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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지소미아' 필요하다더니 '티사'로 충분?…北 위협 말바꾼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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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체결 당시 北 핵·미사일 위협 강조하며

'日 정보자산 국익에 도움'…27일만에 속전속결

北, 南사정권 미사일 고도화…상황 변화 없는데

이제와서 靑, "티사로도 北 위협 대응 충분" 주장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이하 지소미아)을 종료키로 결정함에 따라 앞으로 한미일 3국간 군사 관련 정보는 미국을 매개로 한 간접교환 방식으로 전환된다. 지소미아 체결 이전으로 되돌아 가는 것이다. 이른바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TISA:Trilateral Information Sharing Arrangement·이하 티사) 체제로의 전환이다.

하지만 정부는 2016년 지소미아 체결 추진 당시 북한의 4·5차 핵실험과 20여회의 미사일 발사 상황에 직면해 우리 능력과 태세를 보강하기 위한 조치라며 이를 밀어붙였다. 북한이 연일 남한을 사정권으로 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신형 방사포를 쏘아대고 있고 이미 핵 보유가 기정사실화 된 상황에서 한·일간 직접 정보를 교환하는 협정을 끝내는건 안보적 측면은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일 ‘지소미아’ 무산, 北 핵실험 계기 한·미·일 ‘티사’ 체결

지소미아는 1945년 광복 이후 우리 정부가 일본과 맺은 첫 군사협정이었기 때문에 추진 당시 반발이 거셌다. 미국의 ‘압력’에 의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0년 한국에 지소미아 체결을 요청했지만 우리 측의 무관심으로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재추진돼 2012년 당시에는 체결 막판까지 갔다. 관련 안건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는데도 이를 공개하지 않는 등 ‘밀실추진’ 논란이 극에 달에 결국 체결이 무산됐다.

하지만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북한 핵·미사일 위협 현실화에 따라 한·미·일 3국 간 관련 정보 공유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2014년 지소미아의 대체 수단으로 티사가 체결된 셈이다. 티사는 1987년 한미 군사비밀보호협정과 2007년 미일 군사비밀보호협정에 명시된 제3자와의 정보공유 관련 조항을 근거로 3국이 정보 공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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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3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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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사 조항을 보면 한국 국방부와 일본 방위성은 서로 비밀정보 공유를 원할 때 주고 싶은 정보를 미국 국방부에 먼저 제공해야 한다. 이를 접수한 미국 국방부는 미국 비밀등급과 동일한 수준으로 해당 정보에 비밀등급을 표시해 한국의 정보는 일본에, 일본의 정보는 한국에 각각 전달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 미·일 양국 정부의 협정을 근거로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상호 제공 비밀은 국제법적으로 보호된다”면서 “또 공유되는 정보는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 제2조에 따라 구두·시각·전자·자기·문서 등의 형태로 교환된다”고 설명했다. 티사를 통해 일본에 제공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정보는 비밀등급 2~3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체결된 지소미아를 통해서는 보통 2급 수준의 정보가 교환된 것으로 전해졌다.

◇北 위협 여전한데…앞뒤 안맞는 정부 논리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23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지소미아가 종료됐다고 해서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이 와해되거나 일본과의 정보교류가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지소미아는 2016년 11월 체결됐는데, 그 이전에 한·미·일 3각 안보가 안됐어야 하지만 지소미아 이전에도 군 당국의 정찰자산과 한·미 자산을 활용했고, 티사를 통해서 3국간 정보 공유가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차장의 이같은 설명은 2016년 당시 일본과 지소미아 체결을 추진하면서 정부가 제시했던 설명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당시 정부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선 일본과의 지소미아 체결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었다. 협정 재추진을 위해서는 ‘국내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었던 우리 정부가 돌연 2016년 10월부터 협정 체결 논의를 본격화한 이유다. 협정 재추진 발표 이후 실제 서명까지 단 27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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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담은 공문을 받은 뒤 청사를 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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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국방부가 지소미아 체결의 필요성으로 제시했던 것은 일본이 우리보다 많은 국방비 투자와 양적·질적으로 우수한 감시 및 탐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일본은 정보수집 위성 5기(예비 1기 포함)와 이지스함 6척, 탐지거리 1000㎞ 이상의 지상 레이더 4기, 조기경보기 17대, 해상초계기 77개 등의 정보 자산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국방부는 “일본은 우수한 첩보수집 및 분석 능력과 선진화된 원자력·우주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핵·미사일 관련 정보 획득에 실질적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과 핵 보유 의지가 여전한 상황에서 일본과의 지소미아를 종료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이번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정부의 결정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며, 지소미아 종료와 관계없이 강력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안정적이고 완벽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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