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없는 지방간, 간 손상 시작
방치하다간 간염·간경변증 초래
간 해독 능력 높이는 성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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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은 과음·과식으로 간 건강에 주의해야 하는 시기다. 연휴 기간 오랜만에 만난 친척과 담소를 나누면서 시도 때도 없이 기름진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면서 간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 영양소를 분해하고 독소를 해독하면서 쉴 틈 없이 일하다가 간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덩달아 지방간·간염 등 간 질환의 위험도 커진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건강한 간을 지키기 위한 관리법에 대해 알아봤다.
간은 전신 건강을 좌우하는 컨트롤타워다. 담즙을 생산해 소화를 돕고 흡수된 영양소를 저장·가공해 필요한 곳으로 분배한다. 알코올 등 체내로 유입된 독성 물질을 분해해 소변으로 배출하는 해독 작용도 한다. 면역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장 점막을 통해 침투한 세균은 간을 거치면서 대부분 죽는다. 간이 건강하지 않으면 살균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면역 체계가 망가질 수 있다.
간 기능 확 떨어져야 증상 느껴
문제는 간이 대표적인 침묵의 장기라는 점이다. 장염에 걸리면 배가 콕콕 쑤시고 결막염에 걸리면 눈이 따가운 이상 증상을 느낀다. 반면 간은 간세포가 파괴돼 간 기능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도 증상이 거의 없다. 평소보다 피곤함을 좀 느낄 뿐 아프거나 불편감을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 피부와 눈의 흰자가 노랗게 변하거나 몸이 잘 붓는 등 이상을 감지했을 땐 이미 간이 심각하게 손상됐을 수 있다.
만일 간이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면 어떻게 될까. 간에 지방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면서 지방간으로 간 기능이 약해진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강원석 교수는 “지방간은 간 손상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방치하면 간세포가 죽거나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간염, 간 조직이 딱딱하게 굳는 간경변증으로 악화한다.
간뿐만이 아니다. 지방간은 체내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지방 분해 효율을 떨어뜨려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도 키운다. 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 연구팀은 지방간과 심혈관 질환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지방간이 없는 사람보다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1.64배 높았다고 밝혔다.
간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간에 부담을 주는 생활습관을 고쳐야 한다. 지방간을 부르는 과음·과식이 대표적이다. 술을 마시면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 물질이 만들어진다. 아세트알데히드는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발암물질이다. 체내 활성산소를 늘리고 간세포의 염증 반응을 촉진한다. 강 교수는 “매일 술을 마시면 손상된 간세포가 회복하지 못해 결국 간경변·간암 등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간을 위해서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부득이하게 마셔야 한다면 적정 음주량을 지켜야 한다. 간이 하루 동안 부담 없이 해독할 수 있는 적정 음주량은 남성이 소주 3잔(120㏄), 맥주 3잔(750㏄), 양주 3잔(75㏄) 정도다. 여성은 이보다 한 잔씩 적다. 이를 넘기면 과음이다. 만약 술을 마셨다면 적어도 48~72시간은 금주해 간이 회복할 시간을 줘야 한다.
과식도 간에는 부정적이다. 영양 과잉으로 몸에서 쓰고 남은 탄수화물·지방 등 영양소가 중성지방 형태로 간에 쌓인다. 이렇게 축적되는 지방이 몸을 움직이면서 소모하는 양보다 많으면 술을 마시지 않아도 지방간이 생긴다. 추석을 대표하는 명절 음식인 송편은 46㎉(이하 개당 열량), 동그랑땡은 30㎉, 꼬치전은 47㎉, 명태전은 75㎉다. 종류별로 두세 개씩 주워 먹으면 밥 한 공기(300㎉)를 더 먹은 것과 같다. 열량이 높은 명절 음식이 간에는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강 교수는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어떤 음식을 얼마나 먹느냐에 따라 간이 받는 부담이 달라진다”며 “최근엔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영양 과잉으로 인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진단·치료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송편 6~7개 열량이 밥 한 공기
간 기능 회복을 돕는 성분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우르소데옥시콜린산(UDCA)이 대표적이다. UDCA는 간 기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담즙산의 일종이다. 담즙산이 장과 간을 순환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간의 혈류량을 늘려 해독 작용을 활성화해 독소·노폐물 배출을 촉진한다. 손상된 간세포를 재생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체내에서 만들어지는 UDCA의 양은 총 담즙산의 3~5%에 불과하다. 강 교수는 “UDCA를 꾸준히 섭취하면 간 기능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UDCA의 간 기능 개선 효과는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2016년 국제임상저널(IJCP)에 실린 연구에서는 간 수치가 정상을 벗어난 만성피로 환자 165명을 대상으로 UDCA의 간 수치와 피로 증상 개선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8주 동안 매일 UDCA를 50㎎씩 복용한 그룹은 주관적 피로도 점수(CIS·140점 만점)가 76점 미만으로 정상화 비율이 약 80%에 달했다. 간 염증이 있을 때 높아지는 혈중 ALT 수치는 평균 12.76% 줄었다. 혈중 ALT 수치가 떨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간에 염증 반응이 덜 나타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같은 기간 모양·색이 같은 가짜 약을 먹은 그룹은 46%만 피로도가 정상으로 돌아왔고 혈중 ALT 수치는 변화가 거의 없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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