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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김건희 넘어선 ‘김건희 특검법’… 野의 노림수는 명태균의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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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 행사 놓고, 與野 대결 국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9일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 6개에 대한 재의(再議)를 요구하자 더불어민주당은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를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은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행동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민주당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정치권에선 “한 권한대행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민주당이 탄핵소추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등 야당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일방 처리한 김 여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을 포함해 14가지를 수사 대상으로 삼았다. 여기에는 현재 창원지검이 수사 중인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의혹이 포함됐다. 명씨의 대선, 지방선거, 국회의원 보궐선거 개입 의혹과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이다. 국민의힘은 “특검 추천권을 야당이 독점한 것은 위헌적이고, 과도한 수사 기간과 인력 투입 등 과잉 수사에 따른 인권 침해 소지가 상당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다.

조선일보

그래픽=박상


그런데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이 특검법 수사 대상에 명씨 관련 의혹을 포함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한다. 현 여권 주요 정치인들과 직간접적으로 친분을 맺고 불법 여론조사를 하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명씨가, 민주당이 김 여사를 넘어 노리는 뇌관이란 것이다. 야당이 추천한 특검 수사가 개시되면 여권 대선 주자급 인사들과 관련한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이 무차별 제기될 수 있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과 맞물려 국민의힘이 궁지에 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한 권한대행은 ‘윤 대통령 내란 혐의 규명 일반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즉시 공포해야 한다”면서 “민심을 무시하고 권한을 남용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응분의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도 “내란 수괴 윤석열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압박하더라도 민심을 따르는 것이 유일한 길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고 했다. 조승래 수석 대변인은 “당내에서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즉각 조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가능성도 언급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내란 혐의와 관련해서는 이미 상설특검안을 통과시킨 상태라 내란 관련 개별 특검법보다 ‘김건희 특검법’을 우선으로 관철하려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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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상훈


김 여사 특검법은 민주당이 1명, 비교섭단체가 1명의 특검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하게 했다.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으면 후보자 중 연장자가 특검으로 임명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사실상 야당이 임명한 특검이 김 여사와 명태균씨의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한다는 명분으로 국민의힘 인사들을 수사 대상에 올릴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어떤 변수가 돌출할지 알 수 없어 여권에 재앙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명씨는 창원지검에 구속되기 전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기가 윤 대통령 부부는 물론 현 여권 주요 정치인들에게 ‘정치적 조언’을 했고, 지난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전후로 당대표 경선에 도전한 인사들도 만났다고 주장했다. 명씨가 거론한 여권 인사들은 “명씨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부인했지만 정치권이 출렁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명씨가 유력 정치인을 겨냥한 의혹을 제기하면 진위를 떠나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특검 수사 브리핑이나 언론 취재를 통해 명씨 진술이 중계 방송하듯 외부로 알려지면 여권 유력 인사들이 정치적 리스크에 빨려 들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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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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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씨가 친분을 과시한 인사 상당수가 여권의 대선 주자급 인사란 점도 여권엔 고민거리다.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해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명씨 리스크는 국민의힘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의혹이 제기된 대선 주자급 인사들은 특검발(發) 명씨 주장의 진위를 밝힐 틈도 없이 타격을 입은 채 대선 레이스에 나서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한덕수 권한대행에게 김 여사 특검법의 위헌성과 정치적 여론 재판 악용 가능성 문제 등을 들어 거부권 행사를 건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권한대행이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재의를 요구하려면 내달 1일까지 결정해야 한다. 한 권한대행은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한 권한대행이 법리와 여론 추이를 보면서 고민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국민의힘은 김 여사 특검법 재의 요구와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하면서도 민주당을 향해 “한 권한대행을 겁박하지 말라”고 했다. 민주당은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용인할 수 없다는 태세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은 조기 대선이 현실화할 경우, 비상계엄 이슈와 함께 명씨 이슈를 끌고 가며 국민의힘 무력화에 나설 공산이 크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의 이런 의도를 짐작하면서도 한 권한대행이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여론이 악화할까 고심하고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의힘이 위헌성이나 정치적 편향성이 제거된 특검법 수정안을 선제적으로 발의해 거부권 행사의 명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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