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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케첩’ 연타…케첩명가 휘청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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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케첩·고체형케첩·흑마늘케첩 소비자에 인기…美 ‘크래프트 하인즈’ 트렌드 못 읽어 올들어 주가 34% 추락

헤럴드경제

케첩 [서 켄싱턴 인스타그램 캡처]마크 라마단(왼쪽), 스콧 노튼 서 켄싱턴 공동창업자[WHOLE FOODS MARKE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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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6년 세계 최초로 ‘케첩’을 상품화한 기업은 미국 식품회사 하인즈였다. 토마토에 설탕과 소금, 식초 등을 넣어 새콤달콤한 맛의 토마토케첩을 만들었다.

하인즈는 2015년 치즈로 유명한 크래프트와 합병을 통해 세계 4위 식품 기업으로 도약했다.

140년간 ‘케첩의 대명사’로 통했던 크래프트 하인즈(Kraft Heinz)가 최근 지속적인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하인즈 주가는 올해에만 34% 떨어졌다. 2017년 주당 100달러(약 12만 원)를 넘보던 하인즈 주가는 작년 8월 60달러대로 떨어졌고 지난 2월 30달러대로 급락한 뒤 이달 들어 25달러로 곤두박칠쳤다. 지난주 공개한 금년 상반기 순매출은 124억 달러(약 15조원)로 작년 동기 대비 4.8% 감소했다.

하인즈는 건강한 먹을거리를 추구하는 소비자 취향 변화에 대응하는 대신 비용 절감에만 골몰하다 몰락을 자초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하인즈가 케첩에 꿀을 첨가한 신제품을 출시할 때, 젊은 소비자들은 건강에 좋은 ‘비트 케첩’이나 치즈처럼 썰어먹는 ‘고체형 케첩’에 열광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유럽에서는 흑마늘 케첩이나 설탕 없는 케첩이 인기를 얻었다. 스페인산 흑마늘과 토마토, 발사믹 식초, 양파 등을 섞어 만든 흑마늘 케첩은 소시지나 스테이크, 베이컨 등에 곁들여 먹는 제품이다.

하인즈 케첩의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70%가 넘지만, 최근 5년여 사이 5~6%포인트 점유율이 감소했다.

국내에서도 전통적으로 소비가 많던 토마토케첩과 마요네즈는 소스류 시장에서 밀리는 모양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간한 ‘소스류 시장에 대한 2018 가공식품 세분 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소스류 생산액은 2017년 2조4965억원에 달했다. 2조1356억원이었던 2013년과 비교하면 16.9% 증가한 규모다. 반면 토마토케첩과 마요네즈의 2017년 생산액의 경우에는 2013년보다 각각 32.6%, 52.1% 감소했다.

140년 역사의 전통 케첩의 몰락은 설탕과 소금을 다량 함유한 케첩 대신 건강한 케첩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유기농 식품 매장인 홀푸드에서는 ‘서 켄싱턴’(Sir Kensingtons) 케첩이 하인즈 케첩을 제치고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9년 전 미 브라운대학교 학생 2명이 설립한 이 회사는 건강한 케첩을 만든다.

켄싱턴 케첩은 토마토와 비정제 설탕, 사과식초, 올리브오일, 라임주스 농축액, 고수 잎, 양파 등 자연재료를 사용하고 유전자조작식품(GMO), 식품첨가물은 뺐다. 하인즈 케첩보다 설탕은 50%, 나트륨은 33% 줄였다.

유리병에 케첩을 담아 고급화 전략도 내세우면서 켄싱턴 케첩은 고급 호텔·레스토랑·식품매장에서 프리미엄 케첩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회사는 2016년에는 채식주의자를 위해 동물성 식재료를 쓰지 않은 마요네즈를 내놓기도 했다.

서 켄싱턴의 공동창업자인 스콧 노튼과 마크 라마단은 2017년 미 경제매체인 패스트 컴퍼니(Fast Company) 혁신 페스티벌에서 “모든 측면에서 하인즈 케첩과 반대로 했다”면서 “하인즈가 플라스틱병에서 케첩을 짜낸다면 우리는 유리병에서 케첩을 퍼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2017년 다국적기업 유니레버(Unilever)는 건강한 케첩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켄싱턴을 1억4000만 달러(약 1700억원)에 인수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다른 글로벌 식품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유니레버는 최근 몇 년간 소비자의 취향이 바뀌면서 침체된 제품 라인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 방법을 모색해 왔다”고 설명했다.

노튼 창업자는 인수 당시 “작은 회사들이 식품 분야에서 도저히 할 수 없는 규모의 투자가 거대 기업에서는 가능하다”면서 “유니레버와의 파트너십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상식 기자/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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