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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조국 딸 의혹'에 대학가는 '촛불', 의료계는 '진상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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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서울대·고려대 등서 진상규명 촉구 집회 / 대한병리학회, 공동저자 6명 공헌 소명 요구 / 대한의사협회, 논문 책임저자 A교수 징계심의 예정 / "비공개 진행…심의 결과 확정되면 공개할 예정"

세계일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서 펀드 사회 기부 등에 대해 입장 발표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씨가 고등학생 시절 의학논문의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 등에 대해 ‘입시비리’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대학가에서는 이를 비판하는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의료계는 해당 논문의 책임저자를 상대로 조사에 나서는 등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8시30분쯤 조 후보자의 모교이자, 조 후보자가 현재 교수로 재직 중인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캠퍼스에는 500여명(주최 측 추산)의 서울대 동문들이 모여 한목소리로 조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했다. ‘조국 STOP’, ‘조국이 부끄럽다’ 등의 피켓을 든 이들은 조씨가 고등학생 시절 2주간의 인턴 후 병리학 논문의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등의 입시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깊은 실망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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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학생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고려대 입학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촛불 대신 휴대전화 불빛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집회를 주도한 공과대학 화학생물공학부 소속 대학원생 홍진우씨는 “대학원생으로 연구실에 들어온 지 1년이 넘었는데도 조국 교수님의 딸이 논문을 24편 썼을 시간 동안 저는 한 글자도 못 썼다”며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2주 만에 제1저자로 병리학 논문을 쓴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비판했다. 졸업생 자격으로 발언에 나선 조준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법학과 91학번)는 “조국 교수님의 의혹이 보도되면서 어떻게 내가 존경하고 믿었던 그분(조 후보자)이 본인이 비판한 기성세대와 똑같을 수 있나 실망감과 배신감이 컸다”며 “몇 년 전 우병우 선배를 ‘법꾸라지’라고 비판했던 조국 선배는 수많은 반칙과 부조리를 비판할 때 적용했던 기준을 자신에게 적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조씨가 졸업한 고려대에서도 입시비리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날 오후 6시20분쯤 고려대 소속 재학생과 졸업생 약 500여명(주최 측 추산)은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본관 앞 중앙광장에 모여 “입학처와 본부는 조 후보자 딸의 입학 과정에 대한 의혹을 명확히 해명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입시비리)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조 후보자 딸의 입학 취소처분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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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크로 광장 인근에서 열린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이러려고 대학원 왔나 자괴감들어' 라는 문구가 쓰인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 뉴시스


해당 논문의 책임저자가 소속된 단국대에서도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학생들의 집회가 열렸다. 단국대 천안캠퍼스 학생들로 구성된 ‘연구부정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교내 체육관 앞에 모여 “오늘날 대한민국 교육계는 일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고, 대한민국 교육이 공정하다고 하는 믿음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조씨가 제1저자로 등재된 논문의 책임저자인 A교수에게 “당시 고등학교 2학년생이던 조씨를 의과학연구소 연구논문 제1저자로 허위 등재한 것에 대해 단국대 학생들은 개탄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A교수는) 지인 자녀의 대학진학을 위해 논문을 조작했다고 인정해야 한다”며 “학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학의 정수인 논문 제작에 있어서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의료계에서는 해당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병리학회는 조씨의 제1저자 자격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22일 A교수에게 조씨 등 공동저자들이 해당 논문에 기여한 바를 소명하라고 요구했다. 병리학회 관계자는 “공동저자 6명이 논문에서 어떤 공헌을 했는지 소명을 요구했다”며 “논문의 개념정리, 실험설계, 실험진행, 재료수집, 통계분석, 그림정리, 초안작성 등 각 저자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밝히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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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위원들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1일 상임이사회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 씨가 고등학생 당시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의학논문을 지도한 단국대의대 A교수를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의결했다. 연합뉴스


병리학회는 조씨가 2주간 참여한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 시기가 해당 연구의 연구기간이 종료된 이후라는 의혹과 관련해 실제 연구기간과 조씨가 연구에 참여한 기간 등을 파악하고, 조씨의 소속이 당시 재학 중이던 한영외고가 아닌 단국대 의과학연구소로 기재된 경위 등도 확인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연구윤리 위반 내용이 확인될 경우, 병리학회는 해당 논문을 수정하거나 취소하는 방안 또한 검토 중이다.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도 A교수에 대한 징계심의를 조만간 개최할 예정이다. 비공개로 진행될 심의에서는 해당 연구가 연구윤리심의를 받지 않고 진행된 것인지 등에 대해 확인할 계획이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윤리위는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어떤 사안이 어떻게 논의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며 “사회적으로 논란이 커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심의 결과가 확정되면 공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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