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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악재 민감도 커진 이자율 시장..심리와 수급, 그리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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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최근 이자율 시장이 악재에 좀더 민감한 모습을 보이면서 이전과는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수급 부담과 투자심리 훼손 등이 계속 거론됐던 가운데 이날은 미중 협상이 재개된다는 소식에 채권가격이 흔들리는 모습을 나타냈다.

중국 CCTV는 5일 "미중 고위관계자들이 유선통화로 10월 초 워싱턴에서 제13차 미중 고위급 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CCTV는 미중 무역협상단이 다음주 논의를 재개하며, 정식 협상은 다음달 초에 이뤄진다고 밝혔다.

■ 심리, 미중 협상 늘 하던 건데 불안감 과하게 표출?

국고3년물 최종호가수익률은 지난 8월 19일 1.093%를 기록하면서 저점을 찍었다.

지난달 말부터 금리 하락세가 멈칫한 뒤 9월 2일엔 정확히 한 달 만에 금리가 1.2%를 넘어섰다.

시장금리의 기준금리 인하 반영 후 레벨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수급적으로 악재가 부각되자 채권 매수 심리가 상처를 입은 모습이다.

그러면서 심리적으로 흔들리자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이 나온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오늘은 미국과 중국이 다시 협상을 하겠다는 소식에 장이 급하게 밀렸다"면서 "이전과 달리 확실히 심리가 불안정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레벨 부담, 수급 부담이 겹치면서 분위기가 바뀐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호재들의 영향력도 이전만 못해 일단 조심해야 하는 구간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B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4분기까지 불안불안한 시기가 될 듯하다"면서 "수급 불안 속에 미국과 중국의 싸움도 한계가 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 미래 수급에 대한 불안

정부는 최근 내년 국고채 발행한도를 130.6조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올해보다 29조원이나 늘어난 것이며, 최근 100조원 내외 수준의 한도보다 크게 증가하는 것이다.

내년 적자국채는 올해 33.8조원보다 크게 늘어나는 60.2조원으로 잡았다. 내년 순증 규모가 올해 44.5조원보다 크게 늘어난 71.1조원, 상환용은 내년 국고채 만기 50.7조원과 시장조성용 8.6조원을 더한 59.3조원에 달한다.

올해 경기상황이 좋지 않고 기업실적이 부진해 내년 법인세 세수가 여의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큰 정부론'에 입각해 경기 방어에 나설 계획이다.

내년 예산안의 총지출 규모는 513.5조원으로 올해 본예산 대비 43.9조원, 즉 9.3% 증가한 것이다. 올해에 이어 2년 연속 9%를 넘는 증가세다. 세수 여건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재정 역할을 강화하다 보니 국채 발행이 크게 늘어나는 것이다.

내년 국고채 발행 한도 130.6조원을 12로 나누면 10.9조원에 달한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내년엔 올해보다 매달 2-3조원씩 물량이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현재 시점에선 '내년의 일'이며,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조정될지 봐야 한다.

최근 시장 분위기 반전이 지난 달 하순 MBS 미매각에서 시작됐다는 평가도 많았던 가운데 20조원 규모의 제2안심전환대출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지도 확인해야 한다. 안심전환과 관련한 MBS는 12월부터 순차적으로 발행된다.

이번 안심전환은 지난 2015년과 같은 충격을 주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지만, 시장 분위기가 계속 안 좋을 경우 수급 악영향을 간과하기도 어렵다는 지적도 보인다. 안심전환 물량, 은행들의 의무 보유기간 등을 확인해야 한다.

지난 달 23일 금융위원회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의 출시계획을 확정했다. 이달 16일부터 29일까지 약 2주간 신청을 받는다. 지난 2015년 안심전환대출은 제1금융권 대출의 전환만 가능했던 반면 이번에는 제2금융권 대환이 가능하다.

2015년 안심전환대출 당시엔 최초 20조원에서 추가로 약 14조원이 더 진행되면서 시장에 큰 혼란을 줬다. 이에 따라 일단 이번 안심전환은 당시의 영향엔 못 미칠 수 있다.

■ 올해 7월까지 잘 달렸던 크레딧 채권의 부진

한국금융신문

자료=신한금융투자



이런 가운데 최근엔 신용 채권의 부진이 두드러지면서 전체 채권시장의 강세 분위기를 일그러뜨린 측면도 무시하기 어렵다.

최근 영미권 금리나 독일 금리 전망을 바탕으로 만든 DLS 사태에 따른 여전채 매도, MBS 관련 우려 등으로 크레딧 채권 부진이 강화됐다.

크레딧물이 올해 들어 7월까지 쉼없는 강세 무드를 이어온 탓에 안전채권 대비 레벨 부담이 부각됐으며, 여기에 하반기 수급 부담이 부각되자 맥을 못추고 있는것이다.

은행들의 LCR 비율 상향 등을 위한 은행채 발행도 계속 이어질 수 있어 안 좋아진 크레딧 시장 수급 분위기가 빠르게 턴을 하기 어렵다는 진단도 보인다.

