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하위 20% 가구가 올해 2분기(4~6월) 근로소득으로 벌어들인 금액이 2년 전에 비해 17만6871원(28.7%) 줄었다. 소득 주도 성장 일환으로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29% 인상되는 동안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은 오히려 29% 감소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하위 20%(1분위)의 가계소득이 줄어 소득 분배가 악화된 것은 우리에게 매우 아픈 지점"이라며 "우리의 경제정책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허심탄회하게 대화해보고 싶다"고 했었다. 이어 며칠 뒤엔 "최저임금의 긍정 효과가 90%"라고 말을 바꾸며 '소득 주도 성장' 강행을 선언했다. 그러나 저소득층 소득은 더욱 뒷걸음치고, 빈부 격차는 갈수록 악화되는 소득 주도 성장의 역설이 이어지고 있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 조사(소득 부문)'를 보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32만5500원으로 작년보다 불과 562원 늘었다. 작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이어진 소득 감소세가 멈췄지만, 이는 일해서 돈을 더 번 게 아니라 공적연금·기초연금과 같은 '이전(移轉)소득'이 늘어난 덕분이었다. 1분위 가구의 지난 2분기 월평균 이전소득은 전년 대비 9.7%나 늘어난 65만2100원으로 전체 소득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세금으로 쥐어짜 낸 단기 일자리 덕에 근로소득이 더 내려가는 것을 그나마 막았다는 얘기다. 세금·사회보험료 등을 빼고 '실제 손에 쥐는 돈'을 뜻하는 처분가능소득도 1분위 가구의 경우 지난 2분기 월평균 104만9400원으로 작년보다 1.3% 줄었다. 처분가능소득 역시 6분기 연속으로 역대 최장 기간 마이너스 행진을 벌이고 있다.
내수 침체로 자영업자들의 소득 상황도 크게 악화되고 있다. 지난 2분기에 1분위 가구의 사업소득은 근로소득이 크게 줄어든 것과 달리 15.8%나 증가했는데, 이는 2~3분위 자영업자의 매출이 줄면서 이들의 소득상 지위가 1분위로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김지섭 기자;신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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