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시위 국면 2주 만에 깨져…중국 무력 진압 우려
홍콩 경찰이 25일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반대 공식 집회가 끝나고 난 뒤에도 췬안 공원에서 시위를 계속 이어나가는 이들을 향해 권총을 겨누고 있다. 경찰은 12주 넘게 이어지고 있는 시위에서 이날 처음으로 실탄 경고 사격을 했다. 홍콩 |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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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에 대한 반대 시위가 다시 격화됐다. 25일 카이청 지역에서 열린 집회에서 홍콩 시위 사상 처음으로 물대포가 등장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심지어 시위 현장에서 실탄 경고 사격까지 처음으로 이뤄졌다. 전날 동부 쿤통(觀塘) 지역의 집회에서는 경찰이 최루가스를 살포하고, 시위대가 화염병을 던졌다. 평화시위 국면이 채 2주도 안돼 깨진 것이다. 특히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 무력 진압 등 사태에 개입할 것이란 우려도 다시 커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이날 홍콩 카이청 지역에 있는 카이청 운동장에서는 오후 2시30분부터 시민 수천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집회가 열렸다.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는 가운데 우산을 들고 모여든 이들은 오후 3시 무렵 집회를 마친 후 “홍콩인들 힘내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췬완 공원까지 행진했다. 홍콩지하철공사는 카이청 운동장 주변 지하철역을 오후 1시30분부터 폐쇄해 시민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일부 시위대가 췬안 공원 인근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찰과 대치하면서 충돌이 벌어졌다. 경찰은 최루탄을 쐈고, 시위대는 벽돌과 화염병 등을 던지면서 저항했다. 경찰은 홍콩 시위 사상 처음으로 물대포 차 2대를 시위 현장에 투입했다. 물대포는 50m 거리에서 1분에 1200ℓ 이상의 물을 발사할 수 있는 위력을 지닌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최루탄을 물에 섞어 위력을 높이거나, 물감을 섞어 이에 맞은 시위대를 식별하는 용도로 사용했다.
특히 시위 현장에서 처음 1발 이상 실탄 경고 사격까지 이뤄졌다고 AFP가 전했다. 한 경관이 샤추이가에서 38구경 권총으로 하늘을 향해 실탄을 쏜 사실을 홍콩 경찰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들은 “일부 시위대가 인근 상점들의 기물을 파손하는 등 행패를 부리는 것에 위협을 느껴 경고 사격을 한 것”이라며 “다섯명의 경찰이 다쳤고, 병원에 호송됐다”고 주장했다.
전날 시위 때도 충돌이 벌어졌다. 쿤통 지역에서 열린 집회와 행진이 끝나자 일부 시위대가 경찰과 부딪혔고, 화염병과 최루탄이 다시 등장했다. 전날 시위로 10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고, 이 중 2명이 중상을 입었다. 특히 남성 1명은 왼쪽 눈에 고무탄을 맞아 피를 흘리는 중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전날 29명을 체포했다.
지난 주말에 이어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평화시위’ 기조가 정착될지 주목됐다. 하지만 처음 물대포가 등장하고 실탄 사격이 이뤄지는 등 극렬 충돌이 재현되면서 시위 정국은 다시 격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중국 정부가 시위에 대한 무력 진압 등 사태에 직접 개입할 것이란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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