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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고려대생 500명·서울대생 500명 집회 “조국 딸 입학 특혜 진상규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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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로 쌓아 올린 세상이 한걸음쯤 나아갔다 믿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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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아무개(28)씨가 대학 진학 과정에서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연일 제기되는 가운데, 대학생들이 촛불집회를 열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23일 저녁 6시20분께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본관 앞 중앙광장에는 고려대 재학생들과 졸업생 500여명(주최 쪽 추산·경찰추산 400명)이 모여 “조 후보자 딸의 고려대 부정입학 의혹에 대한 진상을 밝히라”라고 촉구했다. 이날 모인 학생들은 ‘자유·정의·진리는 어디에 있습니까?’ ‘우리는 무얼 믿고 젊음을 갈아야 합니까?’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고, 저녁 7시45분께 주변이 어두워지자 안전상의 문제로 준비하지 않은 촛불 대신해 휴대전화 플래시를 켰다.

이날 집회에 학생들은 “자유·정의·진리를 이념으로 삼은 고려대에서 불공정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고려대 재학생 장아무개씨는 “(나는) 열심히 노력하는데 세상에서는 올바르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불공정하다는 생각이 들어 분노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려대 재학생 이아무개씨는 “나보다 능력 있는 사람을 보면서도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스스로 다독이고 노력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게 편법을 쓴 결과라면, 노력이 보상받을 거라 믿으며 살아온 우리는 뭐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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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학생들은 고려대 입학처를 향해 “조 후보자 딸 조씨의 부정입학 의혹을 밝히고, 사실로 드러나면 입학을 취소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번 집회를 주최한 고려대 학생 일부는 선언문을 통해 “날이 갈수록 밝혀지는 석연치 않은 점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고려대의 명예는 땅에 떨어질 것”이라며 “고려대 입학처는 조씨의 입학 당시 심사 자료와 심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입학과 관련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입학을 취소하라”라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후 고려대 후문에는 ‘그래서,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자신을 고려대 컴퓨터학과 2014학번 ‘명훈’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조씨가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가량 인턴을 한 뒤 의학 논문의 제1 저자로 이름을 올린 일에 대해 비판하며 “지금 이 순간 새벽 공기를 마시며 논문을 써 내려 가는 대학원생들이여, 당신은 고작 2주짜리 랩 인턴은 왜 안 했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어 “촛불로 쌓아 올린 세상이 적어도 한걸음쯤은 나아갔다고 믿었다”며 “이제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앞서 말한 권력이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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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저녁 8시30분께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중심광장인 ‘아크로 광장’에도 서울대 재학생과 졸업생 500여명(주최 쪽 추산)이 모여 촛불집회를 열었다. 서울대 학생들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신분인 조 후보자를 향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일심는 조 후보자의 모습에 실망했다”고 입을 모았다. 집회를 주최한 서울대 공과대학 화학생물공학부 대학원생 홍진우(23)씨는 “조국 교수가 말로만 외치던 공정과 정의를 직접 실현하기 위해 학생들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서울대 졸업생이면서 현재는 다른 대학 로스쿨 교수로 재직 중이라는 조아무개씨는 조 후보자를 향해 “선배는 어느 집안에서 태어났느냐가 본인의 삶을 결정하는 사회가 끔찍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그 똑같은 기준을 본인에게도 적용해달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또 조씨가 서울대 관악회에서 장학금을 받은 사실을 비판하기도 했다. 홍씨는 “나는 저소득층 수업료 면제 장학금을 받고 한국장학재단에서 등록금 대출을 받았으며 시간을 쪼개 과외를 한다”며 “그럼에도 생활비 조달이 어려운데, 조국 교수의 자녀는 어떻게 서울대 관악회에서 2회 연속으로 전액 장학금을 받냐”고 반문했다. 이어 조 후보자를 향해 “장학금 지급 기준을 성적 중심에서 경제 상태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 자신이 부끄럽지 않으냐”고 말했다.

앞서 조씨는 2010년 고려대 입학 당시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한영외고 재학 시절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간 인턴으로 참여하고 제1 저자로 등재된 단국대 논문을 포함한 10여개의 인턴십·과외활동 경력을 기재해 부모의 인맥에 따른 특혜가 아니냐는 비판을 샀다. 아울러 인턴십 경력의 활동 기간이 겹치거나 부풀려졌다는 의혹과 대학원 재학 중 부정하게 장학금을 수령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민제 강재구 김윤주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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