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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은 잠재성장률 하향 보고서가 상기시켜준 우울한 한국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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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한국은행 조사국 연구자들이 9일 2019~2020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5~2.6%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최근 이주열 총재 등 한은 쪽에서 이미 한국 잠재성장률이 2%대 중반으로 낮춰진 것으로 보인다는 언급을 한 터여서 새롭지는 않다.

하지만 얼마전까지 한국의 잠재성장률에 대해 2%대 후반, 3% 초반 수준이라고 말해 왔던 점을 감안할 때 한국경제의 성장 잠재력 둔화가 두드러진다.

무엇보다 한국의 경우 고령화 때문에 구조적으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할 수 밖에 없었다.

한국의 급속한 고령화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더 오래 살기 때문에 심해진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고령화는 아이를 낳아서 키우기 어려운 사회 구조를 방치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

■ 2% 중반의 잠재성장률..시간 흐르면서 더 낮아질 것

지난 20세기 한국의 성장세는 전세계를 통틀어 가장 돋보이는 수준이었다.

한국은 후진국에서 선진국 문턱까지 성장한 세계 유일한 나라로 손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한국의 성장 잠재력은 가파르게 소진됐다. 전체 경제규모는 계속해서 커졌지만, 성장 탄력은 시간이 갈수록 둔화되고 있다.

지난 20세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했지만, 21세기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잠재력을 소진하고 있는 나라 중의 하나로 꼽힌다.

2001~2008년까지만 해도 한국의 연평균 성장률은 4.9%에 달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친 2010년대 한국의 잠재능력은 점차 바닥을 나타내고 있다.

2011~2018년 성장률은 3.0% 수준으로 급격히 하락했다. 지금은 성장잠재력 자체가 2%대 중반으로 낮아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2019~2020년 중 성장률은 이보다 낮은 2.4%(한은 전망)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한은이 한국 잠재성장률을 한 단계 낮췄지만, 민간 쪽에선 이미 이런 의심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증권사의 한 분석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은 등 당국에선 한국의 잠재성장률에 대해 2%대 후반, 3% 초반이란 평가를 하곤 했다"면서 "하지만 이미 그 전부터 한국의 성장 잠재력은 2%대 중반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길게 잡더라도 향후 10년 이내에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대로 낮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한국의 성장세 둔화에 대해선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외 요인 때문에 한국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된 게 아니라 내부적인 요인으로 한국경제는 몰락하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민간 쪽에선 일단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이란 비관론도 늘어난 상태다.

한국금융신문

자료=한국은행



■ 한국경제, 문제는 내부에 있었다..고령화는 향후 성장 발목 잡을 수 밖에

흔히들 최근 한국의 성장률 저하에 대해 미중 갈등과 같은 외부 요인을 꼽아왔다. 당연히 이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하지만 성장잠재력이 빠르게 저하되고 있다는 점은 한국경제의 진짜 심각한 문제는 내부에 있었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한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젊은층 소멸이다. 한 경제의 성장률을 노동(노동투입), 자본(자본투입), 기술(총요소생산성)로 분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출산율 저하는 미래 성장률을 낮출 수 밖에 없다.

통계청은 인구에 대한 통계를 낼 때마다 항상 이전보다 더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해 왔다.

예정보다 2년이나 앞당겨 올해 3월에 실시한 장래인구특별추계를 보면 15세 이상 인구의 정점시기가 지난 2016년 추계에 비해 2년 단축된 2031년으로 전망됐다.

한국의 잠재성장률 추락은 총요소생산성, 자본투입, 노동투입 등 구성요소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 총요소생산성이 개선에 한계를 보이는 가운데 노동과 자본의 역할이 예전만 못했다.

한은 조사국은 "최근의 잠재성장률 하락은 총요소생산성 개선세가 정체된 가운데 노동 및 자본 투입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조사국의 연구자들은 "노동투입 기여도는 2016년 이후 빠르게 하락했다. 노동투입 요소별 기여도를 통해 그 원인을 살펴보면 15세이상 인구의 증가세 둔화가 주된 요인임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자본투입 기여도도 2016년 이후 큰 폭 둔화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경제가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나타나는 투자 둔화 현상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2016~2020년 중 잠재성장률 추정치는 2.7~2.8%로 기존 추정치 2.8~2.9%에 비해 0.1%p 가량 낮게 추정됐는데, 이는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가 기존 전망에 비해 빨라졌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아무튼 한국의 성장잠재력이 기존 전망에 비해 낮아진 주된 이유로 경제활동참가율 상승세가 완만해지면서 노동투입 기여도가 하락한 측면이 크게 작용했다고 봤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현재 채권시장엔 향후 기준금리 0%대를 예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면서 "기본적으로 한국경제 구조상 앞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금융신문

자료=한국은행



■ GDP갭 마이너스 얼마나 갈까..금리 내려도 경기 좋아지는 데는 한계

최근엔 올해 성장률이 2%를 넘기 어렵다는 분석들도 많아진 가운데 GDP갭률도 당분간 마이너스를 이어갈 수 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실제 GDP가 잠재 GDP를 밑도는 국면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한은에서도 일단 당장 내년엔 GDP갭 마이너스를 감안하고 있다.

한은 조사국 연구자들은 "2018년 중 제로수준에 근접했던 GDP갭률은 2019년 중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상당 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마이너스로 전환됐다"면서 "이로 인해 2020년에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회복되더라도 GDP갭률은 현재의 마이너스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이미 '일반화된' 한국 잠재성장률 추가 하락 전망에서 한은도 예외는 아니다.

조사국은 "향후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빠른 생산연령인구 감소, 주력산업 성숙화,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인한 추세적 투자부진을 고려할 때 향후 잠재성장률은 더욱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 한국은 잠재성장률 둔화 속도를 제어하기 위해 기술발전, 출산율 상향 등에 힘을 쏟아야 한다. 하지만 다수의 전망은 비관적인 쪽이다.

특히 인구 고령화(생존기간 연장보다 저출산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미래의 한국경제를 더욱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자산운용사의 관계자는 "시간이 갈수록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기 때문에 미래 한국 내수산업은 미래가 더 어려울 수 밖에 없다"면서 "한국의 진짜 문제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었건만, 이미 타이밍을 놓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이 금리를 내리겠지만 어차피 경제가 가시적으로 좋아질 일도 없다"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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