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성장 빠른 아이는 성조숙증 등 의심
-성장판 빨리 닫혀 성인되면 평균보다 작을 수도
아이가 또래보다 지나치게 빠르게 성장한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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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10살 딸 아이를 키우는 주부 박모(48)씨는 요즘 아이 때문에 고민이 깊다. 아이는 같은 반에서 키가 제일 큰데 웬만한 아이보다 한 뼘은 더 크다. 아이는 집에 와서 ‘친구들이 거인이라고 놀린다’며 울기까지 했다. 가슴도 조금씩 커지는 등 벌써 2차 성징이 나타나고 있다. 아이는 다른 아이와 달리 빠른 신체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것 같다.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인데 벌써 이런 변화가 나타나자 박씨는 성조숙증으로 오히려 나중에 성장이 빨리 끝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부모는 아이가 또래보다 키가 작지는 않은지, 언어습득이 늦은 건 아닌지 항상 걱정하기 마련이다. 특히 큰 키가 선호되는 사회이다보니 아이의 키를 키우기 위해 영양 공급과 신체 활동 등에 신경을 쓴다. 하지만 또래보다 빨리 성장하는 아이는 오히려 성장판이 일찍 닫혀 성인이 되면 평균 키보다 작을 수도 있다. 아이의 성장은 빠름보다 올바름이 중요하다.
눈에 띄게 성장하는 우리 아이를 보며 만족하기만 하면 안 된다. 또래보다 지나치게 빠르게 성장한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성조숙증을 앓고 있는 아이의 성호르몬은 성장판을 일찍 닫히게 한다. 결과적으로 성인이 되었을 때 키가 평균보다 작을 수 있다. 또한, 남들보다 빠른 외형의 변화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정혜운 경희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여아는 만 8세, 남아는 만 9세 미만 시기에 사춘기 현상(유방 또는 고환의 발달)이 나타난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해봐야 한다”며 “남들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탓에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등 심리적인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성조숙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7년 9만5000명으로 2013년에 비해 연평균 9.2%가 증가했다. 특히 진료 환자 중에는 여아가 8만5800명으로 남아(9500명)보다 9배나 많았다.
정인혁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산업화에 따른 환경오염, 식생활 변화에 따른 비만 그리고 빠른 사춘기의 가족력 등이 성조숙증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며 “특히 여아에서 성조숙증이 많은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설명은 어렵지만 여성 호르몬과 비슷한 환경 호르몬이 많이 발견 된다는 점, 비만의 경우 지방 세포에서 여성호르몬을 분비한다는 점 등이 남아에서보다 여아에게 더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성조숙증은 사춘기 상태에 대한 검진, 뼈 나이 검사 및 호르몬 혈액검사로 진단한다. 치료가 필요한 중추성 성조숙증의 경우에는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유도체 약제가 주로 활용되며, 사춘기가 정상적으로 시작되는 연령 전까지 치료한다. 치료 시작 후 약 6개월이 지나면 2차 성징의 진행이 억제되고 성장속도가 정상으로 돌아온다.
정 교수는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는 매년 키와 몸무게를 정확하게 측정·기록·평가해야 하며, 이상이 있을 경우에는 전문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아이가 ‘올바르게’ 성장하고 있는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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