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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존슨 ‘브렉시트 구상’ 급제동…英, 결국 조기총선으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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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 표결서 ‘노딜’ 반대파 승리 / 與의원 21명 대거 반대표 던져 / 브렉시트 2020년 1월로 연기 유력 / 보수당 1명 탈당 과반도 무너져 / 정부 불신임안 제기될 가능성도

“역사적 투표에서 총리가 패했다”(더 타임), “보수당 반군에 의한 존슨의 굴욕”(가디언), “존슨이 총선을 요구했다”(텔레그래프).

4일(현지시간) 영국 주요 일간지 1면은 온통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관련한 전날 하원 표결 소식이 장식했다. 집권 보수당 의원 상당수가 보리스 존슨 총리의 ‘조기총선 실시 및 공천 배제’ 협박과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야권에 힘을 보태면서, 브렉시트 시한을 3개월간 연장하는 ‘노 딜 방지법’ 통과의 길을 닦았기 때문이다. 오는 10월31일 시한 내 무조건 유럽연합(EU)을 떠나겠다는 존슨 총리 구상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영국 정치권이 격랑에 휩싸였다.

영국 하원은 내각의 의사일정 주도권을 4일 하루 동안 하원에 부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놓고 3일 표결해 찬성 328표, 반대 301표로 가결했다. 이로써 하원은 노 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 노동당 힐러리 벤 의원이 발의한 ‘유럽연합(탈퇴)법’을 상정할 수 있게 됐다. 이 법안은 EU 정상회의 다음날인 10월19일까지 EU와의 새로운 브렉시트 합의안 또는 노 딜 브렉시트를 의회가 승인하지 않는 한, 브렉시트 시한을 내년 1월31일로 연장하는 내용이다.

세계일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운데)가 3일(현지시간) 열린 하원에서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맨 아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런던=EPA연합뉴스


의회 분위기는 초반부터 정부 측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존슨 총리가 연설하는 동안 보수당 소속 필립 리 의원이 반대편으로 걸어가 야당 의원들 사이에 앉으며 탈당을 결행한 것이다. 그가 자유민주당에 입당하면서 연립 보수·민주연합당이 간신히 유지하던 1석 과반이 무너졌다. 3시간가량 토론이 벌어진 끝에 나온 결과는 존슨 내각의 참패였다. 필립 해먼드 전 재무장관 등 9명의 전직 각료와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손자인 니컬러스 솜스 경 등 예상(17명)을 웃돈 21명의 보수당 의원이 존슨 총리에게 반기를 든 것이다.

정부 쪽에서는 EU도 노 딜을 반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존슨 총리의 ‘노 딜 불사론’이 유효한 협상 카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영국이 아무런 완충장치 없이 EU를 떠날 때 초래될 경기 침체와 의약품·생필품 부족 우려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7월 말 취임 후 첫 하원 결투에서 쓴맛을 본 존슨 총리는 “만약 하원이 또 한 번의 무의미한 (브렉시트) 지연을 강요한다면 해법은 조기총선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원이 (유럽연합)법안에 찬성한다면 10월17일 브뤼셀(EU 정상회의)에 누가 갈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선거가 10월 중순 치러질 것임을 시사했다.

반란군 숙청 작업에도 곧바로 착수했다. 야권에 가담한 21명 전원은 “앞으로 보수당적을 가지고 활동할 수 없을 것”이라는 출당 통보를 받았다. 이제 연립여당이 다수를 확보하려면 의석수보다 43표가 더 필요한 상황이 됐다고 더 타임은 전했다.

영국은 조기총선 국면 돌입이 유력해 보인다. 그러나 하원이 노 딜 방지법을 처리하더라도 의회 정회 전 발효되려면 상원 통과-여왕 재가 등 절차를 거쳐야 하고, 정부 불신임안이 불쑥 제기될 가능성도 있어 향후 정국을 놓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노동당은 노 딜 방지법이 조기총선보다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부가 10월31일 브렉시트 결행 이후로 총선을 미루는 ‘꼼수’를 부릴 수 있는 만큼 조기총선 카드를 지금 당장 받기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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