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지소미아 종료 등 한국 신뢰훼손”
‘즉각 보복 조처는 신중’ 관측 많지만
산케이 “제재 검토해야” 주장 등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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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일본 정부가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우대국 명단)에서 제외하기로 의결한 이후, ‘화이트리스트 일본 제외’ 및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조처 등 우리 정부의 긴박한 맞대응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예정대로 28일부터 화이트리스트 개정안을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다만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 제외’ 이외에 추가적으로 수출 규제 조처를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27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한국 제외 정책을 “담담하게 운용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의 대응과 상관없이 일정대로 강행하겠다는 뜻이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날 일본이 대한국 수출 규제 조처를 철회하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시사한 데 대해 “양자(수출 규제와 지소미아)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일본은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방침과 함께 역사 문제와 관련해 한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외신 기자가 ‘한국 정부와 외교부에는 일본의 역사 이해가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있다. 한국의 일본에 대한 비판에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라고 묻자, “일-한 간에 지금 최대의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관한 것이다. 만약 한국이 역사를 바꿔 쓰려 한다면, 그것은 할 수 없다는 점을 한국 쪽은 이해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고노 외상은 강제동원 피해 문제는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모두 해결됐다는 주장을 이렇게 고압적이고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해 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된 뒤부터는 일본 수출업체가 한국에 상품을 수출할 때 원칙적으로 군사 전용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일본 수출업체가 스스로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일본 정부가 인정하는 경우에는 ‘특별일반 포괄허가’라는 제도를 통해 포괄허가(유효기간 3년)를 내줄 수 있다. 그런데도 28일부터는 일본 정부가 얼마든지 제도 운용 과정을 통해 수출 규제를 할 수 있는 길이 폭넓게 열리기 때문에 한국 입장에서 보면 불확실성과 잠재적 위험성이 커진다.
일본이 28일, 기존의 불화수소 등 3개 품목 외에 개별허가를 받아야 하는 품목을 확대하는 등의 추가적인 수출 규제 조처를 내놓는 데는 신중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일 관계 악화 책임이 한국에 있다는 주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28일 곧바로 추가 보복 조처를 내놓기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종원 와세다대 교수는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일본 정부가 겉으로는 수출 규제는 역사 문제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그런 논리로 보면 안보보장 관련 조처(지소미아 종료)를 경제보복으로 다시 끌고 들어가기는 논리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채 게이센여학원대 교수도 “수출과 관광 등 수출 규제가 일본 경제에도 부담이 되는 부분이 있다”며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실행은 하겠지만 (개별허가를 받아야 하는) 품목 확대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아베 정부에 영향력이 큰 보수적인 논조의 <산케이신문>이 27일 “대한국 제재를 검토해야 한다”는 사설을 싣는 등 추가 보복 조처를 실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본 내에선 여전하다.
한국 전문가들은 28일 일본의 추가 보복 조처가 나오지는 않겠지만 11월 말 지소미아 종료 시점 등과 맞물려 올해 안에 추가 조처를 내놓을 가능성은 있다고 보고 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일본 쪽은 최종적으로 지소미아를 재개하지 못하면 연내에 추가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국에 들어와 있는 약 560억달러로 추정되는 일본 자금을 철수시키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양 교수는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4천억달러 정도여서 큰 타격은 주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박민희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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