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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본궤도 오른 ‘국민가격’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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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가 전략’ 전진기지 이마트, 집객 효과 보여

‘노브랜드’ 품목 강화로 하반기 실적 반등 노린다

한국금융신문

▲사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한국금융신문 구혜린 기자] “아직 미지의 영역인 초저가 시장에서 기회를 잡아야 한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이마트 초저가 실험이 본궤도에 올랐다. 이마트는 연초에 이어 지난 8월부터 국민가격 프로젝트 2탄을 선보이며 이커머스 대비 낮은 가격에 일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집객 효과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의 실적 만회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지난 2분기 이마트 매출액은 3조45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고, 7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이마트가 분기적자를 낸 건 창립 26년 만에 처음이다.

이에 정 부회장은 올 하반기 국민가격과 프로젝트와 더불어 계열사를 통한 노브랜드 상품군 강화로 실적 반등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8월부터 시작한 국민가격 2탄

이마트는 지난달부터 5000원이 안 되는 가격에 수입 와인을 판매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의 주도하에 이달부터 선보인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마트는 지난달 1일 칠레 와이너리에서 수입한 ‘도스코파스 까버네쇼비뇽’을 4900원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15일부터는 스페인서 수입한 ‘도스코파스 레드블렌드’를 4900원에 판매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날부터 판매되는 ‘도스코파스 까버네쇼비뇽’은 떫거나 시거나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 적당한 탄닌과 산도가 조화돼서 부드러운 풍미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지난달부터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도스코파스’ 와인 판매는 이 프로젝트 일환이다. 와인 외에도 다이알 비누 등 30여개 제품을 시세 대비 최대 60% 낮춘 가격에 선보인다.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제품들의 가격은 한 번 정해진 이후 변경되지 않는다.

이는 이마트가 평균 대비 약 300배가 넘는 규모(100만병)의 와인을 구매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대부분 대형마트들은 원가를 낮추기 위해 대량 구매를 하고 있다. 이마트는 수십, 수백배의 대량매입을 통해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이마트는 또한 가격 파괴 방법으로 △제품 판매부터 생산까지의 프로세스 세분화(10일부터 식품건조기 3만9800원에 판매) △가격 경쟁력 있는 해외 신규 구매처 발굴(와우넛츠 피넛버터 4980원에 판매) △전문점과 관계사 등 업태 간 통합매입(바디워시 2900원에 판매) △부가기능·디자인·패키지 등 간소화(9월 중 일렉트로맨 TV 판매 예정) 등을 실행하고 있다.

이번 가격 파괴 프로젝트는 정용진 부회장이 올 초부터 야심차게 기획한 것이다. 정 부회장은 앞서 신년사를 통해 “아직 미지의 영역인 초저가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며 “우리가 만들 ‘스마트한 초저가’는 오늘 내일 당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중장기적 여정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 국민가격, 고객 집객 효과 10% 안팎 입증

이마트 국민가격 와인은 8월 한 달 동안 약 30만병이 팔렸다. 일반적으로 인기 와인이 1년에 7만∼8만병 팔리는 것을 감안하면 3배 이상이 한 달 만에 팔린 셈이다.

이마트는 국민가격 상품으로 기대했던 ‘집객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1차 상품의 성공을 통해 국내 소비자의 초저가 요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마트 역량을 동원해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핵심 상품을 초저가로 지속해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국민가격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방문객 수가 전년 대비 8% 늘어났다. 와인 구매자 중 55%가 최근 6개월 동안 같은 상품의 구매 이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와인’ 제품군에 신규 고객이 유입된 셈이다.

다만 이마트를 찾은 소비자 반응을 살펴보면 국민가격 상품의 다양성 확보가 필요해 보였다. 일반 가정에서 대량 구매해 쓰는 치약·칫솔엔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국민가격 상품이 저렴하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실구매로 이어지진 않았다. 한 50대 주부는 “집에 구매 놓은 것이 많아 당장 살 필요가 없다”며 “구매 빈도수가 높은 품목이 국민가격에 많이 포함되면 이마트를 자주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가격이 없는 일반 의류 매장은 여전히 고객이 적었다. 이마트를 찾는 목적이 의류 구매가 아닌 탓이다.

