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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이슈 은행권 DLS·DLF 사태

원금손실 위기 DLF 절반 고령층에 팔려…분쟁 장기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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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은행이 원금 전액 손실이 예상되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중 절반 가량을 65세 이상 고령층에 판매한 것으로 나타나 금융당국의 검사와 분쟁 조정 과정에서 중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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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원금 전액 손실이 예상되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중 절반 가량을 65세 이상 고령층에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DLF 매수자 10명 중 2명은 펀드 같은 투자 상품을 사본 적이 없는 예·적금 위주의 상품을 이용한 안정적 성향의 고객이었다. 고령층이나 투자 무경험 등의 변수는 은행이 DLF와 같은 고위험 상품을 부적절하게 추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검사와 분쟁 조정 과정 시 중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5일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에게 제출한 DLF 판매 현황 자료를 보면 이달 19일 기준 우리은행이 개인에게 판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계 DLF 잔액은 934억원이었다. 16일 기준 하나은행이 개인에 판매한 영국·미국 이자율스와프(CMS) 금리 연계 DLF 잔액은 3488억원이다. 우리은행은 영국·미국 CMS 금리 연계 DLF 상품도 팔았지만, 이와 관련된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두 자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개인에게 판매한 독일과 영국·미국 금리 연계 DLF 상품은 4422억원이다. 이 중 두 은행이 65세 이상 고령층에 판매한 DLF 상품 잔액은 2020억원이다. 이는 전체 금액의 45.7%로 절반 가량을 고령층에 팔았다는 의미다. 두 은행에서 DLF 상품을 산 개인 고객은 2043명이다. 이 중 65세 이상 고령층 고객은 768명이다. 해당 상품을 보유한 고객 10명 중 4명(37.6%)에 달한다.

65세 이상 고객이 많다는 점은 은행이 부적절한 상품을 부당하게 권유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고령층에게 고위험 상품은 통상 부적합 상품으로 분류된다. 특히 파생금융 상품은 이해도가 떨어질 수 있고 원금 손실이 클 경우 복구할 수 있는 기대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3년 동양그룹 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 판매 사태 때 금융상품 투자 경험이 전무한 고령자에게 위험 상품을 판매한 경우 최대 60% 책임 비율에 10%포인트를 가중한 70%까지 배상 책임을 부과한 바 있다.

우리·하나은행에서 DLF를 산 65세 이상의 평균 보유액은 2억6300만원으로 전체 평균인 2억1600만원보다 4700만원 많다. 두 은행에서 DLF 상품을 산 사람 10명 중 2명은 이런 고위험 사품을 투자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다.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사람이 은행 말만 믿고 DLF 상품을 사들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리은행에서 독일 관련 DLF를 산 사람 중 16%는 과거 펀드 가입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하나은행 DLF 보유자 중 주가연계펀드(ELF)나 DLF 투자 경험자는 81.9%였다. 18.1%가 관련 투자 경험이 없다는 의미다.

지상욱 의원은 “은행이 원금을 모두 날릴 수 있는 위험이 큰 파생상품을 파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불완전 판매로 확인이 되면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고객의 자산을 최대한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현장 검사와 별개로 은행과 투자자들의 분쟁조정을 위한 조사를 오는 26일 개시한다. 투자자에게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불완전 판매’가 있었는지 입증하는 게 핵심이다. 금감원은 두 은행의 본점과 영업점에서 자료를 확보하고 관련자 진술을 토대로 불완전판매 여부를 가릴 분쟁조정위원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앞서 윤석헌 금감원장이 지난 22일 우리은행을 방문해 “불완전 판매 소지가 있다”고 발언한 만큼, 일정 부분 배상권고가 유력해 보인다. 다만 예금보다 수익률이 높은 상품에 수억씩 투자하면서 손실 위험을 몰랐을 리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속단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분조위 조정이 예고됐지만 투자자와 은행 간 분쟁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은행은 판매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금융소비자단체는 분조위와 별도로 법정 소송을 끝까지 밀고 가겠다고 예고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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