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IFA’ 중국 전시장에선
앱 프로세서 ‘기린’ 선보인 화웨이 “퀄컴·삼성도 개발 못한 5G 칩셋”
미·중 갈등 보란 듯 구글·아마존 등 미 기업과의 협업도 공개적 홍보
일부 제품은 여전히 모방 느낌 들지만 “중국과 차별화 고민할 상황”
유럽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 ‘IFA 2019’에서 화웨이, 하이얼, DJI 등 중국 업체들의 전시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삼성, LG 제품을 단순 모방하는 수준을 넘어 공개 석상에서 자사 제품이 한국산보다 우월하다고 자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양국 정부 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보란 듯이 전시장에서 구글, 아마존 등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과의 협력을 과시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화웨이는 IFA 전시장에서 인공지능(AI)과 5세대(5G) 이동통신에 특화된 ‘기린990 5G’ 칩셋이 탑재된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다중 장면 분할(Realtime Multi Instance Segmentation)’ 기능을 선보였다. 현장에는 직원 2명이 해변이 그려진 벽지를 배경으로 춤추고 있었는데, 이 기능을 활용해 배경을 고풍스러운 유럽의 도시로 바꿀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위치를 바꾸거나 특정 직원을 영상에서 지우는 것도 가능했다.
‘기린’은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브랜드명이다. 삼성전자 ‘엑시노스’처럼 화웨이 스마트폰에만 탑재된다. 화웨이에서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리처드 위 컨슈머비즈니스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 IFA 개막 기조연설에서 손톱 크기만 한 기린990 5G를 들어보이면서 “퀄컴과 삼성도 아직 개발 못한 세계 최초의 5G 스마트폰용 통합 칩셋”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달 19일 독일 뮌헨에서 이 칩셋을 장착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30’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다음달에는 삼성전자 ‘갤럭시폴드’와 맞붙을 폴더블폰 ‘메이트X’도 시장에 내놓는다.
화웨이는 기린990 5G를 장착한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 사람의 심장 박동과 호흡 수준도 파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성능 이미지 처리장치로 눈이나 입의 움직임을 보고 고도의 연산을 수행해 건강상태를 측정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위 CEO는 퀄컴과 삼성전자를 각각 ‘기업 Q(Company Q)’와 ‘기업 S(Company S)’라고 지칭한 뒤 기술 비교도 시연했다. 일례로 e스포츠 ‘배틀그라운드’ 구동 화면을 보여주고 자사 제품이 화면 끊김 없이 더 안정적으로 운용된다고 주장했다.
화웨이는 전시장에서 독일 최고의 카메라업체 라이카 렌즈가 들어간 스마트폰 ‘P30 프로’에 어두운 곳을 밝게 찍을 수 있는 ‘나이트 모드’가 있다고 홍보했다. 실제 암실에 들어가 모형 기린을 향해 촬영 버튼을 눌렀더니 마치 한낮에 야외에서 찍은 것처럼 결과물이 나왔다. 화웨이 직원은 “라이카와 함께 구글 ‘안드로이드10’ 운영체제가 탑재돼 있어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이센스는 자사 TV에 탑재된 음성인식 플랫폼이 ‘구글 어시스턴트’라고 홍보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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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는 전시장 곳곳에 비치된 여러 제품들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이용 중이란 사실도 적극 알렸다. 올해 2분기 글로벌 TV 시장에서 점유율 5위를 기록한 하이센스도 자사 제품의 음성인식 플랫폼이 ‘구글 어시스턴트’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몇몇 제품은 여전히 기술적 완성도가 낮아 보였다. 애플의 무선이어폰 ‘에어팟 2세대’보다 뛰어나다고 자평한 화웨이의 ‘프리버즈 3’는 딱 보기에도 외관은 에어팟을 베꼈고, 이름은 삼성전자 ‘갤럭시 버즈’를 차용한 것처럼 느껴졌다. 직접 착용해보니 에어팟과 달리 귀가 꽉 차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TCL은 이번 IFA에서 폴더블 태블릿PC의 콘셉트를 공개하고 20만번 접었다 펴도 견딜 수 있는 내구성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했다. 하지만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북미 최대 IT 전시회 ‘CES 2019’에서 세계 최초 폴더블폰으로 주목받았지만 큰 실망감을 안겨줬던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로욜의 제품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지난 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 ‘IFA 2019’에서 화웨이가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촬영 중인 사진의 배경화면을 바꾸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왼쪽 사진). 이번 IFA에서 혁신 기술로 호평받은 하이얼의 세탁기·건조기 일체형 제품 ‘듀오’의 모습(오른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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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얼 부스에서는 세탁기·건조기 일체형 제품인 ‘듀오’가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듀오는 빨랫감을 넣는 통을 상부와 하부에 각 1개씩 총 2개 보유하고 있다. 하부는 세탁기나 건조기로, 상부는 건조기나 초간편 세탁 기능인 ‘아이 리프레시(i-Refresh)’ 용도로 쓸 수 있다. 아마존의 음성인식 비서 ‘알렉사’로 구동 가능한 이 제품은 바깥에서 문짝을 두 번 두드리면 자동으로 문이 열렸다. 지난 6일 부스를 방문했을 당시 자동 문 열림을 체험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 있기도 했다.
하이얼은 사물인터넷(IoT) 분야의 성능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전시장에서는 오븐이 각종 가전제품을 연결하는 허브로 기능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오븐 전면에 부착된 화면으로는 냉장고 안에 있는 음식과 조리법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요리 도중 화면으로 유튜브를 감상하는 것도 가능했다. 하이얼은 북미·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공세적인 인수·합병(M&A)을 진행 중이다. 2016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부문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이탈리아 가전업체 캔디그룹을 인수했다. 단기간에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기술력과 점유율을 동시에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다.
전 세계적으로 상업용 드론 시장의 70%를 점유 중인 DJI 전시장에도 인파가 몰렸다. 현장에서 드론뿐 아니라 소형 로봇 ‘로보마스터’도 조작해볼 수 있었다. 바퀴 4개에 본체가 탱크 모양을 한 로보마스터는 31개의 센서가 달려 있었고 스마트폰 조작이 가능했다. 전시장을 둘러본 한 전자업체 관계자는 “이번 IFA에서 중국 업체들이 한국 기업들과 기술적으로 대등한 제품을 쏟아냈다”면서 “이제 중국과의 차별화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베를린 | 글·사진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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