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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지소미아 종료] 한·일 갈등, 무역서 안보까지 ‘강 대 강’…한·미관계도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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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고노 회담 다음날 결정…대화 재개 쉽지 않을 듯

청 “미, 우리 결정 이해…한·미동맹 추호의 흔들림 없어”

미, 한국에 방위비·호르무즈 파병 ‘청구서’ 내밀 가능성



경향신문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왼쪽)이 22일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 구베이수이전에 들어서고 있다. 베이징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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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종료하기로 결정하면서 한·일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 간 갈등 전선도 강제동원 등 과거사 문제, 무역에 이어 안보 분야로까지 확대되게 됐다. 최근 양국이 관계개선을 시도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다시 ‘강 대 강’ 대치로 전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GSOMIA가 한·미·일 안보협력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한·미관계에 미치는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날 GSOMIA 종료 결정을 설명하면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 제외 조치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한국을 안보우호국으로 간주하지 않는 것으로 한·일 안보관계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말했다. 정부가 우방국 간 민감한 군사 정보를 교환하도록 한 ‘GSOMIA 종료’로 맞대응하는 게 불가피했다는 점을 강조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종료’ 선언은 GSOMIA 유지를 희망해온 일본 정부로선 충격적인 결정이다. 중국 베이징에서 지난 21일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GSOMIA의 현행 유지’를 바란다는 입장을 전했다. GSOMIA 종료 결정을 알린 시점도 한·일관계 개선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 외교장관들은 지난 21일 입장 차를 확인하면서도 양국 외교당국 간 대화 복원에 공감대를 이뤘다. 그러나 정부가 회담 바로 다음날 ‘GSOMIA 종료’라는 강수를 던지면서 대화 재개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일본이 수출 규제 대상 품목을 확대하거나 관세 인상, 송금 규제, 비자 발급 기준 강화 등 ‘추가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운이나 식품 등 한·일 간 무역 분야에서 유·무형의 추가 조치를 검토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 경우, 오는 28일부터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 시행과 더불어 한·일관계는 수렁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 관계자가 “한국의 GSOMIA 파기 결정에 대해 극히 유감”이라며 “오늘 중으로 한국 측에 정식 항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GSOMIA 종료와 한·미동맹은 무관한 사안이며,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을 통한 안보 협력은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해왔으며 “미국은 이번 우리 정부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미 간 협력과 동맹은 추호도 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인천공항에서 “한·미동맹과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국내 일각에서 ‘GSOMIA 파기’ 카드가 거론될 때부터 직간접적으로 ‘GSOMIA 유지’ 입장을 밝혀왔다는 점에서 한·미관계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한·일 갈등, 남북관계 경색으로 미국과의 공조가 절실한 한국이 짊어질 외교적 부담이 커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크 에스퍼 신임 국방장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등 최근 한 달여 사이 한국을 방문한 미국 고위 당국자들은 기회가 될 때마다 3각 공조를 강조했다. 한·미 최고위급 간에도 이 문제가 비중 있게 논의됐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그러나 정부가 GSOMIA 종료를 결정함에 따라 향후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나 호르무즈해협 파병,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 등의 요구를 방어하기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이 한·미·일 협력에 소극적인 한국 태도를 이유로 ‘동맹 청구서’를 압박해올 경우 미국을 설득할 여지가 좁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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