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28일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오른쪽)과 한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지소미아 종료에 여전히 실망한 상태로 남아 있다"며 "신속하게 정상궤도로 복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8일(현지시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와 관해 이번엔 미 국방부 수뇌부가 총출동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한·일 양국에 매우 실망하고 있다"며 "북한과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는 중요한 궤도로 복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도 "장관의 실망을 공유하고 있다"며 "한·일 두 나라가 긍정적 방향으로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세영 한국 외교부 차관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에게 미국 정부의 공개 실망감 표명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한 데 아랑곳없이 미국의 지소미아 복귀 압박이 계속된 셈이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오후 취임 이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일 정보공유 협정 종료에 "양측이 관여한 데 매우 실망했고 여전히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과 도쿄의 내 상대에게(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에게 이런 실망감을 표명하며, 양국에 해결을 촉구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과 중국이란 공통의 더 큰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며 "우리는 단기적으론 북한,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위협에 대비하는 데 요구되는 중요한 궤도로 신속하게 복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던포드 합참의장도 같은 자리에서 "지소미아 중단의 군사작전에 대한 영향은 아직 살펴보진 않았지만 에스퍼 장관의 실망감을 공유하며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한·일 관계 차질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던포드 의장은 지소미아 종료에 따른 만약 비상사태에 대한 계획이 있느냐는 데 대해 "세 나라가 정보공유를 할 다른 방안이 있다"며 "분명히 한·일 양자 정보공유협정만큼 강력하진 않겠지만, 비상사태에 대비한 다른 정보공유 메커니즘은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4년 체결된 미국을 중간 매개자로 하는 3자 정보공유약정(TISA)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

슈라이버 "한국에서 지소미아 종료 사전 경고 못받아" 불만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28일 빅터 차 전략국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와 한미일 3자 방위협력을 주제로 한 대담에서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복귀가 미 정부의 명확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효식 특파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랜들 슈라이버 국방부 인도·태평양 차관보 이날 "한국 정부에 대한 지소미아 연장 또는 복귀 촉구가 미국 정부의 명확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한·미일 3자 방위협력의 중요성'을 주제로 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행사에서 이번 결정은 분명히 안보 환경보다는 국내 정치를 앞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하면서다.

그는 "한·일 양국이 한 조치들은 주권적 결정이지만 확실히 정치적 동기들이 있는 것처럼 보이며, 우리는 상호 보복 조치의 악순환 속에 있다"고 하면서도 일본의 화이트 국가(안보 우대국) 한국 제외에 대해선 "미국의 입장은 양국이 의미있는 대화를 위해 마주앉아 어떤 합의를 도달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선 번복을 촉구하면서 일본의 화이트 국가 배제엔 대화로 해결책을 찾으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셈이다.

그는 "우리도 사실은 양국이 하나씩 없애고 정상적 무역관계롤 복귀하길 선호하지만 화이트 국가엔 기술적 세부사항들이 연관돼 있어 협상 테이블에 해결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이날 "에스퍼 장관의 지난달 한·일 방문 때 동행한 것을 포함해서 한·일 두 나라와 이 문제를 협의해 왔다"며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를 갱신하지 않을 것이란 실제 결정에 대해선 사전 경고를 받지 못했다"며 사전 통보를 받지 못한 데 대한 불만도 공개했다. 그러면서 "국방 전문가들은 커져가는 북한 위협에 대해 매우 잘 조율하고 있다"면서도 "정치 지도자가 이를 어떻게 보는지 말할 수는 없지만 이번 결정은 분명히 안보 환경보다는 국내 정치를 앞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

"TISA론 실시간 미사일 위협 적시 정보제공 안 된다"

그는 TISA를 대안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지소미아는 한일 양국이 직접 민감한 정보를 기술적으로 가능한 한 빨리, 적시에 공유할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한·일 양국과 미국에도 소중하다"며 "복잡한 안보환경에선 시간이 본질적이며, 예를 들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앞뒀을 때 우리는 느리고 번거로운 절차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만약 한국이 일본 항공기에 대한 위협에 관한 정보를 확보해 일본과 정보를 공유하는 데 중간에 미국은 필요하지 않고, 반대로 한국에 대한 위협에 관한 정보를 일본이 가졌을 때도 마찬가지"라며 "시간이 본질"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한일 갈등의 중재자로서 더 많은 역할을 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엔 "우리는 매번 공개하진 않지만 적극적으로 외교를 펼치고 있다"면서도 "중재자란 단어에는 조심스럽다"고 답했다. "중재자가 되려면 양국 모두가 우리 중재와 관여를 원해야 하는 데 그렇지 않을 때가 있고, 우리에게 상대편에 가서 '그들이 틀렸다'고 말하기만 원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일본이 중재를 원하지 않는 상황을 에둘러 설명한 셈이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