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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알아두면 쓸모 있는 한의과학]약물은 ‘소소익선’…투약 줄이는 대안 ‘침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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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다다익선은 한나라 고조(高祖) 유방(劉邦)이 천하 통일의 일등 공신인 한신과 함께 여러 장군의 능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신이 자신의 군사 통솔 능력을 자랑 삼아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多多益善)’고 한 말에서 유래한 고사성어다. 지금은 다다익선이라는 말이 여러 방면에서 두루 쓰이지만 약물 복용에 있어서는 그다지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다. 오히려 먹는 약은 소소익선(少少益善), 즉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다.

일상에서 약을 한 움큼씩 가지고 다니며 복용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이 있는 노인일수록 그러한 경우가 많다. 이렇게 여러 약을 한꺼번에 복용하는 것을 ‘다약제 복용(polypharmacy)’이라 하고, 대개 약의 종류가 5가지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여러 약물을 한꺼번에 복용하는 경우 약물을 잘못 먹게 될 확률도 높아질 수 있으며, 부작용 발생 빈도도 증가하게 된다. 특히 신장 기능이나 간 기능에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다약제 복용에 노출된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사망 위험도가 25%나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복용하는 약물의 종류가 많으면 약물의 치료 효과는 떨어지는 반면 전체 의료비는 상승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다약제 복용을 어떻게 줄이는가가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중요한 문제다.

의사가 약을 처방할 때 중복 또는 부적절한 처방 내역을 통보하는 방법, 처방 화면에 위험 경고를 띄우는 방법 등 다약제 복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안이 시도되고는 있으나 아직 뚜렷한 해결방안은 없는 상황이다. 사실 실생활에서 여러 약물을 다수의 의사들에게 처방받는 환자가 복용하는 약물 중 단 하나라도 줄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약물을 처방한 이유가 엄연히 존재하고, 환자와 처방 의사들 간에 의견교환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약물 투여 없이 비약물치료법으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는 약물 투여를 줄일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침, 뜸 등 비약물치료법으로 질병을 치료해왔다. 그렇다면 과연 비약물치료법이 다약제 복용과 주로 연관된 고혈압이나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을 치료하는 데도 쓰일 수 있을까?

사실 심혈관계에서 침 치료가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연구가 진행돼 왔다. 심혈관계에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경혈에 반복적인 침 치료를 했을 때 경증이나 중등도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감소시킬 수 있음은 이미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손목 안쪽에 있는 내관(內關)이라는 경혈에 침을 주기적으로 놓으면 수축기 혈압을 14%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발표됐다. 또 안정 시에는 전혀 통증이 없으며 활동 시에만 증상이 나타나는, 가장 흔한 유형인 만성 안정성 협심증 환자에게서 침 치료가 협심증 발작의 빈도를 줄인다는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가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발표되기도 했다.

이러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확장해 실제 임상에서 보다 원활하게 적용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이들 연구에서 침 치료가 시행된 기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 치료법을 응용하는 문제, 침을 항고혈압제와 병용하는 문제 등에 관해 대규모의 잘 설계된 임상연구들이 필요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러한 연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이준환 | 한국한의학연구원 임상의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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