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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잠재성장률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당초 한국은행 예상보다 속도가 빠르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9일 한국은행 설명처럼 잠재성장률은 다시 측정해본 결과 불과 2년 만에 0.1%포인트가 더 낮아졌다. 이로써 우리나라 잠재성장률(2019~2020년)은 2.5∼2.6% 수준까지 내려온 셈이다.
권지호 한국은행 조사국 전망모형팀 과장은 "최근 잠재성장률은 총요소생산성(자본과 노동을 제외한 자원의 부가가치 증가분) 개선이 정체된 가운데 노동과 자본 투입 증가세가 둔화됨에 따라 하락 추세를 보였다"고 낮춘 배경을 설명했다.
주목해야 할 부문은 노동 부문이 성장률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잠재성장률은 총요소생산성, 노동 투입, 자본 투입의 합으로 구성된다. 2017년 기존 추정치와 이번 재추정한 결과, 자본 투입과 총요소생산성은 그대로였지만 노동 투입이 0.7%포인트에서 0.6%포인트로 0.1%포인트 하락했다. 한국은행 측은 "기존 전망에 비해 경제활동 참가율 상승세가 완만해지면서 노동 투입 기여도가 하락한 것이 주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연령인구가 더 가파르게 줄어들 예정이라 이 같은 노동 투입의 감소 추세는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줄어든 근로 시간도 잠재성장률 둔화 속도를 재촉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이날 잠재성장률의 노동 투입 지표를 단순히 총 취업자 수 기준에서 노동의 질을 고려한 총 근로 시간으로 기준을 변경해 추정한 잠재성장률을 새로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1인당 평균 근로 시간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만큼 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동일한 취업자 수에 대해 1인당 평균 근로 시간이 감소할 경우 노동 투입은 감소하는 것으로 계산한다. 이 방식에 따르면 노동 투입의 잠재성장률 기여도는 2016~2020년에는 0.4%포인트로, 2019~2020년에는 0.3%포인트로 줄어든다. 노동 투입은 근로 시간, 실업률, 15세 이상 인구, 경제활동 참가율, 노동의 질로 이뤄지는데, 이 중 근로 시간에서 0.1%포인트 줄어들었다.
권 과장은 "15세 이상 인구의 증가세 둔화가 노동 투입 기여도가 줄어드는 주된 요인"이라며 "근로 시간은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에 꾸준히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하면서 자본 투입이 줄고 있고, 경직적인 노동시장 그리고 여기에 주 52시간 근무제 같은 정책들이 잠재성장률을 낮췄다"며 "근로 시간 단축 자체가 나쁘다 좋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경기 상황과 맞지 않는 급진적인 정책은 아쉬운 점"이라고 설명했다. 2018~2019년 이 두 기간만을 고려할 때 근로 시간 지표의 마이너스가 커지는 건 작년에 도입된 '주 52시간 근무제'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잠재성장률을 제고하기 위해 경제 전반의 구조 개혁을 주문했다. 보고서는 "각종 규제와 진입장벽을 완화하고 노동시장의 비효율성을 개선함으로써 기술 혁신과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유도해야 한다"며 "아울러 여성과 청년층의 경제활동 참가를 유도하고 저출산에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노동 공급 둔화 속도를 완화하는 데 정책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잠재성장률이 하락했음에도 실제 성장률은 이마저 밑돌고 있다. 그러면서 국내총생산(GDP)과 잠재 GDP의 격차를 나타내는 GDP 갭 역시 당분간 마이너스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GDP 갭이 마이너스면 경기 부진이란 뜻으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진다. 실제 7월 금리 인하 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하회하고 있음을 인하 배경 중 하나로 밝혔다. 또 GDP 갭 마이너스는 물가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한다. 공급 측 요인으로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상황에서 수요 측 물가에도 하방압력이 발생하면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 있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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