크레딧 시장은 8월부터 약세에 진입했다. 회사채 AA-(3년) 크레딧 스프레드는 6.9bp 확대되고 여전채 AA-(3년) 스프레드도 약 10.4bp 확대됐다. 특수채(+3.3bp)와 은행채(+4.8bp)도 약세를 보이는 등 상반기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레벨 부담을 느끼던 크레딧 시장은 DLS, MBS 이슈 등으로 더 타격을 입었으며, 이달 들어서도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C 증권사의 한 딜러는 "채권시장 전반이 약해진 것은 크레딧 쪽에 문제가 생기면서부터라고 볼 수 있다"라며 "크레딧물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이상 채권시장 전반이 어려운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D 증권사 관계자는 "크레딧 쪽도 여전히 불안하고 시장 분위기 반전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크레딧 금리를 안전채권 금리로 나눈 일드 레이쇼 등을 감안하면 가격 메리트가 돋보인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수급 부담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3일 기준 크레딧 스프레드는 39.5bp로 낮아 보이나 국채금리가 1.216%임을 감안하면 낮지 않다"면서 "밸류에이션 지표인 일드 레이쇼는 1.325로 최근 5년간 가장 높았던 2015년말 1.348에 바짝 다가와 크레딧 스프레드는 연말효과를 상당히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DLS관련 이슈로 인한 여전채 시장 약세 전환, 제2안심전환대출 출시 확정에 대한 걱정, 2020년 수퍼예산안 발표로 인한 수급 부담 등으로 크레딧 채권도 약세를 더 이어갈 것으로 봤다.

그는 "올해의 경우 수급 부담을 감안해 '이른' 연초효과는 상당기간 지연될 수 있을 듯하다"면서 "9월에도 약세 요인이 지배적이고 투자에 대한 고민은 4분기 후반부로 제안한다"고 밝혔다.

가격 메리트에도 불구하고 크레딧물 투자심리가 회복되는데 시간이 꽤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 미-중 싸움도 휴식 필요?..2000선 넘어선 코스피지수

한국금융신문

자료=신한금융투자



이런 가운데 최근엔 주식과 원화값이 반등하면서 안전자산선호도 후퇴했다.

특히 코스피지수는 5일 한달 남짓 만에 2000선을 회복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8월 1일 2017.34로 마감한 뒤 한 달 넘게 1900대에서 등락한 뒤 이날 2천선 위로 올라왔다.

미국과 중국의 상대에 대한 공세와 비방이 이골이 날 정도로 진행된 뒤 이젠 좀 쉴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진단도 보인다.

최근 위험자산 반등 분위기에 맞춰 주가지수가 저점을 형성하는 국면일 가능성을 거론하는 모습들도 나온다.

E 운용사의 한 주식 매니저는 "미중 갈등 추이에 계속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지만, 일단 지수가 바닥을 그리면서 올라오고 있다"면서 "미중 갈등도 좀 휴지기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지금의 주가지수 흐름이 한국경제 최대 위기였던 IMF 사태 때와 비슷하고 현재는 지수가 반등을 앞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곽현수 연구원은 "지금의 주가흐름은 한국 최대 위기였던 IMF 때와 비슷하다. 9~10월 중 지수 반등이 가능한 모양새"라며 "그래프는 뒷 조정이 더 낮은 더블 바텀 형태를 형성 중이며, U 자형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코스피지수의 9월 밴드로는 1850~2100을 제시했다. 상단은 일드 갭으로 계산시 적정값이 2150이지만 시간가치를 고려해서 2100으로, 하단은 PBR 0.8배 수준인 1870~1880이 적정하지만 변동성 확대를 고려해 1850으로 제시했다.

레인지를 보수적으로 잡았지만, 주가지수 반등의 가능성은 커졌다는 진단이다.

■ 약화된 채권투자 심리, 시간 좀 더 흐르면 바뀔 것이란 기대도

이런 가운데 최근의 약세 국면이 추석 연휴 이후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란 진단도 나오고 있다.

악재들이 상당부분 반영됐기 때문에 시간이 좀더 흐른 뒤엔 가격 메리트에 무게를 둘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F 증권사의 한 딜러는 "여전히 10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기에 통당 같은 것들의 금리가 1.3%에 근접해 캐리 메리트가 생겼다"면서 "계속해서 장이 더 밀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악화된 채권 투자 심리, 당분간 분기말이나 추석 명절 자금 수요에 따른 자금집행 감소 등이 채권 수급에 비우호적일 수 있으나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상황이 바뀔 수 있을 것이란 관점도 보인다.

이혁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은행채 발행에 따른 신용스프레드 약세는 여전채 및 회사채의 약세를 연쇄적으로 가져올 수 있어 당분간 크레딧물 약세가 지속될 수 있다"면서도 "이같은 약세는 단기적인 수급 요인이며, 약세폭은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낮은 물가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뒷받침하고 있으며, 9월 FOMC에서도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컨센서스도 형성돼 있다"면서 "10월 금리 인하 이후 추가 인하 가능성 여부에 따라 현재 금리 레벨에서도 투자가 가능하며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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