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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한복 입은 '에반게리온' 소녀상… '혐한 발언' 작가에 일본인들도 등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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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 작가 "더러운 소녀상" 발언 논란 그 후… / 사다모토 요시유키 "ADHD 앓아 생각 없이 한 발언" / 日 유명 영화평론가 "차별적 발언… ADHD 아니라 DHC 때문이겠지" / 日 SNS 중심으로 한복 입은 '에반게리온' 등장인물 이미지 확산

세계일보

일본의 유명 만화 ‘신세기 에반게리온’ 작가(캐릭터 디자인) 사다모토 요시유키(57)가 평화의 소녀상을 ‘더러운 소녀상’이라며 혐한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낸 가운데, 국내는 물론 일본 내에서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의 유명 영화평론가인 마치야마 토모히로는 사다모토의 이런 발언에 작심비판하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마치야마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일 혼혈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트위터에 “(사다모토는)동상과는 별개로 정치적 배경이 싫다고 말하는 편이 차라리 나았겠다. 소녀상은 정치적 맥락 없이 순수한 조형물로만 보면, 전형적인 한국인 소녀를 담담하게 묘사한 것일 뿐이므로 그 것을 쓰레기라든가, 더럽다고 매도하는 건 차별적”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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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평론가 마치야마 토모히로의 트위터 글과 사다모토 요시유키의 댓글. 트위터.


해당 트윗을 본 사다모토는 댓글을 달았는데, “존경하는 마치야마씨한테 그런 말을 들으니 괴롭다”라며 “이번 건은 미군 전차에 치여 죽은 소녀의 일이라는 것까지는 몰랐다. 나의 발달장애(ADHD)를 완전히 드러내 보이며 아무 생각 없는 발언들을 해 버렸다. 내가 뭐라고 말하든 모두 변명이 되니까 입 다물고 비판을 받아들이려 한다”고 했다.

이 글에서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가 언급된 것은, 사다모토가 자신의 혐한 발언 때문에 일본 내에서도 뭇매를 맞고 그의 동료들까지 등을 돌리자 “ADHD 증세 때문에 나온 발언이었다”고 해명했기 때문. 이 발언은 일본 내에서 “ADHD 환자들을 비하하고 욕 보이는 발언”, “ADHD 있으면 그런 막말 지껄이나?” 등 또 다른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또 ‘미군 전차에 치여 죽은 소녀의 일’이라고 한 것은 평화의 소녀상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것이 아닌,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의해 사망한 신효순·심미선양 사건 때문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사다모토의 댓글에 마치야마는 다시 “ADHD가 아니라 DHC(방송 중 극우 성향 패널들의 잇단 혐한 발언으로 논란이 된 일본 기업)가 원인이 아닐까?”라는 의미심장한 답글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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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이치현에서 열린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 전시됐던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 연합뉴스


앞서 지난 9일 사다모토는 자신의 트위터에 “더러운 소녀상. (중략)현대 예술에게 요구되는 재미! 아름다움! 놀라움! 즐거움! 지적자극성이 전무한 천박한 넌더리밖에 없다”는 등 글을 올려 평화의 소녀상과 이 소녀상을 전시했다가 중단해 물의를 일으킨 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를 대놓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소녀상은 프로파간다(선전선동)를 예술로 포장한 것일 뿐, 예술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뉘앙스로 비꼬았다.

이에 일본 내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수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예술가들과 동료 작가(만화가, 애니메이터)들을 중심으로 비판 글이 쏟아졌다.

일본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Q’ ‘공각기공대’ 등에 참여한 이노우에 토시유키는 지난 10일 트위터에 “(아이치 트리엔날레를 두고)‘표현의 부자유전’, 전시 중단까지는 상상도 못했지만 (일본이)훌륭하게 표현을 부자유하고 있다는 것을 폭로한 것 같아 통쾌하다”라며 “더러운 본성이 드러난 동업자(사다모토 요시유키)도 있어서 기분이 복잡하지만”이라고 적어 반향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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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을 입은 에반게리온 캐릭터 이미지. 온라인 커뮤니티


일본 SNS를 중심으로 ‘한복을 입은 에반게리온 캐릭터’ 이미지들이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는 점 또한 눈여겨 볼 만하다. 이 이미지들은 사다모토가 과거 ‘신세기 에반게리온’ 한국 팬들을 위해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복 입은 ‘에반게리온’ 캐릭터를 넣은 소녀상 그림까지 등장했다.

한편, 만화가 시노후사 로쿠로우는 한복을 입은 ‘에반게리온’ 캐릭터 그림을 SNS에 올리고 “한복을 입은 여자아이는 역시 귀엽다”라며 “여러분도 (이 같은 그림을)더 그리면 좋을 텐데”라고 올리기도. 하지만 해당 발언의 취지가 사다모토를 비판하기 위한 것인지, 소녀상을 모독하기 위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트위터, 온라인 커뮤니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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