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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이슈 은행권 DLS·DLF 사태

사상 최대 실적에도 주가 비실비실 은행주-금리인하·DLS 사태 겹악재…바닥론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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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주는 언제쯤 ‘만년 저평가’ 꼬리표를 떼어낼 수 있을까.

요즘 국내 주식시장에서 잘나가는 업종이나 종목을 찾기 쉽지 않지만, 그중에서도 은행주의 부진은 우울할 정도다. 일부 은행주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낮은 수준. 무엇보다 2분기 사상 최대 순이익 등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투자자 표정을 어둡게 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은행 실적 개선세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주가 하락에 따른 높은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 저점 매수에 나서야 할 때라는 주장도 나온다.

실적만 놓고 보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KB금융지주는 올 2분기 당기순이익 9911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4.7%, 전분기 대비 17.2% 증가했다. 핵심 자회사인 KB국민은행이 한진중공업 등 일회성 충당금 환입 영향으로 전분기보다 27.8% 늘어난 7323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결과다. 신한금융지주는 2분기 순이익이 전분기보다 8.5% 증가한 9961억원을 기록해 올 상반기 순이익 규모가 사상 최대인 1조9144억원에 달한다. 우리금융지주(1조1790억원), 하나금융지주(1조2045억원)도 상반기 1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냈다.

하지만 주가는 전혀 다르게 움직였다. 하반기 주요 은행주 주가 추이를 살펴보면, 8월 21일 기준 KB금융 주가는 3만9450원으로 7월 이후 15.5% 떨어졌다. 같은 기간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는 각각 10.7%, 17.1%, 15.2% 하락했다. 하반기 코스피지수 하락률 8.1%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화려한 성과와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손절매’가 주가 하락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외국인은 8월 들어서만 KB금융을 798억원어치 팔아 치운 것을 비롯해 신한지주 1068억원, 우리금융지주 172억원, 하나금융지주 1075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우리금융지주(약 30%)를 제외한 국내 대형 금융지주사의 외국인 지분율은 70%에 육박해 외국인 이탈이 주가에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외국인들이 한국 대형주 투자 비중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은행주 하락폭이 컸다”고 분석했다.

매경이코노미

▶외국인 대규모 매도에 주가 급락

금리 인하·환율 상승·분상제 영향

PBR 0.39배…금융위기 이후 최저

금리 인하와 환율 상승 등 거시경제 요인은 외국인 이탈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금리가 하락하면 대출금리 인하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축소로 은행 수익성이 떨어진다. NIM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 격차)는 지난해 상반기 1.67%포인트에서 올 상반기 1.61%포인트로 감소했다.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하된다면 NIM은 더욱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달러화 가치 절하를 위한 트럼프 정부의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원화 약세에 따른 지속적인 외국인 이탈 우려도 제기된다.

부동산 정책 관련 리스크도 주가를 짓누르는 요인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는다면 국내 은행 주 수익원인 주택담보대출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8·2 대책과 9·13 대책 등 규제 시행 직후에는 단기적인 주택거래 감소와 가격 조정이 나타났다. 특히 대출규제 강화 이후로는 주택거래량이 둔화 추세를 보이는 중이다. 현재 금리 인하 국면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익성 확보에 어느 정도 타격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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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파생결합상품(DLS·DLF) 사태’까지 터지면서 악재로 작용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상품은 독일과 영국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만든 DLS·DLF로, 만기 시점에 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인 경우 3~5% 정도의 수익을 얻지만 그 이하로 떨어질 경우 최대 원금 대부분이 날아갈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이다. DLS·DLF의 경우 은행은 판매사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운용손실에 따른 책임이 없다. 하지만 상품구조가 복잡하고 판매 잔액의 90%가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총 판매 잔액 8224억원 가운데 각각 4012억원, 3876억원을 판매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 대한 우려가 높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판매 절차상 하자가 발견될 경우 손실분에 대한 일부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이번 사태가 워낙 큰 이슈로 불거진 상황이라 당분간 주가를 억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과거 사례를 보면 배상 판결이 나더라도 은행의 손실 규모나 신용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펀더멘털(기초체력) 대비 최근 주가 하락폭이 과도했던 만큼 반등을 점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주의 평균 PBR은 0.39배로 지난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에 도달한 상태다. 또 국내 은행의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됐다는 평가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은행의 평균 ROE(자기자본이익률)가 9%를 넘어가는 데다 평균 배당수익률도 5%를 웃돈다. 향후 경기 우려 요인 등을 고려해도 지나친 저평가 상태”라며 “상승폭이 제한적일 수는 있지만 기술적 측면에서라도 단기 반등 국면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23호 (2019.08.28~2019.09.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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