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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저학력 가구 소득 4년째 감소…"경기침체 가장 먼저 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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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대졸 가구주 소득은 증가…격차 점점 커져

가정의 교육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졸 이하 가구의 소득 감소가 4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저학력 가구가 노동시장에서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고졸, 대졸 등 학력이 높을수록 소득은 꾸준히 늘어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16일 통계청의 가구주 교육정보별 가계수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중졸 이하 가구 소득은 260만247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71만8560원)보다 4.3% 줄었다. 중졸 이하 가구의 소득은 2015년 3분기부터 전년 동기 대비 7분기 연속 감소하다가 2017년 2분기 보합(0.0%)을 기록했고, 2017년 3분기부터 다시 감소세가 시작돼 올해 2분기까지 8분기 연속 계속 줄고 있다. 8분기 연속 감소는 200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장이다. 사실상 4년 가까이 소득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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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이 공공근로 일환으로 마을 청소를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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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졸 이하 가구의 이전소득(19.4%)을 뺀 모든 소득이 감소한 가운데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감소가 특히 눈에 띈다. 근로소득은 올해 2분기 기준 1년 전과 비교해 11.9% 줄었고 사업소득은 5.1% 감소했다. 근로소득은 5분기째 감소하고 있다.

고졸, 전문대졸(대졸) 등 학력이 높을수록 소득은 증가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고졸 소득은 작년 2분기 419만6410원에서 올해 2분기 422만3310원으로 0.6% 증가했다. 대졸은 같은 기간 554만8380원에서 587만1180원으로 5.8% 늘었다. 고졸 가구의 사업소득은 10.6% 줄었지만 근로소득은 5.1% 증가했다. 대졸 가구의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은 각각 4.7%, 5.9%씩 늘었다. 대졸 가구의 근로소득은 2017년 3분기부터 8분기째 증가했고, 사업소득은 2015년 4분기부터 4년 가까이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 학력 수준이 높아지면서 중졸 이하 가구주는 고령층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중졸 이하 가구의 평균 연령은 67.5세고 고졸 가구는 53.6세, 대졸 가구는 47.9세다. 저학력 가구에 고령층이 주로 몰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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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수준과 소득 증가가 비례하는 이유는 학력이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다보니 제조업 구조조정이나 내수 위축과 같은 경기 침체 영향을 더 크게 받기 때문이다. 상용직 일자리는 견조하게 유지되거나 늘고 있지만 고용여건이 좋지 않은 임시·일용직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것과도 연결이 된다.

임시·일용직 일자리는 지난달 들어 증가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2016년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35개월 연속해서 감소했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공공일자리를 늘리고, 고령층을 위해 기초연금 등 공적이전소득도 늘리고 있지만 당장 소득개선에 도움은 되지 않고 있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2015년부터 조선업 구조조정이 시작됐고 2016년부터는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등 제조업 불황이 닥치는데 그즈음부터 중졸 이하 가구주 가구의 근로소득도 큰폭으로 감소하고 있다"면서 "‘김영란법’ 등의 영향으로 내수 부진도 이어지고 있으며 이 역시 저학력자들이 갈 만한 일자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달 고용지표 개선세가 두드러지면서 이후 소득 추이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작년 8월보다 45만2000명 늘어 2017년 3월(46만3000명) 이후 2년 5개월만에 증가폭이 가장 컸다. 제조업 취업자 감소폭이 줄고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숙박음식점업 등에서 고용이 늘어난 데다 공공 일자리 또한 계속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전망실장은 "저학력자들은 고용 안정성이 취약하고 경기상황에 따라서 변동이 큰 업종에 주로 머무르는 편"이라면서 "최근 취업자가 증가한 산업은 숙박음식점업 등 취약계층이 종사할 가능성이 큰 만큼 향후 이들의 소득 증가로 이어질 개연성이 있다"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수현 기자(salm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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