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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합의이혼'이냐 '조기총선'이냐…흔들리는 英브렉시트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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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딜' 방지 법안 가결시 1월31일로 시한 연장 가능…여당 지연작전 펼수도

'반란표'에 당한 존슨, 조기총선 추진 공식화…성사 여부 예측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 내달 31일(이하 현지시간)로 예정된 유럽연합(EU) 탈퇴를 앞두고 영국이 또다시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여름 휴가를 마친 영국 하원이 3일 의사 일정 주도권을 내각에서 하원으로 가져오는 결의안을 가결하면서, 무조건 31일 EU를 탈퇴하겠다고 했던 보리스 존슨 총리에게 일격을 가했다.

328표 대 301표로 통과된 결의안에는 무려 21명이나 되는 집권 보수당 의원들까지 찬성표를 던져 존슨 총리를 코너로 몰았다.

야권과 보수당 내 반란세력이 4일 하원에서 노 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 마련한 이른바 '유럽연합(탈퇴)법안'을 처리하면, 브렉시트 시한은 내년 1월 31일로 늦춰질 수 있다.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며 다음 주 초 의회 문을 걸어 잠그려던 존슨 총리는 하원의 반격에 '조기 총선' 카드를 꺼냈다.

판을 갈아엎어서라도 내달 31일 예정대로 EU를 떠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와 BBC 등은 개원 첫날 벌어진 존슨 총리와 의회의 갈등을 전하면서 '노딜' 브렉시트가 아닌 '합의 이혼'이 가능할지 아니면 존슨 총리의 경고처럼 빡빡한 일정 아래 총선이 치러질지를 분석하는 시나리오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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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하원에서 발언하는 보리스 존슨(앞) 영국 총리 [EPA=연합뉴스]



◇ 존슨 총리-하원 4일 '2라운드' 대결

3일 집권 보수당의 반란 속에 하원이 이겼지만 4일에는 '2라운드' 대결이 예정돼 있다.

이날 영국 하원은 이달 19일까지 EU와 브렉시트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시한의 3개월 연기를 EU 집행위원회에 요청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법안을 놓고 표결한다.

이 법안은 의회 정회가 시작되는 이달 9일 전까지 하원과 상원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더 타임스는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상원에서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의 지연 작전으로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상·하원을 모두 통과한 법안은 형식적으로 여왕의 재가를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정부가 의회 정회 때까지 이 절차를 고의로 늦춰 효력 발생을 막을 수도 있지만 정치적 리스크가 커서 실현 가능성은 작다.

브렉시트 일정을 늦춰서라도 '노딜'을 막으려는 의회의 반격에 존슨 총리는 조기 총선이라는 카드를 공식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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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밤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계획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의회 밖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 내달 14일 조기 총선 치르면 이달 9일 의회 해산

2017년 총선을 치른 영국의 차기 총선 예정은 2022년이다. 조기 총선을 치르려면 정기의회법에 따라 전체 650명의 하원 의원 중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존슨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은 물론 제1야당인 노동당 등 야권의 '상당한' 동의가 있어야 조기 총선이 실현될 수 있다.

그런데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브렉시트 시한 연장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조기 총선에 결코 찬성표를 던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존슨 총리의 조기 투표 승부수가 실현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브렉시트 시한 연장법안이 통과된다는 전제 아래 노동당은 여왕 연설이 예정된 10월 14일을 조기 총선 날짜로 거론하고 있다.

3분의 2 의석 확보가 어려운 영국 정부가 10월 14일 조기 총선을 치르자는 임시법안을 만들어 의회에 제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반 지지를 받아야 하는 데다 상원을 통과한 뒤 의회 정회 전 여왕 재가까지 받아야 해서 일정상 쉽지 않다.

만약 10월 14일 조기 총선이 확정되면 규정상 근로일 기준 25일 전인 이달 9일 의회가 해산해야 한다. 의회 해산 후 이달 16일까지는 공천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노동당은 당헌·당규에 따라 공약을 정하는 이른바 '5조' 회의도 열어야 한다.

총선 출마 후보를 정하는 문제를 놓고도 빡빡한 일정 때문에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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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 브렉시트 연기되면 존슨 총리, 궁지에 몰릴 수도

브렉시트 연기 법안이 상·하원을 모두 통과하고 조기 총선을 치르지 않게 된다면 '죽기 살기로' 브렉시트를 추진하던 존슨 총리는 궁지에 몰리게 될 수 있다.

'노딜' 브렉시트가 임박할 때까지 자신이 원하는 협상안을 EU가 제시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협상 자체를 부정적으로 봤던 존슨 총리는 10월 안으로 협상에 나서도록 압박을 받게 된다.

이럴 경우 일부러 협상 자체가 잘 안 되도록 하거나 다시 한번 국민투표를 카드로 꺼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투표를 치르게 되면 입법 절차 등을 고려했을 때 브렉시트는 애초 시한인 10월 31일은 물론 '노딜' 브렉시트 반대 진영에서 주장하는 2020년 1월 31일 이후로 늦춰질 수 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내각 불신임 투표 카드를 거론했는데, 불신임 안건이 가결되면 14일 안에 새 정부를 구성하거나 총선을 치러야 한다.

BBC는 이미 조기 총선을 고려하는 존슨 총리가 보수당을 앞세워 불신임 투표를 먼저 요구하는 '하이 리스크' 전략도 거론했다. 불신임 투표가 가결되면 야당은 새 내각을 구성해야 하는데 내각을 꾸리지 못하면 결국 조기 총선으로 가게 된다.

mino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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