한 30대 여성은 “옷을 사기 위해 이마트를 찾는 사람은 없다”며 “유명 브랜드 티셔츠가 1만원 이하로 할인행사를 한다면 살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쿠팡에 한 발 밀린 배송…SSG닷컴 구원투수 될까

올 상반기 최초로 이커머스 신용카드 결제액이 오프라인 마트를 추월하는 등 대형마트 위기의 실체가 현실로 드러난 상태다.

이마트와 신세계 온라인 사업부를 떼어내 별도 법인으로 설립한 SSG닷컴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은행이 지난 2일 발표한 ‘2019년 상반기중 지급결제동향’ 중 ‘개인 신용카드의 주요 소비유형별 이용실적’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개인이 신용카드를 통해 전자상거래와 통신판매에 사용한 금액은 일평균 2464억원으로, 종합소매(2203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대형 할인마트에서부터 편의점을 모두 포괄하는 ‘종합소매’가 개인의 신용카드 사용금액에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개인이 신용카드로 결제한 종합소매 금액은 일평균 2272억원로 2위인 전자상거래·통신판매(2186억원)보다 많았다.

종합소매가 전자상거래·통신판매에 신용카드 판매 왕좌를 내준 것은 최근 소비자들의 구매방식이 오프라인 매장 방문에서 온라인 구입으로 변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종합소매 소비금액도 동반 증가하기는 했지만, 그보다 온라인 상품매매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추월한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3월 온라인 신설법인 SSG닷컴을 출범했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의 온라인사업부문을 합쳐 만들었다. 여기에 1조원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SSG닷컴은 지난 상반기 거래액 1조3000억원, 매출액 3843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올해 목표 거래액을 3조1000억원, 2023년 10조원으로 설정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목표는 달성할 수 있겠지만 성장세에 있어서만큼은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이커머스 업체에 미치지 못한다.

SSG닷컴의 상반기 성장률은 14.5%다. 2017년 40%에서 지난해 65%로 성장세를 높인 쿠팡 등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더욱이 쿠팡은 지난해 거래액 7~8조(추정치), 매출은 4조4000억원에 달했다. SSG닷컴이 올해 목표를 달성한다고 해도 선두기업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인 셈이다.

◇ ‘노브랜드’ 브랜드 사업 확대 ‘눈길’

정 부회장은 ‘노브랜드’ 브랜드를 이마트뿐만 아니라 계열사 전 영역에 확대하며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 버거 등이 업계 이목을 끌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달 19일 노브랜드 버거를 론칭했다. 홍대점 오픈과 동시에 가성비 버거로 입소문을 모으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이달 말 코엑스몰점 오픈 이후 연내 추가 출점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푸드가 노브랜드를 사용해 매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세계푸드는 이마트가 지분 52%를 보유하고 있다. 노브랜드 브랜드를 활용한 신세계푸드 먹거리들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이마트 수익성이 강화된다.

이마트 내에서 노브랜드 제품 판매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본래 이마트 내 노브랜드 전용 코너를 마련해뒀으나, 최근 이마트 제품과 노브랜드 제품을 품목 별로 함께 배치해 고객들과의 접점을 늘렸다는 설명이다.

노브랜드 개별 매장 출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2016년 노브랜드 전문점 사업을 시작해 현재 전국에 210개 매장을 두는 등 급속도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식료품뿐만 아니라 생활용품, 전자기기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취급하고 있어 최근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 행태와 맞물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노브랜드 출점을 두고는 중소 상공인과의 잡음이 끊이지 않는 형편이다. 이마트가 노브랜드를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 형태로 출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내에 직영점 형태로 매장을 내기 위해서는 상생협력법에 따라 해당 지역의 중소상인과 사업조정 협상 등을 거쳐야 하는데 합의를 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지난 2017년 전주 3곳에 노브랜드 직영점을 출점하려고 했으나 사업조정 협상이 결렬되면서 지난달 가맹점 형태로 2곳에 문을 열었다.

노브랜드 가맹점은 지난 5월 기준 전국에 7개 점포가 가맹점 형태로 출점돼 있다. 군포산본역점, 울산무거점, 진해용원점, 제주아라점, 군산미장점, 전주삼천점, 전주송천점 등이다. 현재 대구에 2곳, 울산에 1곳이 추가로 개점 예정돼 있다.

▶▶ He is…

△1968년생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과 졸업 / 1995년 신세계 전략기획실 대우이사 / 1997년 신세계 기획조정실 상무 / 2000년 신세계 경영지원실 부사장 / 2009년 신세계그룹 부회장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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