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년 전 '칠레세부스' 화석 복잡다단한 진화 '증언'
칠레 안데스 산맥에서 발굴된 2천만년 전 영장류 '칠레세부스' 화석 |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손바닥보다 작은 2천만년 전의 원숭이 두개골 화석을 통해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의 두뇌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보다 더 복잡하고 다양한 진화를 거쳐온 것으로 밝혀졌다.
영장류 두뇌가 시간이 흐르면서 줄곧 커지기만 한 것이 아니라 종(種)에 따라 독립적으로 진화하면서 때론 작아지기도하는 등 둘러 가는 경로를 보여왔다는 것이다.
미국자연사박물관에 따르면 이 박물관과 중국과학원 연구원인 니시쥔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칠레 안데스 산맥에서 발견된 멸종 원숭이 '칠레세부스 카라스코엔시스(Chilecebus carrascoensis)' 화석에 대한 연구를 통해 얻은 이런 연구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최신호에 실었다.
칠레세부스는 몸길이가 15~30㎝에 불과한 타마린이나 마모셋원숭이 크기의 광비원류(廣鼻猿類)에 속하는 이른바 신세계원숭이(New World monkey)로 고대 숲속에 살며 나뭇잎과 열매를 먹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니 박사는 칠레세부스에 대한 앞선 연구에서 대부분의 영장류가 몸집 대비 뇌의 크기를 나타내는 대뇌화지수(EQ)에서 다른 포유류에 비해 높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종의 진화까지 감안한 대뇌화지구(PEQ)를 산출해 비교한 결과, 칠레세부스는 0.79로 현존 원숭이들의 0.86~3.39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PEQ를 토대로 한 영장류 두뇌크기 비교 |
인간은 PEQ가 13.46에 달하며, 인간과 가까운 종과 비교해도 몸집에 비해 두뇌가 비상하게 큰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런 연구결과가 신세계와 구세계 원숭이(협비원류) 모두에서 두뇌 크기가 때론 줄어들기도 했지만 반복적으로, 독립적으로 커져 왔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고해상도 X-레이와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통해 칠레세부스 두개골 화석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3차원(3D) 영상으로 복원했다.
그 결과, 현대 영장류에서 서로 상쇄관계에 있는 시각과 후각중추 크기가 칠레세부스 화석에서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각 중추가 발달하면 후각 중추 기능이 떨어지는 등 서로 반비례 관계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인데, 칠레세부스는 후각 중추가 작은데도 시각 중추가 이에 반비례해 크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시신경 연결부위의 크기로 볼 때 주행성인 것으로 추정됐다. 또 뇌 피질 표면에 있는 주름에서 접혀들어간 고랑이 적어도 7쌍에 달했다. 이는 현대 유인원에 비해서는 단순한 것이지만 고대 영장류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복잡한 구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공동저자인 샌타 바버라 캘리포니 대학의 고생물학 교수인 앙드레 와이스 박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 찰스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160년 뒤 칠레세부스 화석이 발견된 계곡의 입구까지 탐사를 했었다"면서 "다윈이 서 있던 곳에서 동쪽으로 불과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이 화석이 그에게 발견됐다면 그를 전율시켰을 것"이라고 했다.
칠레세부스 고해상도 CT 영상 |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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