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5 (일)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미국의 약한고리 타격한 중국..양국 갈등은 맷집 싸움으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한국금융신문

자료=대신증권



지난 23일 저녁 중국의 공격 모드 전환에 미국이 발끈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주력 수출품인 원유와 대두 등 75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5%(9월 1일)와 10%(12월 15일)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히면서 9월 초 미국의 관세 인상에 맞섰다.

중국은 또 미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도 12월 15일부터 각각 25%, 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물러설 트럼프가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총 5,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5%p씩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미국의 조치에 중국이 비교적 수동적으로 대응했다면, 이번엔 역습을 가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는 결국 양국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하고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를 키울 수밖에 없다.

■ 양보만 할 수 없었던 중국, 미국의 약한고리 조준했다

중국 내부에선 미국에 끌려만 가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미국의 지속적인 관세 압박 등에 경고 메시지를 여러차례 보낸 뒤 드디어 반격에 나선 것이다.

이번 공격에서 중국은 트럼프의 정치적 기반인 러스트벨트와 팜 벨트에 관세를 집중 부과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또 중국의 보복관세 부과는 미국의 대중국 4차 관세부과(9월 1일, 12월 15일) 시점에 맞춰졌다.

중국도 미국의 약한 고리를 때리기에 나선 셈이다. 아울러 추가 관세 부과시점을 전후해서 또 다시 말들이 나오면서 금융시장 변동성도 키울 수 있다.

이전보다 중국의 반응이 강경했다는 점에서 양국의 갈등이 쉽게 풀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제는 미국과 중국 모두 양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상대가 추가적으로 어떤 전략을 취할지 경계할 수 밖에 없다.

Ting Lu 노무라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새로운 관세는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수입을 약속했던 품목들, 예컨대 농산물, 에너지 관련 제품, 자동차 관련 제품 등에 맞춰졌다"면서 "미국과의 무역 갈등에 있어서 중국이 명백히 터프한 입장을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엔 중국이 미국에 선제공격을 가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면서 "5월초 미중 무역협상 결렬 시점부터 가시화됐던 중국의 스탠스 변화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신중국 창립 70주년인 국경절(10월 1일)까지 중국의 강경대응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밝혔다.

아무튼 체감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으로서도 계속해서 트럼프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기 어려웠다. 동시에 중국으로선 미국 내에서도 적지 않은 비판을 받고 있는 트럼프를 흔들어야 한다.

중국은 홍콩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홍콩 문제에 대한 다른 나라의 훈수를 내정간섭이라고 보는 중국 입장에선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서도 '강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었다.

올해 중국은 창립 70주년, 천안문 사태 30주년, 티베트 봉기 60주년과 같은 기념할 만한 행사도 많다.

미국에 밀리는 모습만 보인다면 민심 이반까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시진핑 정부가 공세에 나선 것으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 미국, 관세 포함 추가적인 공격수단은 남아 있어

중국이 거칠게 나오자 미국은 관세를 더 올리면서 압박 전술을 이어갔다. 미국이 경기 둔화를 감수한다면 여전히 쓸 수 있는 무기가 많다는 분석들도 나온다.

관세, 중국과 거래하는 미국 기업에 대한 제재와 중국으로부터의 철수 요구, 국가비상사태 선포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우선 이젠 트럼프가 대중국 관세율이 50%까지 상향 조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도 거론된다.

일단 기존 25%였던 2500억달러 관세가 10월 1일부로 30%, 3000억달러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도 10%에서 15%로 올라간다.

관세 추가 인상 시 중국에서 부품을 수입하는 미국 기업 등의 타격도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중국 역시 타격을 입기 때문에 관세 인상 카드는 트럼프의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을 듯하다.

트럼프는 기업들에게 중국과의 거래를 줄이라는 압력도 넣고 있다. 중국이 그간 미국 기술을 훔쳐 성장해 왔다고 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에선 중국제 수입이나 중국 관련 사업에 대해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미 중국과 긴밀히 얽혀 있는 미국 기업들에게 연방정부 계약 등에 있어서 불이익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과의 거래 그 자체를 문제삼을 수도 있다.

트럼프는 자신의 트윗에 "우리에게 중국은 필요하지 않다. 솔직히 없는 편이 훨씬 더 낫다"면서 미국 기업들이 중국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대안을 찾도록 한 지시에는 회사를 미국으로 옮겨 제품을 만드는 일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다만 현실적으로 미국이 인구 14억명에 달하는 거대시장에서 떠나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로 보인다. 양 강대국이 서로를 몰아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고민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주상하이 미국 상공회의소는 "중국 시장 철수는 결코 쉽지 않은 문제"라며 "중국은 한 번에 포기하기에는 너무 거대하고 중요한 시장"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는 중국과의 싸움을 하면서 자국 기업들의 이해관계도 조율해야 하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

■ 트럼프, 결국 연준 굴복시켰던 이력 주목 받기도..연준은 트럼프를 지원할 것인가

미국과 중국이 마치 건곤일척(乾坤一擲)을 준비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면서 주변국들은 모두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단 미중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평가들이 많이 나온다. 따라서 미국의 통화정책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란 진단이 많다.

