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5일 정부행정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AP=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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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철회는 전적으로 본인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배후에 있다는 주장이 제기될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법안 철회로 중국 정부가 시위대에 한 발 물러섰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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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환법은 홍콩 상황 때문...중국과 무관”
지난 6월26일 민간인권전선이 송환법 철회를 요구하며 벌인 시위. [EPA=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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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람 홍콩 행정 장관은 5일(현지시간)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 철회를 결정한 것은 베이징이 아니라 자신”이라고 말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자가 “법안을 철회하기로 한 배경이 뭐냐”고 묻자 나온 답변이다.
람 장관은 “송환법은 홍콩특별행정자치구의 상황 때문에 시작된 법안이다. 중앙 정부는 법안 추진 과정과 철회 후에도 홍콩 정부의 결정을 지지하고 있다"고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홍콩 정부가 자체적으로 추진한 것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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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환법, 10월 토론ㆍ투표없이 바로 폐기
8월 24일, 주홍콩영국대사관 앞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격렬하게 충돌했다. [AP=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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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완전 철회 결정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가 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람 장관은 “지난 6월 15일 송환법 추진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시민들은 믿지 않았다. 그래서 7월 5일 '법안은 죽었다'고도 했다. 그 때 이미 법안을 더 진척시킬 의사는 없었다”며 “2주 전부터 각계 각층의 얘기를 들어왔다. 시민들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전제 조건으로 법안 철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최종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송환법은 오는 10월 입법회가 열리면 투표나 토론 없이 철회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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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전, “5대 요구 하나라도 빼면 계속 시위”
그러나 시위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조짐이다. 홍콩의 대규모 도심 시위를 주도해 온 민간인권전선(民間人權陣線ㆍCivil Human Rights Front)이 이날 반정부 시위를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민전은 지난 6월 9일(100만), 6월 15일(200만), 8월 18일(170만) 시위를 주도한 홍콩 최대의 시민단체연합체다.
홍콩 반환법 철회 주요 일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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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전은 성명을 통해 “캐리 람 장관이 ‘범죄인 인도법’ 철회로 시민들의 불만을 무마하려 하고 있다”며 “'악법 철회'라는 하나의 요구에 응한 것은 맞지만 이것만으로 사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6월 이후 석 달간 수백만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거리에 나서고 있다”며 “5대 요구 전부를 (정부가)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대 요구 사항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ㆍ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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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폭력 별도 기구 조사해야” vs “경찰 자체 기구로 가능”
전선은 특히 경찰의 무차별 폭력과 과잉 진압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선은 “경찰은 무차별적으로 시민들을 폭행했고 진압 과정에서 (그들의) 폭력은 통제되지 않았다”며 “독립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법 정의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 선량한 시민들의 근본적인 요구”라고 주장했다.
홍콩 경찰들이 5일 전날 밤 시위대와 충돌이 있었던 포람 역에서 시민들의 소지품을 조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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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람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별도 중립 기구에 의한 경찰 폭력 사태 조사가 아닌 경찰 내 자체 기구를 통해 관련 문제를 처리해 나간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는 향후 학생과 시민단체의 시위 명분이 될 전망이다. 람 장관은 집회 참가자들에 대해서도 법규대로 처리한다는 입장이어서 정부와 시위대 간의 충돌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park.seonghun@joongang.co.kr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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