린 소재였지만, 임시정부 수립 100돌을 맞은 올해는 양상이 달라졌다. 다양한 매체와 아카이브 분석 등을 활용한 현대미술 역사 프로젝트가 잇따른다. 서울 평창동 토탈미술관의 특별전 ‘로드쇼: 상하이에서 충칭까지’(9월15일까지)도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신보슬 기획자가 김도균, 노순택, 문형민, 이동재 등 작가 13명과 손잡고 만든 전시는 현대미술 작가들이 임시정부 발자취를 함께 탐방한 기록을 갈무리한 첫 작품 마당이다. 지난 3~7월 상하이, 충칭 등 임시정부의 중국 내 사적지를 돌아본 작가들은 임정요인들 초상을 재구성하거나, 임시정부 관련 언론사 기사의 주요 단어와 사진의 색상 이미지들을 시각데이터로 조합한 작업들을 내놓았다. 11~12월 중국 상하이 한국문화원에서 순회전도 연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토탈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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