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A)의 상호평가가 진행 중인 가운데 우리은행의 고액현금거래 제재가 예고됐다. 우리은행은 DLF(파생결합펀드) 사태로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추가적인 징계를 막기 위해 ‘배수진’을 쳤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FATF 상호평가팀은 지난 7월말까지 국내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의심거래보고, 고액 현금거래 보고, 고객확인 의무 등을 금융회사가 잘 지키고 있는지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FATF가 국내 금융사를 상대로 현장조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추가적인 서면평가 후 최종 결론은 내년 4월에 낸다.
금융당국은 FATA 상호평가에 대비해 그간 금융회사에 대한 자금세탁 방지 검사를 강화하는 한편 관련 법령을 개정해 지난 7월부터 FIU(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하는 고액 현금거래 기준을 종전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강화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FATF는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제도가 갖춰져 있는지와 함께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 실제 위반 사례 적발 실적, 제재 실적 등도 점검한다”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 우리은행이 4만건 이상의 고액현금거래 보고를 누락했다. 그런 만큼 금융당국으로선 강도 높은 제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그간 수만건 수준의 대규모 보고누락이 없었던 만큼 금융당국의 (제재 수위에 대한) 고민도 깊을 것”이라며 “얼마나 위중한지, 중대한 것인지에 대해 판단하겠지만 FATF의 상호평가를 의식해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사실상 100% 원금손실이 발생한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F 사태로 금융당국의 검사를 받는 중이다. 불완전판매와 내부통제 미흡 등으로 중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자금세탁 방지 의무 미이행으로 추가적인 징계를 받으면 작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된다.
기관경고를 받으면 대주주 적격성에 결격사유가 발생하는 만큼 자회사 인수가 어려워 지고 1년간 신사업 진출도 금지된다. 특히 금융회사는 최근 3년 이내에 2회 이상의 기관주의 이상의 제재를 받은 상태에서 추가 제재를 받으면 1단계 징계 수위가 가중될 수 있다. 우리은행이 최근 3년 안에 기관경고나 주의를 받은 적은 없다. 그러나 이번 건으로 제재를 받고 DLF로 추가 제재를 받은 상태에서 기관주의 이상의 제재를 또 받으면 최악의 경우 ‘영업정지’도 당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고액거래 보고 누락에 따른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해 전사적으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추가 제재를 의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김진형 기자 jh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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