지난주 주말을 앞두고 금융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파월 연준 의장의 잭슨홀 발언이었다. 하지만 미, 중 정부의 기싸움에 이 재료는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파월 연준 의장은 잭슨홀 심포지엄 연설에서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다음달 추가 인하 신호는 주지 않았다. 파월은 연준이 경기 확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대응'할 것이란 입장을 보였다.

최근 연준 인사들이 매파적인 발언을 한 뒤 파월의 발언도 기대에 못 미친 것이다. 다만 결국 연준도 미중 갈등 전개 상황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과 연준을 동시에 비난하는 경우가 많았다. 트럼프는 연준이 말을 듣지 않으면, 연준이 말을 들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평가도 받은 적이 있다.

예컨대 지난해 하반기 연준의 태도가 갑작스럽게 금리인상 종료로 선회하도록 유가 하락 환경을 조성한 바 있다. 이번엔 중국을 더욱 몰아붙이면서 연준이 인하할 수 밖에 없게 만들 수 있다는 진단이 적지 않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트럼프 취임 후 상황을 보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트럼프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뤄왔다"면서 "중국과 연준을 모두 적으로 칭할 만큼 트럼프의 둘에 대한 감정이 나빠 연준이 결국 고개를 숙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 때문에 높아진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연준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며 "내년 1분기까지 미국 기준금리는 현 수준(2.25%)보다 75bp 낮은 1.50%까지 인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파월 의장을 모두 적(敵)이라고 언급한 대목은 그가 연준에 주문했던 강력한 기준금리 인하가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분쟁에 따른 충격을 국내적으로 최소화하기 위한 버퍼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 미중 분쟁은 경제체력 바탕으로 진행되는 중..맷집 누가 강한지 봐야

트럼프 대통령은 주가나 미국 경제지표 등 주변 상황을 평가하면서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조절해왔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지금은 중국과 미국 모두 기싸움을 위한 버퍼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양국의 싸움이 언제 그칠지 모른다. 이번 갈등은 양국이 경제 체력을 겨루는 양상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중국이 조심스럽던 모드에서 지난 금요일 공세적 태도를 취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미중 무역분쟁에서 미국이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중국과 지나친 마찰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공화당 전통 지지 기반이었던 곡창 생산 지대에서 중국향 수출 부진 관련 트럼프 정권을 향한 볼멘소리가 커진 시점에 중국이 관세를 추가 인상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자동차 관세 인상 카드까지 들고 나왔다. 제조업 기반이 강한 러스트 벨트에서 지지율 회복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면서 "1당 체제 중국과 선거 제도가 있는 미국 간 싸움이어서 미국 입장에선 단기 봉합이 최선"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입장에서도 중국의 맷집을 무시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연준이 나서서 힘을 보태줄지 봐야 한다.

곽 연구원은 "파월 의장이 잭슨 홀 컨퍼런스에서 침묵하는 바람에 9월 FOMC 때까지 연준 금리 인하 폭에 대한 의문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면서 "2년 국채 금리 추이는 연내 두 차례 인하가 적절하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9월 FOMC가 이를 충족시켜줄지 봐야 한다"고 밝혔다.

아무튼 미국과 중국 모두 자신들의 맷집을 평가하면서 후반전을 준비해야 한다. 중국이 미국에 대해 적극적인 반격에 나선 데는 홍콩 문제 등에 대한 개입 차단 포석도 있지만, 자신들의 기초 체력에 대한 자신감, 트럼프 임기까지 버텨보자는 의지 등이 반영된 것일 수 있다.

운용사의 한 주식매니저는 "중국이 제대로된 공세를 취했다. 여기엔 몇 라운드만 더 버티면 트럼프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가미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울러 미중 분쟁에 따른 경기 악영향이 참을만 하다는 평가도 이번에 중국이 세게 나온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금은 두 나라가 협상을 타결하기 어려운 데다 한 나라가 먼저 패배를 시인하기도 어려워 상황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좋다면 그 사실 자체가 미중 분쟁 지속을 위한 실탄으로 사용될 가능성도 상당하다.

나중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의 8월 제조업PMI가 49.9를 기록하면서 2009년 9월 이후 처음으로 수축국면에 진입했다"면서도 "하지만 미국의 민간소비를 대변하는 소매판매가 호조를 보였으며, 미국 경제가 이번 3분기에도 2%대 초중반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OECD 선행지수가 3분기를 기점으로 바닥을 확인할 수 있고 미국 선행지수가 4분기 반등에 성공하면 글로벌 경기 연착륙 시나리오도 유효하다"면서 "하지만 9월 이후 미중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든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위험자산 투자는 선제적 접근보다 '선확인, 후대응'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